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 김윤배 물소리는 생애를 멀리 돌아나간다모든 생애는 허술하게 늙어간다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물소리를 생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 수 없을지도 모른다청천에서는 고백 없이도 절망 할 수 있겠다 김윤배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을 읽었다. ‘별꽃’ 2023.새벽에 몸을 깨워 시인의 아름다운, 절망의 고백서를 읽는다. 아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거나 사라지는 생성의 소리를 듣는다. 어쩔 수 없는 것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그러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질주이거나 유혹이다. “진화는 당돌하고 예측 불가고 예민”한

순전히 돌로 된 돌산 우리네 숲산이나 몽골의 풀산과 다르다거의 99% 이상 돌로 된 돌산이다풀은 아주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도로가 있어서 오를 수 있었지산길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산이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⑧연설자 모두가 참석자에 대한 공치사는 물론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회를 준비해준 관계자의 노고까지 치하하느라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어 열찬씨나 담당계장은 물론 구청장까지 시계를 흘낏거렸다. 마침내 이미 승선이 통보된 관내 주요기관장님들이 미리 준비된 배에 타고 잠시 송도어촌계의 해상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대보름달님과 천지신명과 남해용왕님에 대한 고사를 지내고 축문을 읽은 뒤 달집에 점화를 하겠다고 내빈들에게 이동통보를 하려는 순간“과, 과장님. 김허남 전 위원께서 방금 도착했습니다!”고명석 계장이 쪽지를 넣어주

주님의 길 가르치소서 석정희 갈길을 찾아 갈릴리주님의 길 가르치소서갈곳을 정해 갈릴리주여 인도하소서어려움 당할 때도움되어 주시고슬픔이 닥쳤을 땐위로하여 주소서잘못은 너그러우심으로용서로 감싸은혜 베푸심 믿고의지하는 삶이 되게 하셔핍박을 이겨갈보리 길의 십자가지듯 견디며면류관 받기 원합니다머리가 되시는 주님우리의 눈과 귀 되시오니바로 보고 바로 들어말씀 전파하며우렁찬 나팔소리 속영생의 길 가게 하소서 ◇ 석정희 시인은▷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창조문학’ 등단,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대

손들며 반길 반 외국인 이방인인 내가 신기한지날 보더니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나도 반가운 맘으로 손을 흔들었다신나게 하이 파이브는 못했지만그런대로 반가운 마음이 서로 통했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⑦김두열 번영회장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데“우리 같은 촌사람들은 밤마다 별을 보고 사는데 별이야 많을수록 좋지요. 여름철에 모깃불을 피우고 멍석에 누워서 보는 삼태성(三台星)이 얼마나 멋지던지. 아무튼 별집을 세 개 지으면 송도해수욕장에 삼태성이 내려앉은 것 아입니까?”“아따, 말씀도 그럴 듯하다. 그럼 참여단체가 한 일곱쯤 되면?”“그거야 일곱 개의 별집, 북두칠성을 옮겨오지요.”“다다익선이라고 한 100개 단체라면?”“뭐, 은하수로 하지요. 일일이 셀 필요도 없이.”허허 웃으며 임해행

신작시 경첩 외 9편구 자 순 다들 성이 말라서손톱 하면 톱이 바닥에 닿기 전에깎기를 찾아 대령해야 한다생각은 얼어붙고손 발은 벽장 서랍 뒤진다인영이 밑으로 딸딸딸 속엔 솎아낸 울음 있고인영이도 부어눈두덩보리 문디 같다생기는 대로 다 낳아 어쩌겠다고정신이 있냐 나갔냐 나 혼자 만들었는지11월 바람이 남강 건너 생일도 없는 방에 불어 허리 수그러지더니꼬리뼈가 자란다그녀네 발로 운다 아장까리물내 흙내 덕지 꺼칠 감고 할퀴고모지리 모지리 쿡쿡 안 살 수도 없고천불 만불 끄는 데는 술이 최고고홀짝홀짝하다 보면대거리 배짱도 생기고니가니가 하

호수 물로 씻는 화장실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며칠 다녔는데 호수물 없는 화장실을 아직 못봤다화장지는 없어도 호수물은 꼭 있다우리와 가장 큰 차이가 있는 문화다어쨌건 나한테는 편하고 좋은 문화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⑥하도 식겁을 해선지 이듬해는 대보름이 다가와도 구청에서 누구하나 대보름달집축제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고 구청장은 대보름에 마을단위의 산신제나 무당들의 비손과 용왕먹이기의 푸닥거리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당부할 뿐이었다. 다시 송도해수욕장의 화재가 될 번한 산불을 떠올리기도 싫은 눈치였다. 그래도 해마다 해 오던 행사라 송도번영회와 어촌계에서 다시 아주 작은 달집을 지어 풍어제, 용왕제와 함께 행사를 치렀지만 구청장을 초청하거나 예산지원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또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도 않았다.지난 대

내 사랑은 박재삼 한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대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부연 들기름 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춰 주리라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모국어의 연금술사’라고 평가받는 박재삼 선생의 〈내 사랑〉입니다.첫째 수에서는 종일 오지 않는 그대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친, 슬픈 마음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⑤ 마침내 대보름날이 왔다. 들쭉날쭉한 해안선과 산구비의 커다란 바위마다 용왕을 먹이고 산신을 모시는 비손과 굿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져 과히 미신과 무당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부산서구의 송도일대는 해마다 다가오는 대보름이 산불방지의 가장 큰 고비였다. 동사무소는 물론 구청의 전 직원이 새벽 다섯 시부터 각자가 맡은 지역에서 입산자를 통제하고 무당을 저지하느라 북새통을 떨었지만 문화관광과 직원들은 산불감시에서 제외되어 아침부터 송도해수욕장으로 모였다. 행사 사흘 전에 암남동사무소에서 송도번영회와 암남동 새마

