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2>엔트로피와 환경문제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2>엔트로피와 환경문제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8.03.27 14:12
  • 업데이트 2018.03.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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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2>엔트로피와 환경문제

제레미 리프킨과 그의 저서 엔트로피. 우주의 상태는 점점 더 무질서와 파괴적으로 변하며 이는 불가역적이라는 게 엔트로피 법칙이다. 세계경제와 인류문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출처: 알라딘 블로그.

“자연에 의해 제공되는 자본을 자본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E.F.슈마허가 한 말이다. 그는 “현대사회의 치명적 오류 중 하나가 ‘과학기술의 경이로운 성과에 힘입어 생산문제가 해결되었다는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irreplaceable) 자연’을 ‘자연자본’으로 보고, 화석연료를 소득이 아닌 ‘자본’으로 취급해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대체불가능한 자산의 판매대금을 특별기금으로 적립해 화석연료에 가능한 한 의존하지 않는 생산방법과 생활유형을 개발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게 슈마허의 주장이다. E.F.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강조한 ‘자연자본’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생활양식, 즉 ‘영속성(permanence)’을 위해 고안된 생활양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슈마허가 이야기하는 단순소박함(simplicity)은 ‘분수’를 아는 것, 즉 지족(지족(知足)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슈마허의 경제학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경제학이다. 이를 내세운 이론이 1980년대에 등장한 엔트로피론이다. 이러한 엔트로피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이 워튼스쿨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교수이던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다. 그가 1980년 펴낸 『엔트로피(Entrophy)』는 우리나라에선 번역본만 4차례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제레미 리프킨은 ‘엔트로피는 인류가 발견한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엔트로피란 열역학의 제2법칙, 즉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이 가능한 것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혹은 이용이 가능한 것에서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또는 질서 있는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모든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이며, 이 궁극적인 원리를 인식하고 이것에 의해 경제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세계는 파국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185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인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에 의해서 처음 제안되었는데 때때로 열역학 제2법칙의 형태로 표현된다. 이 법칙에 따르면 고온과 저온의 기체가 저절로 혼합될 때나 기체가 진공내로 확산하여 갈 때 또는 연료가 연소할 때와 같은 비가역 과정에서는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이러한 엔트로피 경제학은 ‘물질대사론 경제학’이라고 하는데 물리학과 연관이 깊다. 물질대사론 경제학의 이론적 전개는 그 뒤 물리학의 엔트로피론을 경제학에 적용해온 1993년 조제스쿠 뢰겐(Nicholas Georgescu-Roegen)의 ‘엔트로피법칙과 경제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조제스쿠 뢰겐은 현대사회는 일관되게 저(低)엔트로피 상태의 자원을 자연계로부터 부단히 채취․가공해 고(高)엔트로피화한 폐기물의 형태로 자연계로 되돌려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계내(系內)에서 발생한 엔트로피를 부단히 계외(系外)로 버림으로써 물질순환을 유지하는 개방정상계(定常系)로서의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처리능력을 넘는 엔트로피를 인간계가 자연계에 방출해가면 언젠가는 자연계의 동화 흡수능력은 파괴되어 생태계의 위기에 이르는 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불가역적인 파괴를 받지 않도록 물질순환의 시스템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제스쿠 뢰겐은 생산과 소비의 시장원리를 기초로 성립하는 경제학에 대해 생명적 자연의 체계와 순환의 논리라는 관점에서 경제학을 주장한다. 즉 자원‧에너지낭비형의 경제에서 지구의 생물권과 조화를 이루는 규모의 경제로 가자는 것이다. 경제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다주었다고 할 정도로 엔트로피론은 인간의 사고와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 이론의 문제점은 위기적인 현상에서 물질대사론을 제창하는 이상적인 상태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법적, 행정적, 경제적 수단에 의한 환경제어가 제안되고 있으나 이론에서부터 내재적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 내용은 신고전파의 정책제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일본의 환경경제학자인 모루토미 토루(諸富徹)는『환경』(2003)에서 최근 지역적인 물질 경제순환을 지지하는 경제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수단으로서 지역통화에 관한 연구가 물질순환론의 흐름에서 나온다고 본다. 제레미 리프킨는『엔트로피』에서 엔트로피법칙을 근거로 현대물질문명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을 한다. 그는 종래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엔트로피 세계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트로피 세계관은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부터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질서가 있고 값어치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하고 값어치 없는 상태로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 이는 어느 한곳에 질서가 더 생기면 다른 한곳에 이보다 더 한 무질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지향하는 저엔트로피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첫째, 소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든다. 리프킨은 소비는 더 이상 인간의 풍요가 아니며, 당초의 생물학적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유재산에 대해서도 소비재와 서비스에 한정될 뿐 토지와 기타 재생가능 및 불가능한 자원을 포함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슈마허가 강조한 ‘단순소박한 삶’과 ‘대체가능한 자연’의 이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둘째, 노동집약적 농업으로의 점진적 변화이다. 리프킨은 소규모 노동집약적 시스템으로 바뀌면 도시의 대규모 사람들이 농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농촌과 분리된 도시생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귀농귀촌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이를 미리 내다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적극 이뤄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셋째, 수송시스템의 변화이다. 리프킨은 개인 자가용과 트럭에서 대중교통수단 및 장거리철도를 이용하고, 자전거와 걷기가 중요한 교통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대중교통의 환승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전거를 근거리교통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에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넷째, 산업생산 및 서비스 분야의 축소이다. 리프킨은 앞으로 노동력의 대부분은 식량생산에 투입되며 기존의 산업체계는 에너지 부족으로 유지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런 점에서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농업을 비롯한 1차 산업을 중시하고, 도시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탈집중화와 지역화이다. 리프킨은 기업은 노동자가 관리하는 민주조직으로 변화하고 생산과정에서는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것은 결국 슈마허가 지향하는 ‘에너지분권’이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드러나는 소규모, 지역화의 중요성과 상통한다고 하겠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게 소비하고, 더 만족하는 사회’, 그런 마음을 키우는 교육,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저에너지∙저엔트로피사회’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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