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첩국 아지매 박홍재 강바닥 우려내 향 양동이 이고 간다똬리가 받쳐줘도 눌린 만큼 힘겹다간신히-재첩국 사이소!골목 안이 아려온다한 그릇 파는 동안 동동 뜨는 채첩 국물휘휘 저어 국자 그득 덤으로 퍼주면서애절히-구수합니데이!고무줄을 묶는다담장을 끼고 돌면 우리 집 앞 골목 같다아이들 대문 앞에 기다리는 착각 속에까무룩-어쩐 일인가?헛된 꿈을 잠시 꾼다남의 허기 달래주면 내 허기는 질러온다마지막 남은 국물 짜내듯이 외쳐본다악물고-해장하이소!길긴 메아리 울린다- 시조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에서 이제는 재

23. 위로 아래로, 힘겨운 동행③하며 고생하는 실무진과 일일이 인사하며 커피를 마시는데“어이, 가과장. 니는 뭐 잘 한 거 있다고 그래 히히덕거리고 앉았노? 우리 마누라 옆에서 당장 안 나오나?”어느 새 나타난 구청장이 꼭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모양이었다. 첫날의 불상사와는 달리 이틀간의 축제는 뜻밖에도 아주 순조롭게 끝이 나고 구청장도 더 이상 잔소리를 하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월요일간부회의에서 가 대체로 차분하게 잘 끝났는데 개막식 날 날씨가 너무 더워 참석자들이 더위를 먹

마음을 채우는 이 있어 신달자 그대 언 땅을 걸어 칼바람 두르고 겨울을 걸어왔나헛헛한 마음가는 바람에도 흔들거렸는데남은 시간 손뼘으로 재며 입술이 떨리기도 했는데마음은 차츰 줄어 자꾸 작아지기도 했는데비쩍 마른 공간 때때로 눈물이 흘러 살얼음이 돌기도 했는데누가 오셨기에이리 내 마음이 퍼지며 커지며 꽉 차는 건지요나 아프단 소식 듣고언 땅도 풀어 버리고 한달음에 달려온 봄이여! 신달자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을 읽었다. ‘민음사’ 2023. 시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란 생각은 없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공

23. 위로 아래로, 힘겨운 동행②열찬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청하더니 마치 구청장이 퇴근할 때 수행비서나 총무과장이 하듯 공손하게 차문을 열어주며“조심해서 가시게나. 김기사, 과장님 잘 모시세요.”손을 흔들며 박람회장으로 들어섰다. 거기에서 전국의 기초단체장들이 1박2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부산에 돌아온 열찬씨는 모처럼 언제 사람을 불러들여 무엇을 지시할지 모른 구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홀가분하고 편안한 금요일을 보내고 느긋하게 하루를 쉰 뒤 마침내 완성된 새 족보책을 들고 삼동의 다래등에 있는 선산으로 향했다.

맺음말쓸모없는 창의한자 쓸모있음1년 365일 everyday 매일 하나씩 글쓰기가 이제는 저의 일상 생활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그렇게 매일 글쓰기 한 것을 모아 매년 전자책(e-book)으로도 발간한 책 리스트입니다. ①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2014). ②아~쓰레기: 쓰레기에 관한 1년 365일 everyday 인문생태학 관점의 보고서(2016). ③공양: 어느 생명체가 자기를 내게 주어供 나를 기른養 1년 365일 everyday 인문생태학 차원의 먹경經(2019). ④소락: 1년 365일 everyday 소박한 즐

물방울 속의 사랑 권갑하 갈 수 있겠니, 둥글게 지붕을 얹고벽조차 문이 되고문마저 하늘이 되는빈속이,헛것이 아닌,사라져도 다시 뭉쳐질얼마나 좋겠니, 물방울처럼 투명하게우리 하나로 맺혀질 수 있다면서로가 제 얼굴처럼 비춰질 수 있다면만날 수 있겠니, 다시설렘만으로세상의 그곳, 그 눈빛 맑은 곳으로길 하나 낼 수 있겠니마음에마음이 가닿는 오늘은 ‘벽조차 문이 되고’ ‘문마저 하늘이 되는’ 권갑하 시인의 〈물방울 속의 사랑〉을 만납니다. ‘물방울처럼 투명하게’ ‘하나로 맺혀질 수 있’는 사랑을 꿈꾸고 있군요. ‘설렘만으로’도 ‘마음에 마

