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장소시 가락기 1- 안골포 왜성 외 32편박 태 일 바다가 밀려 왔다.사람들이 만든 길바다가 밀리는 곳에서부터 술래가 되고 싶은아낙들은 하나둘 갯가로 나왔다.바다가 밀려와서계집 하나 회임하기를눈 푸르고 키 큰 계집.안골포 아낙들은 서둘러 불을 껐고일없이 잔을 비우며 마을 사내들은 어린 딸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 가락기 2- 양동리 고분한여름 모기들이 물러간 동리 길로하나둘 돌아왔다.바다로 나간 사람소를 몰고 떠났던 사람삼십 리 고갯길이 어두워지면서 집들은 바다 쪽 봉창을 닫았다.양동리 저녁은 쉽게 내려서 사람들 길은 어둡고숨

이런 일 다시 없게 -반지하 참변의 기억으로 석정희 2022년 여름은 잔혹했다시간당 100밀리미터의 폭우에무너져버린 고요한 아침의 나라열방의 열 두번째 부를 누리는우리의 삶이 무너지며맥없이 앗겨버린 삶의 터전딴나라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몬순폭우로 물에 잠기거나 흙더미에 묻혀성경에나 기록될만한 기상이변이라기도 하며...영화'기생충'의 반지하주택으로 알려진한 가족들의 애환은 낭만이었지만무덤이 되어 물에 잠기는 참변장애를 가진 두 딸과 어머니가 살던침수로 세 목숨 앗은 반지하 주택우리들의 비극이 되었다복구를 위한 봉

7. 고독한 천재의 죽음③생각할수록 찜찜한 기분으로 부산으로 내려와 출근을 했지만 사무실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집에서도 누가 뒤통수를 당기는 것처럼 자꾸만 영주 쪽이 돌아 보이며 도무지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수요일 오후에 오늘은 기분도 전환할 겸 중앙동 빛남출판사로 가서 원로 시인들도 만나고 에서 두부 전을 안주로 소주나 한잔하면서 갑갑한 심정을 좀 토로해볼까 생각하는데 KBS 부산방송국이라며 전화가 왔다. 매주 금요일 부산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 PD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전에 부산문화방송의 에 자주

만나 뵈어 아는 알 혹시 난 알아 할 때 알이한자인 아뢸 謁에서 온 걸까만나 뵈어 알현하면 알게 된다억지로 우리말에 한자를 갔다 붙이는漢字附會일지 모르지만 그럴 듯도 하다

물에 잠겨 모를 몰혹시 나 몰라 할 때 몰이한자인 잠길 沒에서 온 걸까물에 잠겨 침몰하면 모르게 된다억지로 우리말에 한자를 갔다 붙이는漢字附會일지 모르지만 그럴 듯도 하다

고성 장소시 솔섬 외 1편박 태 일 갯쑥이 웃자란 모래 두둑을 따라길은 산뿌리까지 가서 끝을 둘로 갈랐다말똥게 구멍이 머금은 건 날물인가굴쩍에 올라앉은 볕살이 희다보리누름 자란바다 감싱이 들고푸른빛 단청 하늘엔상날상날 배추나비배 끊긴 솔섬에선때 아닌 울닭 소리.* 당목 할메혼자 살 마련은 아니었지만홀로 된 나날이 분답지는 않았다마음 가끔 밑술에 낙을 걸고 오늘도 통발 반 장어를 들였다파도 축항을 돌아가 바람막이 곰솔을 키우는 동안아들은 자라 무얼 할꼬 날 좋은 여름대처 손님 어째 내려올 때면아주머니, 시답잖은 말머리에도 놀라 그릇귀

7. 고독한 천재의 죽음②순간 열찬씨는 형 일찬씨의 국민학교동창인 상찬씨의 처인 류길자 형수가 들려둔 일찬씨의 동창회참석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그러니까 어머니명촌댁이 돌아가셨을 때 버든의 사촌형들의 도움, 열찬씨에 딸린 많은 문상객의 도움으로 무난히 진장에 산소를 쓰고 장례를 잘 치르자 이듬해 여름 큰마음 먹고 집안의 벌초에 참석해 마침 언양에서 개최하는 동창회에 참석을 했다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게 수인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는데 제각각 자신의 돈벌이와 직책과 자식들을 자랑하며 서로 감탄과 칭찬을 주고받는 판에

