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삶의 허무를 키웠다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목련이 필 때쯤이면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최고의 업적우리나라 최대 공업도시는 공장폐수를 버렸다인구 100만 이상 광역시는 생활오수를 버렸다버려진 물은 太和江으로 흘러 똥강이 되었다썩은 내가 진동해 가까이 가지 못할 강이었다2002년부터 대변혁의 막이 올랐다썩은 6급수는 맑은 1급수가 되었다죽음의 똥물은 생명의 젖줄이 되었다드디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찬란한 훌륭한 대단한 최고의 업적이다기적의 업적을 이룬 분들께 敬意를 드린다정말로 본받을 만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땜빵식이나 눈가리고 아웅식으론 실패했겠다성공비결은 임기응변 아니라 근본해결이었다

대통령 선거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Mr 프레지던트로두 번 연이어 선출된 워싱톤은8년 후 권력을 내려놓고 집으로 갔지영국에서처럼 왕이 될 수도 있었는데그런 권력자는 예나 지금이나 거의 없어인류최초 대통령의 쿨한 퇴임으로선거를 통한 민주주의가 뿌리 내렸지200여년 넘게 미국엔 독재와 쿠테타 없어선거가 없다면 전쟁이 많아질 수밖에전쟁을 대체하는 선거가 수억 명 살렸지선거는 사람을 죽이진 않아도 전쟁같기에선거가 전쟁처럼 무지하게 격해지게 되지2500여년 전 아테네에선 제비뽑기로1년 임기 아르콘 執政官을 뽑았다는데대통령도 그리 선출하면 좋을까

나무들 대화너 어째 좀 이상하다뭔 색깔이 그래우리처럼 누렇지 않고 녹색이야나 돌연변이야나뭇잎 부실해 광합성 부족해내가 아예 나섰어우린 겨울에 쉬는데너는 지금도 열심이네쉬지도 못하고 힘들겠다먹고 살려니 어떡해너네도 나처럼 될 수 있어별로 좋은 건 아닐지라도

3월 29일, 아침 7시 약간 못 돼 차산에 올라갔다. 고사리가 조금 올라와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겨울부터 계속 가물다가 며칠 전 비가 내렸고, 화개 십리벚꽃길에 꽃이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날도 추워 벚꽃 역시 예전에 비해 좀 늦게 피었다.고사리가 일찍 올라오는 자리를 대충 알고 있기에 둘러보니 보이질 않았다. 고사리가 올라오는 장소가 넓지 않아 돌아다니며 보니 그래도 한두 개씩 보였다. 완전 자라나지는 않았지만 꺾었다. 그러면서 오른 손에 들고 있는 낫으로 잘라놓은 억새 등 잡초들이 바람에 날려 차나무를 덮고 있는 게

잊지 마시길結者解之라 했습니다묶은 자가 풀어야지요산 정상에서 야무지게 묶었다면나중에 당연하게 풀어야 하겠지요묶고나서 나 몰라라 풀지 않으면 쓰레기로 떨어져 미세 플라스틱 됩니다후에 풀려는 의도나 계획이 없다면애시당초 묶으면 아니 되옵니다結者忘解 忘者必凶 묶은 자가 푸는 것을 잊는다면 잊은 자는 필히 흉하게 되는 법입니다묶으신 분들은 풀기를 잊지 않도록사람마마 부디 洞燭해 주시옵소서

높고 낮은 산나는 높은 산보다 낮은 산이 좋다童山 오르기는 내 일상적 취미다가마솥 釜를 쓰는 釜山답게 부산엔 가마솥처럼 생긴 나지막한 동산이 많다白楊山을 동산이라 하면 안어울린다부산에서 금정산 다음 두 번째 높다그래도 千m는 안되니 高山은 아니다내가 왜 쓸데없이 산 높이를 따지나산이야 높으면 높고 낮으면 낮지높은 고산이면 높은 산대로 좋고낮은 동산이면 낮은 산대로 좋아

