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적 질문과 톨스토이적 대답이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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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2 18:53
  • 업데이트 2018.06.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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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짧은 소설 모음집 '만든 눈물 참은 눈물' 출간

소설가 이승우[마음산책 제공]
소설가 이승우[마음산책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할 때의 표정과 억지로 눈물을 만들려고 할 때의 얼굴 표정을 분간해내는 일이 가능할까?"

올해로 등단 37년을 맞은 소설가 이승우는 새 소설집 '만든 눈물 참은 눈물'(마음산책)에서 이런 질문으로 표제작인 첫 소설을 시작한다.

불미스러운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던 한 영화배우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애써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이것이 억지로 눈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소설의 화자 '케이'는 의심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 전 오래 사귄 여자와 헤어지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는 사랑이 식어버려 이별을 통보하면서도 상황을 핑계 대며 깊은 슬픔을 느끼는 것처럼 연기했다.

"그가 정말로 의도한 것은,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 있다고 믿어주기를 바라며, 그렇게 믿도록 하기 위해 나오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스스로 의식하면서 기분이 불편하고 불쾌해졌다.

"순간 숨어 있던 의문이 솟아났다. 그의 애인은 그가 '만든-참은' 눈물 앞에서 감동한 것이 아니라 다만 불편하고 불쾌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애인은, 그가 '만든-참은' 눈물에 설득당해서가 아니라 다만 불편하고 불쾌해서 떠난 것이 아닐까." (23쪽)

이렇게 끝나는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질문 형식의 문장들에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짧은 소설 27편은 이렇게 인간과 삶, 문학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뒤섞인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걸작을 탄생시키는지 아니면 우연이 걸작을 만들어내는지, 작가가 글을 고칠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지, 인간이 말하려 한 것과 실제 말해진 것의 차이는 왜 생기는지, 인간이 쓰는 언어에 따라 심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인간들의 이타적인 행동은 센티멘털리즘에서 나오는 것인지 같은 질문들이 각각의 소설을 구성한다. 이 짧은 이야기들에 작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나름대로 풀어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책머리 '작가의 말'에 "카프카의 짧은 소설은 긴 질문지와 같고,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은 긴 답지와 같이 내게는 느껴집니다. 잘 쓴 답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질문이 생기고, 잘 만들어진 질문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답이 떠오릅니다"라고 썼다.

이어 "내 짧은 소설들이 카프카적 질문과 톨스토이적 대답을 담고 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지한 질문의 방식과 대답을 향한 성실한 탐구의 태도가 나를 매혹했고, 이 글들을 쓸 때 내 가슴속에 있었다는 사실은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누군가 수수께끼 같은 이 세상에 대한 짧은 질문이나 희미한 대답의 실마리라도 찾아냈으면 참 좋겠다, 하고 감히 바라게 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화가 서재민의 그림 19점이 소설과 함께 실렸다. 각 작품의 내용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그림들이다.

200쪽. 1만3천500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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