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가다근성, 후손들의 먹거리 유산
[기고] 노가다근성, 후손들의 먹거리 유산
  • 정덕업 정덕업
  • 승인 2019.12.18 16:58
  • 업데이트 2019.12.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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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산 영도구청 홈페이지

“실력 있는 깐깐한 노가다를 보고 싶다.” 근래 말로만 듣던 노가다 근성!!! 이 문구를 필자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고 싶은 로망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인지라, 양산에 있는 작은 공원 앞에 좋은 부지와 인연이 닿아서 나의 로망을 이루려고 올 4월부터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다. 건축업자들의 여러 가지 형태의 횡포 때문이다. 약속 날짜를 지키지 않는가 하면 집이야 어찌되든 자기 편한 대로 작업해 마음에 들지 않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물을 만들어버리곤 한다. 속된 말로 ‘돌아버릴’ 지경이다. 언성이 높아지기가 다반사이고 원수를 안 만들면 성공이라 할 정도이다.

“되도록이면 집을 짓지 마라, 잘~ 지어진 집을 그냥 사라 ” 고 외치고 싶다. 이런 건축현장에서는 주위와 조화롭게 그리고 적절하게 잘 지은 건축물을 보긴 쉽지 않을 터... 집, 잘~ 짓기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프랑스가 관광객 수 1위이이다. 2018년 추정으로 8,900만 명의 관광객이 프랑스를 방문했다. 프랑스는 역사적인 문화대국이자, 전통적인 관광대국이다. 프랑스 하면 일단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걸로 많이 생각한다. 유명한 문화 유적지도 많고 세계적인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그리고 패션으로도 유명하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이 많아서 쇼핑하기도 좋고 파리지엥이 떠오르면서 세련되고 낭만적인 거리의 분위기로 가고 싶은 나라로 꼽힌다. 옛 건축물들을 잘 관리하며 새로운 건축물들과의 훌륭한 조화 또한 훌륭하다. 창문 하나도 주변과 잘 어울려야 허가를 내준다. 이렇듯 선조들의 건축유산이 오늘의 프랑스를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선조들이 후손에게 대대로 먹고 살게 해주는 문화유산을 선물한 것이다.

집짓기 공사 중. ⓒ정덕업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34만 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2017), 2016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한국여행에 대한 분야별 만족도는 치안, 쇼핑, 숙박, 대중교통 순으로 나타났다. 거리는 사각 상자 같은 빌딩들에 둘러싸여 한국의 천연자원인 산과 강, 바다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의 볼품없는 건축물들로 건축문화수준이 낮다. 거리가 다 똑같고 볼게 없고 삭막하다. 외국인관광 유치에 우리의 건축문화는 별로 도움이 못된다.

도시가 소멸되고 있다고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람이 떠나고 폐허가 되는 '도시 소멸'이 농촌이 아닌, 대도시에서도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도시 소멸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바로 소멸위험지수이다. 2030 여성 수와 65세 이상 노령자 수를 비교한 수치인데 65세 이상 인구가 10명일 때, 2030 여성이 5명 미만인 경우 해당 지역은 30년 안에 없어질 수 있는 '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런 지역은 활력이 사라지고, 결국 남은 사람들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도시 소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도시 중 하나가 부산 영도구이다. 현재 영도구는 총 인구가 11만7316명으로 최근 30년 사이 많이 줄었다.

발표하는 필자.

부산역에서 차로 10분,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와는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모습은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한다. 과거 250가구가 살던 곳인데, 지금은 13가구만이 거주하고 있다. 영도는 섬전체이다. 봉래산, 태평양 바다, 영도다리, 태종대 등 굵직한 천혜의 관광자원이 넘쳐나는 곳~ , 영도는 참 좋은 곳이다. 필자는 결혼 전까지 영도에서 살았다. 이런 영도를 천연자원과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만들어서 유럽의 아름다운 거리처럼 관광섬으로 만드는 것을 부산시와 영도구청과 영도시민에게 제안하는 바이다.

모든 잣대를 경제성에 두고 ‘무조건 새것이 좋다’는 식의 접근이 우리의 경박한 건축문화를 낳은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성과 무조건 새것이 좋다는 논리를 가진 건축주와 건축업자의 합작품인 우리 건축문화로는 관광객 수를 늘리기 힘들다. 부정적인 의미의 노가다근성이 아닌 2, 3대를 이을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는 깐깐한 근성과 자부심을 가진 긍정적인 의미의 노가다근성을 가진 노가다들, 즉 장인정신(匠人精神)으로 무장한 장인들이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문화가 느껴지는 거리의 영도를 보고 싶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이 모이고 활성화된 아름다운 문화의 꽃이 피는 영도가 되길 바란다.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섬으로,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영도 말이다.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