권력자 왕의 땅 UAE에서 E는 에미레이츠로 영어다아랍어로 아미르 또는 에미르인 권력자 왕이며 왕이 다스리는 땅이다나라명에 흔히 쓰이는 리퍼블릭이 아니다왕들의 연합이자 왕들 땅들의 연합국이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④ 좀 짓궂기는 해도 모든 놀이에 소질이 있는 이까리장사 수동댁 아들 영호가 홈런격인 다이꽁을 치면 그동안 죽었던 아이들이 모두 다시 살아나곤 했다. 둘째 순찬씨가 김해로 이사하기 전 모처럼 아이 둘을 업고 친정에 와서 아직 어린 금찬이, 덕찬이에 막내 백찬이까지 데리고 앞세메에 나와 구경을 하다“아이구, 우리 열찬이는 뭐 하나 잘 하는 기 없구나! 아가 저래 어둔해서 뭐해 묵고 살겠노?”혀를 끌끌 차는데“그래도 공부는 잘 한다 아이가? 군소리 없이 나무도 잘 해오고.”바로 손위 누나 덕찬이가 애가 닳아 말

그대여, 꽃길 따라오세요 목경희 하동 섬진강 십리길 따라벚꽃 잎이 바람에 꽃비 되어하늘하늘 떨어집니다그리움으로 한 땀 한 땀 숨죽이며그대 위한 화관을 만들어 봅니다변덕스러운 봄바람 불어오지만이 봄을 그대와 함께 걷고 싶은 마음 그대도 아시지요아기 속살 같은 하얀 벚꽃 피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그 길 끝에 당신이 있을까요혹시나 길을 잃고 헤매실까 봐그대 오실 길 위에 꽃잎으로길을 만들어 놓을게요내 사랑 그대여,분홍 꽃잎 따라 걸어오세요못된 강바람이 심술부리기 전에잰걸음으로 어서 오소서짧은 이 봄이 떠나기 전에...[윤슬 노트]꿈길처럼

빼어난 옆 후질 후 버즈알아랍은 빼어난 7성급 호텔이란다투숙객이나 손님 아니고는 입장불허다바로 옆은 물웅덩이가 많은 후진 도로다물이 귀한 나라라 일부러 대충 지었나7성급 기술력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나

17. 새 천년, 새 족보③가끔씩 들려보는 민속생활전시공간도 언양의 상찬씨가 직접 땋은 등지게와 짚신, 퇴락한 어느 농가의 헛간에서 찾아낸 곰팡이가 피고 구멍이 뚫린 봉태기로 불리는 멱둥구리와 씨오쟁이, 볏섬들이 추가되고 화로 젓가락, 놋 주걱을 비롯한 부엌살림도 점점 늘어나 옛 정취를 더했다.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무엇이든지 문화자만 붙이면 문화관광과의 업무 같이 느껴지는 묘한 시대적 패러다임과 끊임없이 찾아드는 문화예술계인사들을 늘 호의적으로 대하며 그 잡다한 분야에 한결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김모구청장의 취향에 따라 참

세 힘으로 세울 건 物慾 權慾 色慾을 가진 인간이자본력 기술력 노동력을 투입해저리도 멋지고 아름다운 건물을 세운다화려한 지금의 인류문명이겠지만지속가능한 문명일런지는 확실치 않다

답사기 이시목이 간 길- 지행의 처음과 끝하 순 이 백석의 「외갓집」에서는 어린아이가 겪는 낯선 풍경들이 나온다. 방학이 돌아오면 정암철교를 건너 용덕면 외갓집을 방문하고는 하였다. 내게 외갓집은 할머니가 생각나는 곳이다. 살갑고 정 많은 시골 할메는 아니고 종손 집안 살림을 책임져 바지런하고 손끝 야문 여장부셨다. 부모님께서 혼인하고 신접살림을 차리신 곳 주민등록증에 찍힌 본적지 의령읍 동동으로 가는 날은 바다를 뒤집은 듯 파란 하늘이 높고 2월 날씨는 포근했다.군북 IC를 지나 오른쪽으로 허리를 틀자 의병의 발상지이며 의병의 투

길바닥 찌라시 찌 두바이 인구 약 75%가 남성이란다네 명 중 세 명은 남성인데 비정상이다아랍 원주민을 거의 못보는 비정상적이 곳에서 수많은 인도계 남성들이수많은 여성들 찌라시를 밟고 다닌다

17. 새 천년, 새 족보②“그래요? 족보에 주거분표도 묘지분포도와 일람표가 들어가는 경우는 아마도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하장사 돌려붙기 대진표처럼 이렇게 모눈종이처럼 가로세로로 촌수를 찾아볼 수 있는 조견표는 참 과장님다운, 아니 시인다운 기발한 착상입니다. 과히 특종감입니다.”하고 돌아가더니 며칠 뒤 열찬씨가 문중운영과 행사라는 타이틀 아래0. 종친회구성과 운영0. 기금관리0. 성묘0. 시사 및 축문0. 제사등의 단락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기술하되 먼 훗날 자신이 죽고 나서 혹시 누구 한문을 알거나 축문을 작성할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