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3>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3>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8.04.03 14:02
  • 업데이트 2018.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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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3>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창조적 자본주의에 관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출처: 유튜브(TIME)

E.F.슈마허는 ‘인간중심의 경제학자’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주창한 기업가이기도 했다. 화학제품 생산회사인 스코트바더사의 경영고문으로 참여해 기업의 수익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유, 행복,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는 조직을 만들었고, 1963년에는 소유권을 공동체에 양도하고 회사 내 임직원의보수격차를 최소화하고 사내 잉여금의 사회기부 등을 실천했다. 그는 대기업은 국민 희생 위에 성장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기업의 사회공헌을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슈마허의 경제학을 ‘휴머니즘 경제학’이라고도 한다.

슈마허의 이런 경제학은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인 빌 게이츠의 경제철학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슈마허의 불교경제학이 ‘인간중심의 대안경제학’인 것처럼 빌 게이츠의 경제학은 ‘창조적 자본주의’로 대변된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2007년 하버드대 명예졸업식장에서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빈곤퇴치에 기업의 자원과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것을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적 자본주의론’을 통해 지금까지 가난과 빈곤은 전통적으로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대응했는데, 이제는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과 기술을 빈곤퇴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늘날의 정보통신기술(IT)은 가난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동시에 기업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이 새로운 시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시장체제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NGO가 함께 일하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진 대기업들은 주로 부자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였지만 이젠 가난한 계층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서로 윈윈하는 ‘빈곤비즈니스’를 제안했다. 빌 게이츠는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창조적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주창하면서 “창조적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제3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말은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이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가 주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록그룹 U2의 리더인 보노를 든다. 보노는 2006년에 설립된 공동브랜드인 ‘레드(RED)’를 통해 창조적인 방법으로 사회 취약자를 돕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롤라 등 보노의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레드’ 브랜드의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경우 제품이 한 개 팔릴 때마다 일정액수의 돈이 아프리카 에이즈환자 지원에 쓰이게 된다. 기업으로선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니 좋고, 아프리카 에이즈환자들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니 좋은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방글라데시의 유뉴스 총재가 만든 그라민은행도 창조적 자본주의의 성공 사례이다.

U2의 보노가 ABC방송의 지미 킴멜 라이브 레드 옥션에 출연한다는 예고 포스터. 출처: @U2닷컴

이런 면에서 빌 게이츠의 빈곤비즈니스는 슈마허가 ‘적정기술’을 이야기할 때 ‘민중의 기술’이라고 한 말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행한 빌 게이츠의 연설문에서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요지가 담겨있다.

“오늘날 기술발전의 혜택은 오로지 그것을 구매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시장은 필요(need)가 아니라 오로지 수요(demand)에 반응하는데 이것은 자유시장체제의 시스템 오류이다. 이러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혁신이 기술혁신보다 더 중요하다. 기술의 위대한 진보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사익추구는 인간 본성 중 하나이며, 나머지 하나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자본주의의 정수는 사익 추구가 일반 이익에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수정된 자본주의시스템은 이익창출과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사익 추구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동시에 작용하는 하이브리드엔진으로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기업의 경영진은 주주의 돈을 자선활동에 사용할 권리가 없다. 빈곤비즈니스를 개척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기업이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를 돕도록 나서게 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보노의 레드캠페인 상품을 프리미엄 붙은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광고비를 빼고 나면 실익이 없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반론이다.

이에 대한 ‘창조적 자본주의를 위한 변론’은 창조적 자본주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과 공공부문의 실패, 특히 개도국에서의 정부 실패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조적 자본주의자들의 독립성과 그들이 보유한 자원이 이 같은 실패를 교정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갖고 있는 문제점, 즉 자본주의 경제제도에는 환경보전에 대한 내재적인 메커니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넓은 의미에서의 환경문제는 결국 ‘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찾을 수 있느냐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슈마허의 ‘불교경제학’과 연결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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