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 가면서 찍은 사진의 시간적 순서대로 글을 씁니다. 그런데 벌써 경기도와 충청북도 땅의 경계를 건너는 사진이 나오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을 더 풍성하게 찍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네요. 100회까지 이 글을 써 가려면 그리 빨리 진도 나가면 안 되겠기에 시간을 돌려 지나간 사진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제가 빠트리면 안 되었을 사진이 보이네요.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 후진 얼굴이 아니라 얼굴 위에 있는 용인시의 슬로건입니다. “세계 최고 선진

해파랑길을 걷다 박홍재 오륙도 갈매기들 응원의 날개짓에모래톱 해당화도 마당여 갯내음도고성 땅 통일전망대 첫발 디뎌 향한다오른편 겨드랑이 동해 한 권 끼고 걷다한 번씩 펼쳐 들고 행간을 읽어본다흰 파도 밑줄을 치면 다시 눈길 멈추고활짝 열린 가슴에는 산길도 스며들고한 마디 건네오는 갯가 사람 이야기들구릿빛 어촌 말투가 발걸음도 잡는다그렇소! 억센 말씨 그러니더! 바뀌면서그렇게 하더래요! 감칠맛이 감겨온다갈매기 울음소리도 토박이말 닮았다-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부구청장이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하더니“송도에서 자체 해결을 한다는군. 아침 먹고 10시쯤 간부들과 청장님이 함께 송도해수욕장을 순찰한다고 하니 이실장님도 이빨만 치고 같이 갑시다.”시계가 벌써 아홉시 반이라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 겨우 이빨만 닦고 “청장님이 가셨으니 설마 길은 뚫렸겠지.부구청장 관용차로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런, 이런 황성옛터가 따로 없네.”미소년처럼 아담한 얼굴에 별로 과장하는 법이 없이 늘 조용하고 담담한 이용호 부구청장이 혀를 끌끌 찼다.“야! 덕성관 옆 바위암벽이 우리 어릴 때처럼 그대로 드러났네.

나와의 약속 때문이라고?나시르마족은 입안과 도덕 사이에 강한 상관성이 있다고 믿는답니다. 그래서 그들은 특정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분가루 액과 함께 막대기가 달린 돼지털 뭉치를 입안에 집어넣고 일련의 동작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 나시르마 족은 어느 족속들일까요? 현대 문명인을 대표하는 미국 사람입니다. 나시르마(Nacirema)의 영어 스펠링을 거꾸로 읽으면 아메리칸(American)이 되니까요. 이 나시르마족 이야기는 무엇을 뜻할까요? 이를 닦지 않는 문화를 가진 미개인들은 문명인의 이 닦는 모습을 아주 괴상하게 볼 것이

인간은 우월한 존재라고?앞에 호모(homo)라는 단어를 붙여서 인간 만의 특성을 나타내는 말들이 무척 많습니다.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인 호모 파베르 등등등… 이 중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가 대표적이지요. 원래 호모란 동성애자(homo sexuality)가 아니라 그리스어로 닮았다는 뜻이라지요.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적 사고를 한다는 점이 닮아서 호모 사피엔스이며, 멀리 있는 자들과 통화한다는 점이 닮아서 호모 텔레포니커스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런 말들은 대개 인간이 우월한 존재임을

쳐다보는 직원들에게 “김 계장, 이영수씨, 위기가 곧 찬스라지 않던가? 당분간 태풍피해복구 현업부서위주로 구정이 돌아갈 텐데 우리는 상황실이라도 제대로 운영해서 우리의 위치를 찾아야지.” 하며 의자 깊숙이 등을 묻으며 “이제 곧 날이 밝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다들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세.” 하며 눈을 감았다. 아침 여섯시. 눈을 뜬 열찬씨는 여직원 둘만 남기고 전직원을 인솔해 등대시장으로 향했다. 3층 건물 계단을 내려와 청사마당에 내려서는 순간 “아이구야!” 누구의 입에서라 할 것도 없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청사의 모

무당벌레 신호철 무당벌레 손등에 앉았다어느 행성에서 머물다 온 별딱딱한 껍질 속이 비치지 않아서 비밀을 넣어두면은빛 날개를 펼쳐 날아가지한 잎 우주의 섬으로다리도 없이 건너와서는 둥그런 어깨가 휘어질 때얇고 빛나는 날개한 철의 유희를 쫓아 숲으로 간다내용을 알 수 없는 점을 치러 간다 신호철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을 읽었다. ‘시와사람’ 2023. 만약, 당신이 타국에서 사십 년을 살았다면 당신의 모국어는 지금 어디쯤일까. 그리고 약간은 흐려졌을 그 모국어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은 또 얼마나 고독할까. 신호철 시인의 시화집 속