빗장을 풀고-이렇게 살고 싶어- 석정희 이제는 빗장을 풀겠습니다.어둡고 험한 세상 살면서가리고 잠궜던마음의 빗장을 풀겠습니다언제나 함께하시는 님늘 곁에 계셔산 설고 물 선 곳도평안히 나서겠습니다두려움으로 의심하던 마음지워버리고믿고 의지하며 님을 따르겠습니다이제는 마음의 빗장을 풀고님의 손에 붙들려 가는그 길로만 나서겠습니다 ◇ 석정희 시인은▷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창조문학’ 시 등단,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대한민국문학대상, 독도문화제 문학대상, 세계시인대회고려문학 본상, 유관순

23. 위로 아래로, 힘겨운 동행①추석이 끝나자 말자 이천의 도자기축제가 열리고 거기서 몇몇 기초단체장의 회동이 있어 총무과에서 수행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었다. 출발 하루 전날 가칭 수목원의 시설을 어떤 패턴으로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문화관광과의 세 관계자를 불러 의논을 하던 중“청장님, 조각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출품작을 천만갑 교수가 몇 점 준다고 했고, 설치방식은 전에 천 교수님의 추천으로 과장님과 정병진씨가 갔다 온 김포조각공원을 참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기존의 공원의 여백에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

마지막 파이날 끝 1년 365일 매일 Everyday 써왔던 창의한자를 오늘로 끝낸다이젠 매일 안써도 된다는 편안한 기분도 들지만 안쓰면 왠지 허전한 기분도 든다한 해를 끝내니 새 해의 창의를 해야겠다

이 자리 호스트 나 칭구들을 소락미술관으로 초대했다백주와 함께 코스 별로 안주를 냈다별 요리도 아닌데 칭구들이 맛있게 먹었다그렇게 즐겁게 노닥거리며 먹고 마셨다여기서 나는 즐겁게 대접한 호스트였다

22. 뉴질랜드 기념비③“아, 참!”열찬씨가 커피 잔을 탁자에 놓았다.“우리 정병진주무가 그 자리가 터가 세다더니 오늘 액땜을 한 거로구나. 이제 만사가 잘 풀리겠지.”하니 정병진씨가 빙긋 웃었다. 그날 건설과장팀이 함양에서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아담하고 기품이 있는 자연석하나를 구해 오고 이튿날 현장을 확인한 구청장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거북석 자체가 가로 60cm정도이고 기단석도 1m이하라 표지도 기념석 아래에 과장명패 만하게 가로로 하고 문안도 간단하게 한국전쟁 뉴질랜드 참전 기념비 1991. 9 오클랜드 재향군인회 라고 작성

껄렁껄렁할 껄 중학교 3학년 얼라가 어디서 저런 뭘 먹고 저리도 껄렁해진 걸까모자는 대충 얹고 다리는 건방지게 꼬고어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지금도 나는 저렇게 껄렁대며 산다

22. 뉴질랜드 기념비②“저는 뉴질랜드 영사 로이 퍼거슨입니다.”건네주는 명함을 대충 읽으며“저는 문화관광과장 이열찬입니다.”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혹시 무슨 일로?”본격적인 용건에 들어갔다. 퍼거슨영사의 첫마디는 자신은 한국과 뉴질랜드의 오래 된 동맹관계를 잘 안다고 운을 떼었다. 아하, 그러니까 6.25 참전을 말하는 구나, 국민학교 3학년 땐가 처음 지리를 배울 때 교실 벽 한 쪽에 세계전도를 걸고 참전 16개국을 표시해 한국까지 색종이로 연결하던 생각을 떠올리는데“그 중에서도 이곳 부산 송도가 한국과 뉴질랜드의 관계에 가장