고성 장소시 무이산 문수암 외 1편- 박태일에게황 동 규 저 만 쌍의 눈을 뜨고 깜박이는 남해 바다이처럼 한눈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입구의 어두운 동백들 때문일까.청담靑潭이 살다 관뒀다는 기호記號, 사리탑에서 내려다 보면언젠가 시력 끊겨도 몇 년은 게속 보일저 환한 자란만灣, 떠도는 저 배들 저 부푼 구룸들 저 잔물결들자세히 보면 자란섬 뒤로 나비섬 누운 섬, 떠다니는 섬들도 있다.청담 스님이 슬쩍 자리를 비워준다 해도감을래야 감을 수 없는 이곳에 눈을 파묻지는 않으리.뒤에 문득 기척 있어동백이 떨어진다.동백 뒤에 청담이 나오면 청

7. 고독한 천재의 죽음①“왔나?”영주제일병원의 병실로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위중하다는 환자 일찬씨가 맨 먼저 입을 열었다. 초췌하기는 했지만 눈이 반짝반짝한 것이 아직도 정신은 멀쩡한 모양이었다. 형수 김해댁은 집에 볼일이 있다고 울산의 백찬씨가 도착하자마자 환자를 맡기고 가버리고 말수가 적은 백찬씨가 그냥 눈만 멀뚱거리며 무거운 침묵을 감당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야, 열찬아, 아니 인자 슬비애비라 해야 되나? 내가 인자 죽기는 죽을 모양인갑다.간밤 꿈에 난 데 없는 버든의 화산김손이 나타나서 농악마당처럼 울긋불긋한 고깔을 쓰고

핵을 건드리는 사람 인 20세기 전반엔 원자핵을 건드렸다20세기 후반엔 세포핵을 건드렸다물질과 생명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만지고 다루며 건드리는 호모 사피엔스는 신적 경지의 인간인 Homo deus가 되었는데

6. 부민동 시절 - 비오는 날의 연가②아이의 입대 이후 열찬씨는 문득 태풍전야처럼 고요한 정적,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에도 별로 힘들거나 난감한 일이 없고 구청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딸의 취직과 정석이 입대이후 생활비도 덜 들어 모녀는 각자의 적금을 붓는데 여념이 없었다.그 막간을 이용해서 열찬씨는 제 4시집 《끊어진 하늘》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 이듬 해 쯤에는 구청의 과장으로 발령이 날 것 같고 그렇다면 이미 사무관승진 7년차가 되는 자신도 4급 서기관승진을 목표로 정신없이

푹신한 쓰레기 방석 석가모니 부처님께선 들판의 단에앉으셔 법을 설하셨으니 野壇法席이다나는 쓰레기 담긴 비닐봉지를 깔고 앉아산따라 쓰따라 유툽 동영상을 찍었으니허접해도 푹신한 랄대방석(垃袋方席)이다

고성 장소시 고향을 두고 살며 외 1편이 문 형 일하다 우뚝서는 황소의 젖은 눈망울 속빙그르돌고 있는 아, 그 산 들녘오늘도멍 해지는 버릇날로 늘어 가누나.* 문수암 기행 보나마나 암자 찾는 길손 몇 올라간 뒤,놀란 다람쥐 눈가을 단풍에 붉어라. 발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너부죽이 엎쳤네.부푼 남해 물이야 본체만체 제쳐두고 불상에 저쑵는 시주그 사연 알길 없고 벼랑 끝 힐끗 굽어 보니 오금 저려 간지럽다.***『소가야의 억새밭』(이문형․ 선정주 이인 사화집), 서문당, 1990, 36쪽. **『제일 낮은 음계』, 도서출판 춘강, 199

