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할 결결혼이라고 하지만 혼인이에요장가들 婚과 시집갈 姻을 합친혼인으로 남녀는 짝이 됩니다천하大장군과 지하女장군처럼남녀인 大와 女가 하나로 합쳤습니다

끝나지 않은 길 석정희 날마다 길을 떠난다그 길 위에서 쉬며 잠잔다거친 길은어머니 손에 의지해 걸었고어두운 길에서는 눈을 감기도 했다걸음 마다에 밟히는 희로애락을 딛고산길 바닷길 하늘길이하나로 닿는 길을 오늘도 간다하늘 길에서 설레던 마음도산길 벼랑에선 고투하며 걸었고물 길을 만나서는풍랑에 표류하며 왔다닿은 언덕 꽃잎 욱어진 길에서마음을 뉘여 쉬었고다시 걷는 햇빛 쏟아지는 길에서는그늘을 갈망하고차라리 밤을 기다리던 길 끝에서맞는 낙엽 지는 길에선눈 싸안은 구름 보며 두려움에 쌓였다이 길에 언제부터 동행이 되었던가전혀 낯 설지 않은

14. 계묘(癸卯)년 보리흉년③호사스런 장레도 아니고 저승길 노잣돈 보태줄 백관마저 없는지라 상여꾼도 신명이 나지 않았다. 어화홍 어화홍 어화넘자 어화홍 인지 가면 언제 오노 어화넘자 어화홍 어화홍 어화홍 어화넘자 어화홍 저승길이 멀다해도 삽짝너머 저승이네 어화홍 어화홍 어화넘자 어화홍그래도 마을 아낙네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상여노래가 구성져서라기 보다는 제가끔 가난하거나 고달픈 저 자신의 팔자와 이 허망한 죽음과 초라한 상여행렬이 남의 일 같지 않고 꼭 제 일만 같아 제 설움으로 우는 것이었다. 동네 상포계에서 만들어준 것밖에

어릴 적 친구들 칭고등학교 어릴 적 칭구들을 만났어요서울역에서 만나 덕수궁 돌담길 지나서울고 모교가 있던 경희궁까지 갔어요일곱 명 칭구들이 한데 모여 찍은사진을 보고 글자를 만들었어요

14. 계묘(癸卯)년 보리흉년②단편소설1963 癸卯年윗마을 대밭에서 야시(여우)가 울고 갔다는 그 불길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정월 초이렛날 아침이었다.풍물패가 집집이 돌아다니며 조왕신, 측간신, 고방신까지 고루 지신을 밟아 한해의 풍년과 평안을 빌고 흩어진 그날 밤에 여우가 울었다는 것이었다. 마을의 평안과 풍년은커녕 어쩌면 마을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몰죽음 당할 뻔한 보도연맹 때보다도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을사람들은 모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나는 여우의 실물을 본 적은 없었다. 보통 시골마을

널브러진 쓰레기 랄우리는 안쓰는 한자지만 중국인들은쓰레기를 랄(垃)이라 쓴다네요산 밑 텃밭 주변에 쓰레기가 많았어요쓰레기 垃 자를 널브러지게 썼어요쓰레기 치우며 텃밭을 가꾸면 좋으련만

초서 배종관 태초의 강을 건너새 한 마리 날아가고글이 된 짐승들은 해독이 어려웠다아득한상형의 피가화선지에 흐른다.배종관 시인의 를 읽는다. 시인은 초서체로 쓴 서예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초서란 글자를 간략하고 빠르게 흘려 쓰는 서체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개성을 발휘할 여지가 많아 문자가 지닌 실용성을 넘어서서 예술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교량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세상 만물은 자연에서 비롯된다. 글자 또한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그림으로 출발하여 상형문자의 형태를 갖추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초서체를 바라보며 시인의 상상은

14. 계묘(癸卯)년 보리흉년① 1963 계묘년이 밝았다. 한 집에 같은 띠가 세 사람이면 무조건 부자로 산다는 바로 그 토끼띠의 해였다. 그러니까 기출씨가 예순한 살, 명촌댁이 마흔아홉, 열찬이가 국민학교 졸업반 열세 살이었다. 환갑을 맞은 기출씨는 이제 모내기를 할 초여름이 되어도 들에 나가지 못 할 정도로 쇠약해있었고 명촌댁은 들일이면 들일, 장날이면 장사, 또 장이 안서는 무심 날에도 복숭아나 찐 고구마를 이고 상북천지를 누비면서 하루하루의 삶과 작은 벌이에 열중할 뿐, 특별히 자식을 챙기거나 무슨 심각한 생각을 하는 일이

슬픈 맘 심마음 心은 심장을 그린 한자이지요신체의 부분을 뜻하는 한자들 중육달月을 쓰지 않는 드문 한자이지요밑에 우는 뜻의 이모티콘을 깔았어요우는 마음이니 슬픈 맘이에요

요즘 화개골짜기 사람들은 찻잎 따느라 정신이 없다. 그동안 날씨가 하도 가물어 찻잎이 예년에 비해 적게 올라온다고들 한다. 그런 것 같다. 필자의 차밭에도 찻잎이 아직 많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필자는 오늘도 차산에서 혼자 찻잎을 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행동이 느리다보니 찻잎을 따는 손 역시 아주 느리다. 지난 해 친구 한 명이 차산에 올라가 함께 차를 따다가 필자의 손동작을 보고 “슬로우 비디오 찍는 것 같다”라고 놀려댔다. “찻잎을 전문적으로 따는 할머니들 10잎 딸 때 한 잎 정도 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마 맞는 말일