가까운 현실항구 밖 바다에 정박해 있는 배들한 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멀리서 보면 다 그런 법이다가까이 가면 꼭 그렇친 않다치열한 인생이 있고 고단한 현실이 있다고뇌가 들끓으며 욕망이 이글거린다멀리서는 희극 가까이서는 비극이라던가멀리서 보면 멋지고 가까이서 보면 거칠다인간의 五慾七情은 먼 대상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에 있다외면할 수 사양할 수 거부할 수 없는현실은 저 먼 풍경 속 가까운 데 있다

심한 괴로움옻닭을 수십 마리 먹었어도 까딱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말이다옻과 계피를 끓여 마신 후 걸려 버렸다옻나무보다 세다는 옻껍질을 다려서인가내 몸이 옻 타는 체질로 바뀌어서인가가렵다는 게 이리도 괴로운지 첨 알았다옻 오르고 나면 回春한다는데 浪說이겠다회춘이고 뭐고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지리산 화개동에 소재한 목압서사(木鴨書舍)가 매달 개최하고 있는 ‘2022년 3월 인문학 초청특강’이 25일 오후 6시 서사 내 연빙재(淵氷齋)에서 열렸다. 강의 주제는 ‘옛책(고서) 장정의 이해와 실습‘이었다.지금까지 주로 인문학 전공 학자들을 초빙해 특강을 가졌으나 이번 강좌는 이론과 실기가 병행돼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초청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옛책(古書) 장정(裝幀) 장인(匠人)인 팔령(八嶺) 강안구(姜安求·62) 선생이었다.강의를 한 날짜는 그동안 너무 가물다 비 소식이 있는 날이었다. 강의 시작 전에 비

유선의 추억한 때는 줄지어서 이용했었다지금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다새 천년 새 시대를 맞이하야古物은 아닌데 退物이 되었다대개 통신은 無線으로 운행중有線 풍경은 흑백으로 떠오른다앞으로 이십년 후는 어찌 될까가슴은 벅찬데 머리는 터진다

인간의 능력192미터 동산 靈長山 아래아름다운 샘인 嘉泉이 있다가천대학교 가천관 바로 앞에 無限이라는 명제의 조각물이 있다아마도 이 조각물 의뢰인의 선언처럼무한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는 티끌같으나무한 우주를 살피는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정말로 무한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 많다무한은 커녕 눈앞에만 매인 인간도 많다나는 그저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고 싶다무한을 꿈꾸기엔 내 능력도 내 의지도 없다다만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는 본성이 살아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 목압서사에서 악양면 정서리에 있는 덕선방앗간으로 녹차씨를 가져갔다. 화개면에는 화개방앗간 한 곳만 있는데, 녹차씨 기름을 짜지 않는다. 해마다 악양의 방앗간에서 녹차씨 기름을 짜 마시고 있다.30kg 되는 녹차씨를 보름가량 햇빛에 말리면서 겉껍질을 벗긴 후 속껍질 채 바짝 말려서 가져간 것이다. 작은 ‘다라이’로 하나 가득 좀 못되는 양이었다.주인 할머니(80)께서 방안에 누워계시다 나와 기계에 스위치를 올렸다. 껍질 벗기는 기계에 녹차씨를 넣고 짧은 막대기로 꾹꾹 누르셨다. 롤러가 양

까치 가라사대어이 비둘기들 너네는 어째 집이 없냐그냥 대충 아무 데서나 자는구나우리가 보기엔 무척 불쌍해 보여한 땐 평화의 상징으로 불렸는데지금은 후진 닭둘기로 전락했다며인간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결과야인간이 먹을 걸 주면 떼로 몰려 가지우리 까치들은 절대 그리 살지 않아인간한테 다가가는 일이 아예 없어인간과 딱 선을 긋고 도도히 살아 가지우린 높은 곳에 집도 지으며 살아그대들이랑 라이프 스타일이 완전 달라 너네 혹시 네안데르탈인 같은 새인가그럼 우린 크로마뇽인 닮은 새일지도 몰라