다시 엉거주춤 일어서려는데 청 내 방송 스피커가 켜지면서“각 실과에 알립니다. 슈퍼태풍 매미호의 내습을 앞두고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오니 각 실과에서는 이 방송을 듣는 즉시 부서장 또는 주무계장이 소회의실로 참석하고 각 동장은 정 위치에서 근무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소집통보가 와서 행정수첩을 챙겨 바로 소회의실로 향했다. 뉴스보도와 거의 차이가 없는 건설과장의 브리핑에 이어 불참한 몇 과장에 대하여 “이것 좀 봐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 다고 사무관쯤 되는 사람이면 지 알아서 할 것이지,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음복술에 취했단 말이

정신적 의지가 강했다고?노자 도덕경을 읽어 보셨나요? 노자는 공자가 살았던 2500여년 전 중국 춘추 시대에 같이 살았다고 추정되는 무명의 인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노자는 실제 인물이라기보다 노자라는 무명씨가 써서 남겼다고 추정되는 문헌이지요. 한자로 5000여 자밖에 안 되는 짧은 문헌이지만 그 깊이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노자에 담긴 패러다임 전환의 역설(paradox)은 2500여년이 지난 우리 세대에게도 강렬한 떨림과 감동의 울림을 줍니다. 이 시대의 절대적 지배적 보편적 도그마, 이데올로기, 스테레오타입 들을 도끼로 두들기

포옹 이소영 이해가 오해를 꼬옥 껴안는다그리움이 기다림을 부둥켜안는다가슴이 우표가 되는 두근두근 우체국 생각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며 살다 보면 갈등이 없을 순 없겠지요. 이소영 시인의 〈포옹〉을 읽으면 사람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반대편에 있는 ‘이해’와 ‘오해’가 ‘꼬옥 껴안’으면 된다는군요. 그러한 포옹의 원리로 시인의 ‘그리움이 기다림을 부둥켜안’으면 ‘가슴’은 사랑을 담은 ‘우표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우체국’을 ‘두근두근’ 찾아갑니다.◇ 손증호 시인 : ▷2002년 시조문학

길에서 노숙을 했다고?요즘 초등학생들까지 한자 급수 따기가 유행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제대로 알면 급수 취득 만 좋은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집니다. 머릿속 뇌세포에 저장된 파편적 지식들이 사방팔방 복합적으로 연결되니까요. 우리 말은 대개 한자말인데 한자를 모르면 사고력이 빈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한글 전용만 고집한다면 의(義)와 의(醫)를 구분 못하니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 의사냐고 질문하게 되겠지요. 제 자랑같지만 저는 대학생 때 일기를 쓰면서 한자로 된 단어는 무조건 모두 한자로 썼습니다. 모르는 한자는 사전

바 다 석정희 잠자는 바다라고요졸고 있는 바다도 본 일 없습니다밤에는 잠들꺼라 하신다고요밤바다는 더욱 치열하게 바뀌어 갑니다때로는 쉬기도 한다지만아니요 아닙니다 기다림이 있어섭니다잠들지도 졸지도 않고 기다림은깨어 있어 얼싸 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도랑이 개울로 개울이 강으로 강이 바다로 모여모두를 아우른 다음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석정희 시인은▷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창조문학’ 시 등단▷수상 :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대한민국문학대상, 독도문화제 문학대상, 세계시인대회고려문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말자 텔레비전을 켜자“시청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도 덜도 없이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지만 지금 전 국민은 초대형인 제 14호 태풍 매미의 내습에 폭풍전야의 초긴장상태에 빠져있습니다. 9월 12일 오후 3시 935 헥토파스칼 45 미리세컨드, 오후 4시경 제주도에 최 근접해 성산포일대에서 최저해면기압 954.4헥토파스칼, 제주고산에서 최대순간풍속 60.0 미리세컨드로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며 금일 9시 현재 중심기압 930헥토파스칼, 풍속 50미리세컨드로 일본 오키나와 북서

