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4)
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4)
  • 정 세윤 정 세윤
  • 승인 2018.05.10 23:47
  • 업데이트 2018.05.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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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4)

가상화폐 거래를 조언하는 비디오의 한 장면. 출처 : 유튜브

유시민 작가의 비트코인 비판 중 하나는 비트코인은 중앙기관 없이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어 사용하라고 만든 것인데 실제로는 거래소라는 중앙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거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삼성증권 사태를 보면 신뢰를 가진 중앙기관(이 경우 삼성증권)이 개인에게 숫자를 부여하자 그 숫자가 실제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 되었다. 거래소의 경우도 이와 같다. 거래소도 고객에게 숫자를 부여할 뿐이다. 블록체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물론 고객이 개인지갑으로 가상화폐 출금을 요청하면 거래소는 출금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안해주면 그 거래소는 신뢰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고객의 신뢰를 배신한 거래소들이 수두룩하다. 마운트곡스, 민트팔, 크립시, 엠씨엑스나우 등이 해킹 등을 이유로 디폴트를 선언하고 망했다. 이 거래소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수년간 숨기면서 영업하기도 했다. 고객 모두가 한꺼번에 돈을 찾는 일은 없으므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 카드 돌려막기와 다를 바가 없다.

필자도 엠씨엑스나우라는 거래소와 악연이 있다. 이 거래소의 운영자는 리얼솔리드(realsolid)라는 아이디를 썼는데 독설과 함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자신이 맘만 먹는다면 세상의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걸맞게 엠씨엑스나우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매우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자부심이 오만에 이른 탓인지 리얼솔리드는 거래소의 모든 처리 과정을 자동화한 뒤 휴가를 떠났다.

사고는 이 휴가 기간 중에 터졌다. 당시는 도지코인(Dogecoin)이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도지코인 개발자와 커뮤니티는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며 각 거래소들에게 지갑을 업데이트하라고 알렸다. 리얼솔리드는 휴가 중이라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지코인이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자 거래소들과 채굴자들은 새 지갑과 블록체인으로 옮겨갔으나 엠씨엑스나우는 여전히 옛날 지갑을 쓰고 있었다.

일부 채굴자는 이것을 이용해 도지코인의 예전 블록체인을 채굴한 뒤 엠씨엑스나우로 전송했다. 대부분의 채굴자들이 새 블록체인으로 옮겼갔으니 예전 블록체인은 채굴하기가 쉬웠다. 엠씨엑스나우에서는 (다른 거래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예전 도지코인의 덤핑이 일어났으며 도지코인과 교환되는 비트코인이 다 떨어지자 출금이 정지됐다.

휴가에서 돌아온 리얼솔리드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도지코인의 새 블록체인과 옛 블록체인은 차이는 주관적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예전 도지코인 블록체인도 자신이 보기에는 유효한 것이니 자신의 잘못은 없으며 도지코인 보유자 모두가 거래소가 입은 손해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지코인 커뮤니티와 엠씨엑스나우외 모든 거래소가 예전 도지코인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열심히 항의해 도지코인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으나 손해를 본 고객들이 많았고 엠씨엑스나우는 문을 닫았다. 요컨대 거래소가 아무리 그럴 듯하게 보여도 내부사정은 일반고객들은 알 수가 없다.

필자는 이 사건 이후 가상화폐를 절대로 거래소에 맡기지 않는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지갑에는 간단한 명령어로 개인키(private key)를 추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이 개인키가 곧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개인키 주소공간은 10의 76승이며 우주 전체의 원자 갯수 10의 80승과도 비교되는 숫자다. 현대의 컴퓨터과학으로는 개인키를 알아낼 수가 없으며 해커가 해킹을 하려면 망치를 들고 찾아와 사용자를 협박하는 수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중앙기관 없이 사용되야 할 가상화폐가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도박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사용자에게 중앙기관 없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한다.

비트코인 지갑에서 개인키를 추출하고 보관하는 것이 다소 귀찮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지갑을 사용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코인에 대한 주권을 제공하며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의 자산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 더 읽기 : 정세윤의 비트코인 방랑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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