훌륭한 어른산에서 쓰레기 줍는 일에 나보다한참 高手이신 어르신을 만났다大母山에서 매일 쓰레기 주우신단다월남전 때 가슴에 총탄을 맞았어도살아난 국가유공자라고 하신다여든을 바라보지만 아직 건강하기에산에서 청소하는 일이 보람 있단다어르신 소망 그대로 후손들에게 훌륭한 할아버지로 기억될 것이다어르신 뜻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덕분에 수어대모산에서 쓰레기 주우며 올라 가는데동그랗고 자그마한 게 눈에 띄었다손 동작 그림 밑에 덕분에라고 쓰여 있다누군가에게 감사 표현 위해 만든 것같다손 동작은 덕분에를 나타내는 手語다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손 동작 모양으로자신을 나타내신 手印처럼 보인다그런데작더라도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산이 더럽혀지며 물도 더럽혀진다위 문장에서 때문에를 수어로 나타내면상대방을 인정하는 듯 보이는 덕분에와 달리뭔지 경계하는 듯 보이는 모양이 될 것같다시각언어인 수어를 배우며 알아봐야 하겠다

졸업의 의미어느 일정한 한 단위를 마치면 종업식이지마칠 終 자를 쓰는 세레머니야실 糸로 묶듯 한 단위의 마침을 축하하지終講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한 단위의 배움을 마쳤다는 뜻이지회사에선 1년 한 단위 마치면 종업식 하지그런데 종업식과 다른 졸업식은 뭘까하나를 마친 終이고 마쳐서 죽은 卒이야종업은 하나의 단위를 마치고 다음에 같이 시작해졸업은 하나를 마쳐서 죽으니 다음에 달리 시작해달리 시작하면 가장 낮은 쫄인 卒부터 시작해초딩 6학년이 저 졸업문 지나면 중딩 1학년 되지

넓은 운동장1976년 경기고를 시작으로 강북에 있던 18개 주요 고등학교들이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양천 강서구로 이전했다1980년 나의 모교 서울고도 서초동으로 옮겼다부동산 가치 측면에서 가장 노른자 땅에 입지한 학교는 1978년 옮긴 徽文高같다서울의 타임스퀘어라는 테헤란로 삼성역에서조금 올라간 언덕마루에 훤하게 자리잡고 있다건물로 빼곡한 강남구에서 운동장이 아주 넓다바로 옆에는 현대자동차 강남 오피스가 있다저 땅이 언제까지 운동장으로 남을 수 있을까閔泳徽 설립자는 저승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보수적 생각일런지 전향적 생각일는지 궁금하

3월 17일 오전 9시 못 되어 필자는 부산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남 고성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비는 1만1000원이었다. 전날 부산에 볼 일이 있어 화개공용버스터미널에서 오전 9시45분 버스로 부산으로 갔다. 일을 보고 남천동 여동생 아파트에서 잠을 잤던 것이다.고성으로 가는 버스는 남마산 시외버스터미널에 들어가 잠시 쉰 후 고성 배둔터미널에 들러 손님을 내려주고 고성터미널에 오전 10시 30분경에 도착했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하동 화개에서 예술인들이 타고 오는 차에 합류하기도 되어 있었다. 전화를 하니 “이제 하

팻말자 역설이 걸 보며 이발사 역설이 떠올랐다마을에서 단 한 명의 이발사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한테만 면도하고스스로 면도하는 사람한테는 면도하지 않는다 했다그런데 다음 질문으로 역설적 모순이 발생한다이발사는 스스로 면도하는가이발사 스스로 면도한다면 그는 면도할 수 없다스스로 면도하지 않는다면 그는 스스로 면도해야 한다이발사 자신을 넣으면 역설이 발생하듯이이 팻말을 산에 깐 사람을 넣어도 역설이 발생한다스스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스스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팻말을 금방 회수하지 않는다면 쓰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