동해의 검푸른 연기에 동남동녀 아득하고(丱角森森東海之蒼煙·관각삼삼동해지창연)/ 상산의 푸른 봉우리에는 붉은 지초 빛나네.紫芝曄曄商山之翠巓·자지엽엽상산지취전)/ 이처럼 당시 진나라를 피할 만한 곳은(等是當時避秦處·등시당시피진처)/ 도원이 가장 좋아 신선이라 하였네.(桃源最號爲神仙·도원최호위신선)/ 시냇물이 다한 곳에 산의 입구가 뚫렸으니(溪流盡處山作口·계류진처산작구)/ 땅이 기름지고 물도 부드러워 좋은 밭이 많았다네.(土膏水軟多良田·토고수연다량전)/ 붉은 삽살개 구름 보고 짖을 때 해는 저물고(紅尨吠雲白日晩·홍방폐운백일만)/ 떨어진

“봐라. 요새 노래가 있제? 윗사람 눈치는 아무나 보나? 아부고 뇌물이고 뭐고 난 그런 기 체질에 안 맞아. 평소 친하던 사람도 출세를 하면 내가 괜히 무얼 신세지고 엄청난 청탁이나 하는 것 같아 보일까 싶어 말도 잘 안 붙여지는 걸 어떡해?”“으이구, 잘났어! 정말 잘 났어...” “태풍은 우째 됐지?” 9월 11일 추석하루전날 눈을 뜨자말자 텔레비전을 켜고 일기예보가 나오는 채널을 찾는 열찬씨를 보고 “저 양반은 아들내미 왔나 안 왔나 보다 태풍을 먼저 찾네.” 영순씨가 핀잔을 하자 “참, 맞다. 간밤에

서울 잠실을 지나 성남 모란을 거쳐 분당입니다. 천당처럼 살기 좋다는 분당에서 우연히 길거리에 흘려진 위의 그림을 주워 보았지요. 3, 4학년 정도의 초딩 그림같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니 돈이 많아 살기 좋은 분당에 온 것이 실감납니다. 이 그림에 적힌 아이의 글이 돈 많은 부자의 삶이니까요. 아이의 글이 참으로 생생해서 다음과 같이 옮겨 봅니다. -저의 꿈은 공정한 판사, 제가 25살 때 공정한 판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이런 멋진 차를 살 겁니다. 차를 사서 멋진 인생을! -저는 돈을 많이 모아서 백만

세 사람이 동시에 탄성을 지르는데‘아, 나는 왜 저 녹두장군, 아니 김모청장처럼 카리스마가 없을까? 나는 왜 저 여자처럼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다가가지 못 하고 만사 멈칫거리기만 할까?’ 마침내 열찬씨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이런! 설마가 사람 잡는다 카디마는 설마, 설마 하다가 기어이 벼락을 맞는구나. 직원여러분 함 들어 보이소.” 출근 하자마자 이영수 기획계주무가 인터넷을 검색하며 소리쳤다. “지난 9월 4일경 미국령 괌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점점 제력을 넓히면서 9월 4일 매미호로 명명된 제 14호 태풍 매미는

위 사진은 서울을 벗어난 직후 제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모대학 앞의 대형 광고판입니다. 여기에 G2 · N3란 Global 2 Project and National 3 Project입니다. 2개 학과를 세계 명문 수준으로, 그리고 3개 학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단지 원대한 드림이 아닌 현실적 비전임을 이 광고판의 모델로 등장한 총장이 실제적으로 강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과연 이 대학의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까요?저는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교 이름을 자신의 호로 바꿀

오늘, 2023년 6월 11일 오후에 건조시키던 발효차를 체로 까불려 부스러기 등은 버리고 차 봉지에 담았다. 11봉지였다.이 발효차는 사연이 있다. 세세한 설명을 하기는 좀 그렇다. 한 달 전인 5월 11일에 악양면 동매리에 있는 신판곤(71)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성프레시젼 대표님의 차밭에서 찻잎을 땄다. 이날 함께 차회를 하는 백경동(57) ‘차사랑’ 회장님과 신 대표님, 그리고 필자 셋이서 오전 8시부터 낮12시까지 땄다. 3kg 정도였다.신 대표님이 필자에게 “이 찻잎으로 발효차를 좀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찻잎이 컸기

여행 짐이 있어야 한다고?예전에 한 어린이 때문에 세 번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놀람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아이가 길을 가다가 하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야 꽃 이쁘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한창 멋도 모르고 말썽꾸러기일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남자 아이가 할 말은 전혀 아니었지요. 그래서 전 좀 의아해서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물었지요. “넌 무슨 남자가 꽃보고 이쁘다고 하니? 이때 그 남자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은 저를 두 번째 놀라게 하였습니다. "저 여자예요!” 그리고 나서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저는 세 번째 놀랐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