13. 굳세어라, 금찬아④이튿날 아침 보리쌀투성이의 아침을 먹고 회사에 간다고 길을 나서자 분옥씨가“금분아, 금찬이언니 회사정문까지 잘 데꼬 가거라.”하면서“금찬이 니는 첫날이라 전신만신 나시고 힘들겠지만 그저 작업반장 시키는 데로 하고 오너라.”찡긋 눈웃음을 보냈다. 금분이하고 나란히 동래시장 앞을 지나 경찰서와 소방서를 비껴 세병교라는 다리를 건너 또 한참이나 걸어가자 금분이가 “언니야, 여가 남문구라카는 데다. 나는 여기 조선견직에 댕기고 언니 니는 저게 있는 작은 방적공장이다. 오늘만 내가 데다줄 테니 잘 봐라.”하면서 공장

금샘 천부산의 진산 모산 주산인 금정산은金井인 금샘에서 온 이름이랍니다산 정상 아래 바위 꼭대기 금샘엔비가 한 달 이상 안내렸어도물이 있으니 신비한 금샘 천입니다

13. 굳세어라, 금찬아③“아이구, 야가 누고? 니 기출이아재 딸, 그 뭐 더라 순찬인가, 금찬이 아이가?”전처럼 할머니를 부축하고 보수천에 놓인 좁은 다리를 조심스레 건너 국제시장 돼지국밥 골목을 지나 깡통시장으로 할머니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러가는 길이었다. 누가 금찬이의 옆구리를 툭 치는데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는 마흔에 가까운 여자가 어디서 본 듯 했다. “아, 아, 작은님이 고모집에...”금찬이가 기억을 상기하며 더듬거리자“그래. 내가 작은님이 둘째 딸 분옥이 아이가? 그런데 금찬이 니는 언제 부산 내려왔노? 벌써 언양촌놈 땟

바랄 탑다보탑 석가탑같은 탑이 아니더라도산에 가면 돌로 쌓은 탑이 많지요모두 나름의 염원을 정성껏 담아 쌓아 올린 희망 탑들입니다저도 소망을 담아 돌 하나 올렸습니다

옛동무 박홍재 햇볕도두꺼워서어린 꿈도 굳어졌다껍질을 벗기는데실꾸리를 풀어 댄다골목길뒤돌아보듯네 모습이 언뜻 뵌다 코로나로 인해 2년이 넘도록 꽁꽁 묶인 생활이었습니다.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듯우리 생활도 함께 강물 풀리듯 풀렸습니다.옛동무들과 만나는 날을 기다립니다.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동안마주 앉는 시간이 그려집니다.정다운 이야기 나누길 바랍니다. ◇박홍재 시인▷경북 포항 기계 출생▷2008년 나래시조 등단▷나래시조시인협회원▷한국시조시인협회원▷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13. 굳세어어라, 금찬아②아아, 얼마나 먹고 싶던 홍시이며 고구마인가? 금찬이의 눈앞에 밤늦도록 잔업을 마치고 나오던 회사 앞의 구멍가게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던 옥수수 빵과 고소한 군고구마 냄새와 진열장의 홍시가 선하게 떠올랐다. 집에 있었다면 흔하지는 않더라도 어렵잖게 먹을 수 있는 그 홍시나 고구마, 하다못해 한겨울에 짚으로 막아놓은 구덩이에서 꺼내어 깎아 먹는 무나 장독간에서 퍼오기만 하면 되는 동치미조차 왜 그렇게 귀하면서 못 견디게 먹고 싶었을까? 보통 아침 여덟 시에 출근해서 저녁 여덟 시에 마치거나 잔업 두 시간을

육각 정네 각 모서리를 깎아 원에 가까운팔각의 수행 공간이 팔각정이라는데 팔각정 아닌 육각정은 무슨 뜻일까요벌들이 육각형의 벌집을 짓고육각수가 좋은 물이라 육각정인가요

반음의 미학 박기철미와 파 또 시와 도 사이가 만일 반음이 아니고 온음이라면음악은 쉽지만 멋없어졌을 것이다반음은 음악 전반을 온통 휘저으며음악을 어지럽히며 아름답게도 만든다우리 인생에도 반음 같은 사이가 있겠다 반음미학 책 원고 脫稿하며 소락체로 썼다박기철 교수의 『반음미학』을 읽었다. ‘인타임’. 2022. 머리가 말랑하던 시절 사진을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인화지 위에 빛과 그림자를 얹어놓는 방법도 배우고. 사진은 언어다, 안셀 아담스의 예술개론도 학습했다. 피사체를 잡아챌 때는 숨을 멈춰야 하는 감각과, 사진의

13. 굳세어라, 금찬아①열두 살 나던 해의 겨울방학, 제법 덩치가 커진 열찬이가 낮잠에서 깨어 숭늉을 마시려고 부엌으로 난 쪽문을 열려다 문득 낯선 오버가 횃대 보 옆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앙증맞게 짤막한 것이 틀림없이 금찬이누나의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금찬이누나가 온 것일까? 아침나절에 진장만디와 각골을 돌며 죽은 나무뿌리 까둥구리를 한 짐 해다 놓고 점심 먹고는 꽃대라는 진달래뿌리를 곡괭이로 한 바지게 캐다 뒷마당에 붓고 한줄기 햇살이 노랗게 반짝이는 아랫방에 들어오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던 열찬이가 흐릿한 눈빛으

호랑이 어슬렁 시내 천부산의 범내골 범일동 범천동엔호랑이인 범이 많았나 봅니다그 동네 산인 호천산에 올랐습니다虎川山이라 쓰더군요호와 천을 하나로 합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