새로운 '달의 기원' ... 시네스티아(Synestia)
새로운 '달의 기원' ... 시네스티아(Synestia)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18.03.03 17:58
  • 업데이트 201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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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달의 기원' ... 시네스티아(Synestia)
 

달이 우너시 지구가 부풀어 오른 시네스티아에서 생겨났을까?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로 형성된 '지구 시네스티아' 상상도. 출처: Sarah Stewart/UC Davis based on NASA rendering

지금까지 유력한 ‘달의 기원’ 설명은 충돌설이다. 테이아(Theia)라 불리는 화성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고, 그 잔해가 지구 주위를 돌다가 뭉쳐져 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설에 의하면 달의 성분은 대부분 테이아의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폴로가 채취해온 달의 암석들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성분과 거의 같았다. 충돌설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 같은 충돌설을 뒤집는 새로운 달의 기원 이론이 나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 매체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사이몬 락(Simon Lock) 박사와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의 행성과학자 사라 스튜어트(Sara Stewart) 교수는 달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도넛 모양의 ‘지구 시네스티아(Synestia)’(지구가 행성으로 굳어지기 전 도넛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로부터 생겼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들의 논문은 지구물리학 연구지 : 행성(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 Planets)에 실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지구의 초기 모양이 부풀어 오른 도넛 형태이었을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을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내놨다. 이들은 행성 크기의 천체와 원시 행성 디스크(protoplanetary disk) 안의 천체가 충돌할 경우 시네스티아가 생기며, 이것은 우주에서 매우 흔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들 도넛 모양의 새로운 행성에 대해 그리스어로 ‘함께’라는 뜻의 ‘syn‘과 건축물을 관장하는 그리스 여신의 이름 ’Hestia‘를 합쳐 ’시네스티아(Synestia)‘라고 명명했다.

A: 행성의 구조, B: 디스크를 가진 행성, C: 시네스티아. A와 B가 충돌해 C라는 새로운 행성(시네스티아)가 형성된다. 출처: Simon Lock and Sarah Stewart

시네스티아는 토러스(도넛) 모양인데, 그 안에 충돌로 녹아 기화한 뜨거운 암석·먼지 구름이 빠르게 회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러스 내부가 냉각되면서 이들 암석·먼지 구름이 중력에 의해 붕괴되어 지구라는 행성이 생겼다는 게 지난해 논문의 결론이었다.

이번 논문에서 락과 스튜어트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도넛 모양의 ‘지구 시네스티아’ 내부에서 달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전개했다.

락과 스튜어트의 이론에 따르면,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해 파편들의 고리를 만든 게 아니라 암석들을 분쇄해 뜨거운 암석·먼지 구름을 만들면서 시네스티아를 형성했다. 지구 성분의 10%가량이 기화되었고, 나머지는 액체암석이 되었다. 시네스티아 안의 비교적 작은 액체암석들은 ‘달의 씨앗’이 되었다.

시네스티아가 냉각되면서 중심의 핵을 향해 수축할 때 이 액체암석은 ‘비’가 되어 달의 씨앗에 내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네스티아 구조는 점차 수축하는 반면 달의 씨앗은 점점 커졌다. 마침내 전체 시네스티아는 응축되어 지구가 되고, 그 주위를 도는 액체암석은 달이 되었다.

‘달의 기원’에 관한 연구팀의 새로운 이론은 달의 화학적 조성이 지구와 비슷한 이유를 잘 설명한다. 달의 성분을 이처럼 잘 설명하는 모델은 이것이 처음이다.

또 달은 지구에 비해 구리 칼륨 나트륨 아연 같은 휘발성 원소의 함량이 적다.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지금까지 없었다. 락과 스튜어트 연구팀의 모델은 ‘잃어버린 휘발성 원소’ 문제를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한다.

당시 달은 현재 지구 대기의 10배 이상의 압력과 2200도에서 3300도C의 온도였다. 이 같은 상황은 휘발성 원소들의 증발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연구팀의 이론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론의 핵심인 시네스티아가 관측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초 모델이며 ‘달의 기원’ 이론으로 공식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처: New Scientist, Science alert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 Planets, DOI: 10.1002/2017JE005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