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7>시대의 좌표를 제시한 ‘예언적 지성’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7>시대의 좌표를 제시한 ‘예언적 지성’
  • 김 해창 김 해창
  • 승인 2018.05.01 14:26
  • 업데이트 2018.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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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7>시대의 좌표를 제시한 ‘예언적 지성’

1970년대 전원생활하던 때의 슈마허. 출처: 유튜브

오늘날 우리 시대는 정말 예언적 지성이 없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인들이 보이지 않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적대적 남북관계를 이렇게나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는가?

우리 시대의 예언적 지성이라고 하면 돌아가신 함석헌 선생이나 문익환 목사가 떠오른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뛰어넘어 남북의 하나됨을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분이었다.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남북 공히 서로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좌우이데올로기를 이용해온 이 시대에 통일조국의 모습을 그려내는 지성을 우리는 그리 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E.F.슈마허는 시대의 지성이자 특히 ‘예언적 지성’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1970년대에 원유의 고갈문제와 원자력문제에 대해 예언에 가까운 예측 및 분석을 했다.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원유와 관련해 “국내 공급처가 없는 영국의 경우 원유 위기가 나타나는 시점은 세계적으로 원유자원이 고갈될 때가 아니라 원유공급의 증가세가 멈추었을 때일 것이다. 그 시점은 대략 20년 후가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원유공급을 확보하려는 강렬한 투쟁, 심지어 무력투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오늘날 원유를 둘러싼 국제 자원분쟁을 예견했다. 그것도 ‘피크오일’ 즉 ‘석유생산정점’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는 1970년대에 석유 소비량을 매년 7%이상 늘려간다면 1980년대 이후에는 새로 발견한 원유량을 포함해도 석유를 소비하는데 40년이 안 걸릴 것이며 고도성장의 지속은 불가능하고 원유 공급 확보를 위한 무력투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예측했다.

특히 E.F.슈마허는 원자력발전이 미래 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첫째, 원자력발전 비중이 1970년 당시 영국, EU, 미국이 각각 2.7%, 0.6%, 0.3%에 불과하지만 무슨 연료를 사용하든지 소비를 5~6배 늘이면 해답이 없다. 둘째, 특히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인류에게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데 방사능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 후손을 기형으로 만들 수도 있는 물질을 통해 유일한 지구가 오염된다면 경제적 진보나 높은 생활수준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핵폐기물처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원자력 계획의 실행을 늦추는 것이 유일하게 신중한 태도이며 에너지절약사회로 가야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러한 슈마허의 분석은 그가 영국 국가석탄위원회 경제고문으로 근무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볼 수 있으며, 그의 장기적인 혜안은 영국의 전후 경제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삶이나 사회문제를 푸는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두 가지 대립된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돌진파’와 ‘귀향파’로 나눴다. 돌진파는 현재의 방식을 좀 더 밀고 나가기만 한다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말하고, 귀향파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탐색하면서 인간과 인간세계에 관한 기본진리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슈마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돌진파에 서는 것”이라며 “보통사람들이 폭넓고 인간주의적인 관점을 가진 소수파인 귀향파에 대해 공감하며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요즘 미래 전망보고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간한 『2050년의 세계-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예측한다』(文藝春秋, 2012)는 인간과 상호관계, 환경·신앙·정부, 경제와 비즈니스, 인지와 과학으로 크게 나눠 2050년의 세계를 예측한다.

이 책은 인구동태를 바탕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의 실태를 이야기한다. 세계 평균 출생률은 2050년에는 2.1이며, 그 결과 세계의 인구증가는 멈추게 된다. 인구의 도시화로 도시부 거주가 2010년 세계 인구의 절반에서 2050년에는 70%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한다.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예상할 방법은 없다.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변하는지, 경제성장이 어떻게 되는지,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대응에는 불확정 요인이 너무 많지만 전체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온난화로 이어진다는 것에는 합의가 된 것이다.

기술의 확산으로 불량국가나 테러조직이 미국에 비대칭적인 전쟁을 치룰 정도의 힘을 갖게 된다. 또한 지역간의 분쟁의 위험은 높아지는데 그 분쟁의 원인은 종교를 기점으로 해 물과 에너지 등의 자원을 실리로 행해진다. 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의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왜곡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기업의 압력단체가 정치가에 헌금하고 규제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민의가 매스컴을 통해 조작되기 쉽다는 것이다.

나라 간 소득 격차는 19세기의 가장 부유한 10개 국의 1인당 소득이 가장 가난한 10개 국의 6배였지만 20세기 말에는 가장 부유한 10개 국의 1인당 소득이 가장 가난한 10개 국의 40배를 넘게 됐다. 부유층의 소득이 폭발적으로 증대한 이유는 최상층 직업의 수입이 글로벌 시장 확대로 늘어났고, 금융업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를 든다.

이러한 것들은 슈마허가 예측했던 세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예측이라고 하는 데는 변수가 있고, 실제로 인간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빗나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공학자 요한 노르그 교수가 어느 학회에서 한말인데 나도 즐겨 쓰는 말이 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슈마허의 삶을 보면서 그냥 예측을 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비인간화’ ‘석유자원으로 인한 분쟁’ ‘대책없는 원자력기술’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것들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세대가 해결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생태적 위기가 극에 도달하고 있는 오늘날 슈마허와 같은 이러한 예언적 지성을 찾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40여년 전에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온몸으로 외친 ‘예언적 지성’ 슈마허가 더 크게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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