4이정식은 사업 2년차에 접어들자 화물운수회사로서의 토대를 차근차근 구축했다. 제 1차에 이어 정부의 제 2차 경제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건설 관련 물량이 대폭 증가했고 수출입 화물의 규모 또한 계속 팽창하는 추세였다. 이정식은 덕희의 양장점을 연락처로 삼다가 교통 요지인 충무동에 사무실을 따로 얻었고, 자신의 트럭을 맡을 기사를 채용했다. 화물운송 알선사업 분야로 손을 뻗기 위해서였다. 바야흐로 때를 만난 것이었다. 항만 관련 종사자와 해운업계 인맥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그의 큰 경쟁력이 되었다. 그는 기존 계약물량의

22. 뉴질랜드 기념비① 이어 음력 7월 보름 전에 하는 문중벌초가 닥쳤다.백찬씨의 연락을 받은 열찬씨가 둔터의 집결지로 가서 문중원들이 모이기를 기다려“자, 저 아래 못가로 다들 내려갑시다.”댐으로 마을이 수몰되는 바람에 출강인가 이웃마을로 이사 간 노부부가 댐 건너 윤동골에 남은 골짝 논 몇 마지기를 부치려고 댐 양가의 큰 나무에 밧줄을 고정시키고 그 아래로 두꺼운 판자로 만든 뗏목 배를 타고 드나들던 나루터에 집결시켰다. 그간 30년 너머 잘 타고 다니던 뗏목배가 농사짓는 노인이 죽고 골짝 논이 묵으면서 3,4년 전부터 그냥

입안에 척척 감기는 맛 무슨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없다그냥 내 생각 대로 대충 하면 된다양파와 파를 돼지고기랑 같이 볶은 후김치를 넣고 물 부어 끓이면 된다요거 한 그릇 만으로 밥도둑이 된다

지역 문학예술지 고성 근대 첫 어린이문학인 김재홍차 수 민 1. 들머리고성 지역 근대 어린이문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은 지금껏 체계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게다가 개별 작품과 작가 연구 또한 초기 단계에 머문 실정이다. 글쓴이는 김형두의 기행수필 연구1)를 처음으로 그의 초기 어린이문학에 관한 글을 더하여 『장소시학』 창간호2)에 실었다. 그 일의 둘레길에서 만난 이가 김재홍이다.김재홍金在洪은 나라잃은시대 경남 고성을 무대로 활동한 아동문학인이자 시인이었으며 지역의 청년 활동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전반적인 삶은 물론 출생과 생몰 연

칭구에게 주는 호 서울고 동창이자 산악회 회장이던칭구 치복이가 호를 지어달라 했다칭구의 인생관을 들은 나는 늦게나마 몇달 만에 호를 지어 주었다칭구도 즐거워 하고 나도 즐겁다

21. 굼꾸는 을지연습⑤평소의 청장님이 귀공자엘리트답게 어느 정도 보수적이고 국수(國粹)적이라 일본을 배척하다 못 해 증오하는 것은 늘 보아오던 터이라 직원들이다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그 다음에 말입니다.”마치 당시 상황을 재연하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문득 말을 끊고 한참이나 뜸을 들여 직원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긴장하는 순간“보세요, 세무과장님!”“예, 청장님.”“과장님은 과장실 창문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나요?”“예. 뭐 꽃이랑 나무들이 있지요.”“그래요?”또 한참이나 뜸을 들인 뒤“그럼 총무과장님?”“

21. 꿈꾸는 을지연습④이렇게 쉬이 갈 길 오기는 왜 왔으며이렇게 슬피 울 걸 죽기는 왜 죽었나?조그만 비석에 쓴 비문이 가슴을 찌르는 지라“종현씨, 사진 좀 찍게. 비문이 기가 막히네. 진짜 마지막으로 한 건 건졌는데 남의 관할이라 우짤 수도 없고...”하며 그 글이 어디선가 한 번 본적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읽으니 새삼 가슴을 찌르는구나 하면서 원전(原典)을 떠올리느라 골똘히 생각에 파묻혔다. 을지연습이 끝난 월요일 아침 간부회의를 마치고 와 계장회의를 끝낸 열찬씨가 탁상달력을 꺼내놓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