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자리*를 지키다
김석이
고요에 물든 바다 파도 소리 낯설다
온몸을 부풀려서 태풍을 막아내는
장자산 깊은 숨결에 세월도 깃을 접고
하루를 저어왔던 배들도 얌전하게
긴장을 부려놓은 수면에 잦아들어
기우뚱 너스레 떨며 건배사에 힘 싣는다
산꼭대기 넘고 보면 세파도 순풍이라
섬세한 손길로 내일을 다독이며
한 소절 자장가 되어 꿈길을 열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결같이 푸른 당신
천 가지 물빛 담고 편편하게 번져나가
다지고 다진 마음에 뿌리로 우뚝 섰다
*부산 용호동에 있는 지역 이름으로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장자산이 막고 있어 안전하다고 함
- 제 13회 부산시조 작품상 수상작
행여나 다칠세라 온몸을 부풀려 방패가 되고 있는 장자산이다. 마치 ‘그래 걱정마라 내가 지켜 줄테니’ 하며 섶자리를 감싼다. 파도의 길목을 막으며 우뚝 선 장자산 앞에서는 거침없이 다가오던 세파도 산꼭대기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우리는 천 가지 물빛을 아우르는 장자산 같은 품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평온한 하루를 여닫는지도 모른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