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37)정든 유기견을 어찌할꼬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37)정든 유기견을 어찌할꼬
  • 조해훈 조해훈
  • 승인 2020.02.06 17:54
  • 업데이트 2020.02.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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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집 수돗가에서 어미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군청에서 데려가기 전이다..
집 수돗가에서 어미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필자. 군청에서 에미(흰개) 데려가기 전이다.

요 며칠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지금은 겨울 햇살이 마당에 잔뜩 내려앉아 있다. 아래채의 기와지붕이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인다. 그런데 필자는 어떤 동물들 탓에 마음대로 문밖을 나다니지 못한다. 현관문을 열기만 하면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달려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채의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현관문을 열자마자 동물들이 앞발까지 번쩍 들며 와락 필자를 덮쳤다. 화장실로 뛰어가니 부리나케 쫓아왔다.

이 동물들은 다름 아닌 강아지 두 마리이다. 자그마한 애완용 강아지가 아니라 덩치가 제법 크다. 정확하게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필자의 짐작으로 태어난 지 4, 5개월은 되었을 것 같다. 그러면 이 강아지들은 필자와 어떤 관계일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 달 중순쯤 필자의 집인 목압서사 뒷산에서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담장 밖으로 보니 어미 개와 새끼 두 마리가 다른 개들에게 공격을 받았는지 온 몸에 상처가 난 몰골이었다. 떠돌이 개들로 보였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집으로 불러들여 고양이들에게 먹이는 사료를 듬뿍 주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 다시 사료를 배로 주니 역시 바로 그릇을 비워버렸다. 그렇게 몇 차례 사료를 먹곤 배를 채운 것 같았다.

어미는 온 몸에 상처가 나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목덜미 아래에도 큰 상처가 있는 데다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새끼 두 마리 중 약간 큰 놈 역시 곳곳에 상처가 있었으며, 오른쪽 뒷발을 땅에 디디지 못하고 살짝 들고 다녔다. 가장 문제가 많은 녀석은 새끼 중 덩치가 작은 놈으로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왼쪽 뒷다리가 부러졌는지 들어 몸에 바짝 붙이고 세발로 애처롭게 걸어 다녔다.

배를 채운 후 산으로 돌아가려는 녀석들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하얀 색의 어미는 순하였으며, 새끼들은 색깔이 거무튀튀하였다. 순간 일전에 산책하는 필자를 따라오던 새까만 수놈이 떠올랐다. 생긴 걸 보니 “그 놈의 새끼들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미는 ‘에미’, 조금 큰 놈은 ‘무미’, 작은 놈은 ‘미미’로 불렀다. 좀 있다 그 녀석들이 산으로 돌아가자 농협 사료를 샀다.

필자의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어미와 새끼들.
필자의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 어미와 새끼들.

양푼이 그릇 세 개에 사료를 담아 놓으면 산에서 와 수시로 먹고 갔다. 집 뒤 산의 묏등 인근에 녀석들이 머무는 게 보였다. 그렇게 사흘가량을 많이 먹더니 어느 정도 곯았던 배를 채웠는지 며칠 뒤부터는 양이 좀 줄었다. 사흘 동안 10kg 사료 한 포대를 다 먹었다. 굶어 갈비뼈가 앙상하던 어미도 몸에 힘이 좀 생긴 듯하였다. 어미는 모정이 아주 강하였다. 자신도 몸에 상처가 많고 다리를 절면서도 새끼들의 상처를 늘 핥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였다. 어미의 머리를 만져주면 새끼들도 달려와 들이대는 바람에 동시에 세 마리를 쓰다듬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임시로 세 마리가 잘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었다. 녀석들이 체면상 그런지 몰라도 첫날은 집에서 잤다. 그 다음날부터는 산에서 자고 가끔 와서 사료를 먹고는 햇살이 좋을 때는 아래채 앞에서 햇볕을 쬐며 졸다가 가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미가 보이지 않았다. 새끼들은 담장 밖에서, 필자의 집 마당에서 울어댔다. “모정이 깊은 어미여서 새끼들을 버리지 않을 텐데, 군청에서 잡아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나 어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군청에 연락을 해보니 “주민의 신고가 들어와 흰 개를 군청에서 데리고 와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보내준 사진을 보니 ‘에미’가 맞는 것 같았다. 군청 산하 농업기술센터에서 1월 28일까지 데리고 있다가 입양이 되지 않으면 유기견센터로 보내고, 그런 다음 2주일 안에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하였다.

설 연휴가 끝나면 에미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주위에서는 말렸다. “세 마리 모두 암놈인데 개체 수 불어나면 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생각을 잘 해 보시라”고 했다. “그래도 안락사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라며 반문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새끼들의 다리가 많이 호전되었고, 몸의 상처들도 차츰 나았다. 어미가 없어서 그런지 미미와 무미가 필자에게 치근덕거리는 게 훨씬 심해졌다. 두 놈 모두 덩치가 커졌고, 처음 볼 때 비쩍 마른 몸매에서 살이 올라 덩실 덩실거린다. 요즘은 이놈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잠을 자고 거의 대부분을 필자의 집에서 지낸다. 거의 집 강아지가 다 되었다. 가끔 어미를 기다리기 위한 건지 뒤쪽 담장에 개구멍을 내 산에 다닌다.

필자는 아직 어미를 데려오지 못하여 애가 탄다. 마당도 넓지 않은데 세 마리를 키울 공간이 없다. 더구나 마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개를 키우는 집이 거의 없다. 새끼들을 분양해갈 사람이 있으면 어미를 데려와 한 마리 정도는 키울 수 있겠는데 말이다. 아는 사람에게 분양 이야기를 꺼내니 “요즘은 유기되어 돌아다니는 개도 많은 데다, 덩치가 큰 강아지를 누가 데려가 키우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필자의 고민이 아주 많다. 조만간 어미를 데려오지 않으면 저 세상으로 가게 된다. 며칠간이지만 필자와 약간의 정이 든 한 생명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가끔 일어난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역사·고전인문학자, 교육학박사 mass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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