6. 부민동 시절 ⑥비오는 날의 연가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새봄이 오자 부민산까치고개 일대에는 아연 활기가 감돌았다. 이제 쓰레기더미가 거의 없이 곳곳에 알록달록한 그래픽이 된 산복도로를 넘어 좁다란 골목길을 올라가는 아미고개 입구의 어린이 놀이터에 그려진 밝고 커다란 해님과 아기코끼리의 그림을 지나가면 남으로 부민산, 북으로 부용산의 발치를 감도는 1km에 달하는 오솔길이 일부는 나무 계단 길로, 일부는 모래를 넣은 마대로 쌓거나 작은 돌다리를 놓은 아기자기한 산책로로 조성되고 길옆에는 노란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가 피고 알록달록한

신발 갈아 탈 혁신 革은 펴진 가죽을 그린 상형한자다가죽으로 발을 싼 신발을 만든다요즘은 인조합성 皮革으로도 만든다신던 가죽 신발을 이제 보내고합성 피혁 신발로 갈아 타서 신었다

낙동강 박홍재 고당봉 정수리를 멀찌감치 바라보며김해 들 넓은 터를 무람없이 쟁이면서꼬리를 살랑거리며 바다 끝을 잡고 있다골마다 피는 안개 다독여 품은 소식풀었다 감으면서 힐끗힐끗 돌아보다산줄기 너울 능선에 풀어놓은 너스레꽃대를 올려놓고 뭇 생명 불러 모아허기진 젖은 가슴 등을 쓸어 다독이며어깨를 들썩이면서 신명 풀며 흐른다- 2022년 세종 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낙동강이 황지못에서 발원하여 부산 하구언에 닿는다.그 시간이 한 달 동안 흐른다고 한다.그러면서 골마다 인심과 풍경을 보면서 흐른다.삶을 몸소 겪

6. 부민동 시절⑤한 농부의 죽음이 세월을 재촉하듯이 이내 가을이 오고 있었다. 오랜 도심 부민동의 길목마다 부스럼처럼 거친 등걸 때문에 버짐나무라고도 불리는 늙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손바닥보다도 넓은 낙엽이 포도를 덥고 간혹 하수구의 뚜껑에 떨어진 낙엽하나가 묘하게 캐나다의 국기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이제 두꺼운 외투와 부츠차림의 연인들은 흐릿한 가로등빛을 받으며 로키산맥처럼 차갑고 우울한 겨울나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공공근로사업은 대성공으로 끝나 담당 김철규씨가 표창을 받았지만 단체통합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열찬씨는 마침내 약간

생각 밖 모를 몰 럴수럴수 이럴수가 완전 생각 밖이다머리로 알고 먹었던 부위가 지느러미라니머리는 다리 가까이 눈과 입 달린 부위라니그래서 오징어는 머리 頭 발 足 두족류구나난 또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이 살고 있을까

백중(伯仲)이 함께 오다가 둘째만 홀로 돌아가니(伯仲同來仲獨歸·백중동래중독귀)장차 어머님께 무슨 말로 아뢸 수 있을까.(欲將何語報慈闈·욕장하어보자위)두견새 울음소리 청산을 찢는데(啼鵑一□靑山裂·제견일□청산렬)눈물 젖은 색동옷 며칠이 가도 마를 줄 모르네.(淚濕班衣幾日晞·루습반의기일희)위의 시는 조선조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오시수(吳始壽·1632~1681)의 시 「포천별이중(抱川別二仲)」으로, 그의 문집인 『수촌집(水邨集)』 권2의 시(詩)에 실려 있다. 셋째 행의 네 번째 글자가 한국문집총간에도 결실돼 있다.오시수가 경기도 포천에

고성 장소시 고향 외 1편최 우 림 “천하에 불효막심할……”면상에 대뜸 앵기던,어머니 어머니가저녁놀 후광하고치켜 든부지깽이 끝피어 오른 저 연기.* 성묘아버지 할아버지무덤의 사이 산길.햇빛이 잔디 위를뒹굴며 까르르 웃고,이따금 까치밥들이내 발끝 밟히네.***『후일』, 제일문화사, 1980, 72쪽.**『후일』, 제일문화사, 1980, 73쪽. ※ 『장소시학』은 본지와 콘텐츠 제휴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