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문들, 사상초유의 '사설연대' 왜?…트럼프와의 갈등 정점에
美신문들, 사상초유의 '사설연대' 왜?…트럼프와의 갈등 정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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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18:16
  • 업데이트 2018.08.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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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개 신문 동시 게재 이례적…전문가 "초당파적 행동…언론자유 수호의지 표현"

트럼프, 신문사 총격에 "언론인들 폭력적 공격에서 자유로워야"(워싱턴DC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전날 메릴랜드의 한 지역 신문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 "언론인들은 모든 미국민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폭력적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세제개혁 6개월' 기자회견을 하면서(사진)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사건을 '끔찍한 총격 사건'으로 칭하며 "우리나라의 양심들을 경악하게 했으며 우리의 가슴을 비탄으로 채웠다"며 이같이 밝혔다.bulls@yna.co.kr
트럼프, 신문사 총격에 "언론인들 폭력적 공격에서 자유로워야"
(워싱턴DC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전날 메릴랜드의 한 지역 신문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 "언론인들은 모든 미국민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폭력적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세제개혁 6개월' 기자회견을 하면서(사진)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사건을 '끔찍한 총격 사건'으로 칭하며 "우리나라의 양심들을 경악하게 했으며 우리의 가슴을 비탄으로 채웠다"며 이같이 밝혔다.bulls@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고 비판적 내용의 보도를 '가짜 뉴스'로 깎아내리는 등 적대적 언론관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신문들이 그야말로 '들고 일어선' 형국이다.

특히 각사의 공식적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는 수단인 사설(社說)을 통해 '연대'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가장 상징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미 전역의 200여개 신문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식과 반(反)언론 기조에 반대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비판을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으로 규정하고 신문들의 동참을 촉구한 보스턴글로브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등 50개 주에서 다수의 신문이 동참했다.

언론 자유가 가장 발달하고 개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이처럼 다수의 신문이 일제히 '한 목소리'의 사설을 게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구나 특정 사건이나 현상 등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상대로 언론 활동의 본령인 '언론의 자유'를 문제삼아 이뤄진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를 통해 '연방 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평화로운 집회 및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할 만큼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반(反)언론 기조와 특정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강도높게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이 같은 미국적 토양에서는 애초부터 용납하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 행정부와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많이 밝혀온 뉴욕타임스를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로,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를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로 부르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트위터를 통해 직접 중요 내용을 공개하는 소통 방식을 선호하면서 주류 언론에 대한 '패싱'(지나치기)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지난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실로 국민의 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지난 2일에는 펜실베니아주 유세 연설에서 언론이 북미회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청중을 향해 ""가짜, 역겨운 가짜 뉴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언론계를 자극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NYT의 발행인 아서 그레그(A.G.) 설즈버거간 공개 설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위터 글을 통해 설즈버거와 만났다면서 "미디어가 쏟아내는 방대한 가짜 뉴스에 대해, 또 가짜 뉴스가 어떻게 '국민의 적'이라는 문구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에 설즈버거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언어는 분열적일 뿐만 아니라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면서 "가짜 뉴스라는 용어가 허위이며 해롭다는 점을 지적했고,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선 더욱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응수했다.

NYT의 경우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언론 소송을 다룰 때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대표적 판결 사례로 소개되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소송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NYT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도 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

1960년 미 앨라배마 주에서 체포된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위해 활동하던 흑인민권단체의 의견 광고를 NYT가 싣자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원이자 경찰서장이던 설리번이 해당 광고가 경찰에 대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은 '사실상의 악의(현실적 악의)'를 가졌다고 입증된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며 NYT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언론이 수정헌법 1조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선언한 판결이다.

보스턴글로브 인터넷 사설[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보스턴글로브 인터넷 사설[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신문들의 이번 연대는 미국신문편집인협회(ASNE)를 비롯해 뉴잉글랜드 신문언론협회 등 일부 지역 단체들의 촉구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스턴글로브의 마저리 프리처드 부편집주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주 간 언론을 향한 적대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여온 것이 이번에 신문들이 공동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미 전역에서 200여곳 이상의 신문사가 연대에 동참했지만, 뉴욕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참여하지 않았다. WSJ은 칼럼을 통해 이런 사설 연대가 역설적으로 언론의 독립성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법과 언론법에 정통한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신문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견해가 비교적 선명하다는 특징이 있는데도 이번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초당파적(bipartisan)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언론 표현의 자유 수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중시하고 지지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지엄'의 수정헌법 1조 센터를 맡고 있는 켄 폴슨 전 UAS 투데이 편집장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수정헌법 1조를 훼손하려고 할때 언론은 가만히 있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사설연대'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