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원 칼럼] 비례위성정당, 정치의 기본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진시원 칼럼] 비례위성정당, 정치의 기본은 다 어디로 갔는가?
  • 진시원 진시원
  • 승인 2020.02.25 17:09
  • 업데이트 2020.02.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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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왜곡하는 비례위성정당은 정당성이 없는 꼼수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 맛집 사장님들도 비결을 물으면 기본에 충실한다고 하나같이 답한다. 맛과 정성이 음식장사의 기본이지만, 음식이 돈이 아니라 음식이 사람이 먹는 것이고 그래서 음식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음식장사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의 기본은 무엇일까?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개편되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였던 기존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편한 것이다. 선거제도는 선거구 제도와 대표선출방식으로 구분된다. 선거구 제도는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와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가 있으며, 대표선출방식은 다수결과 비례대표제가 존재한다. 다수결은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을 당선시키지만,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전국 득표율만큼 의회의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당 득표율과 의회 의석률을 일치시킨다. 물론 가장 좋은 선거제도는 주권자 국민들의 민의를 정치적 대표체제에 왜곡 없이 반영하는 것이다. 다수결보다 비례대표제가 주권자 국민들의 민의를 왜곡 없이 정치적 대표체제에 반영하는 선거제도인 것이다.

과거의 선거제도인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사표를 양산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문제가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은 주권자로서 동등하게 소중하다. 그런데 사표가 많이 발생하면서 누구의 표는 유용하고 누구의 표는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많이 벌어졌다. 국민 개개인의 소중함과 동등성을 견지하는 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사표 양산은 선거제도의 문제 중에서 최악의 문제이다.

그리고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특정 정당이 과대대표 되거나 과소대표 되면서 정당 득표율과 의회 의석률이 불일치하고 그 결과 민의가 왜곡되는 문제도 드러냈다. 또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거대 양당제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거대 양당제는 많은 문제를 불러왔다. 양당제 하에서 야당이 마음먹고 보이콧 하면 국회가 올스톱 되고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무력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된 것이다. 정치가 차이와 충돌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차이와 충돌을 촉발하고 증폭하는 역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기존 선거제도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민주당과 정의당 등 4+1 합의체가 합의와 다수결을 통해 새로 만든 선거제도가 바로 이번 21대 총선에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100% 연동형이 아니고 50% 연동형이라 비판과 한계가 많지만 그래도 국회가 합의와 다수결로 만들어낸 선거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데 나섰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 하는가?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손혜원 의원의 주장대로 민주당, 정의당, 민생당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시민비례당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가?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만들면 안 된다. 이유는 몇 가지다. 첫째, 미래한국당은 따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받아 마땅한 대상이다. 미래한국당은 창당되면 안 될 위성정당이었다. 무엇보다 미래한국당 창당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우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4+1 협의체가 합의해서 만든 선거제도다. 미래통합당이 이를 무력화하는 것은 ‘합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 미래한국당 창당은 대의 민주주의 측면에서 판단해도 비민주적이다.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 국가이고, 대의 민주주의는 다수결 민주주의로 작동한다. 이번 21대 총선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에서 다수결 표결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것은 ‘다수결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지역구 투표와 비례투표를 연계하는 연동형 선거제도를 원천적으로 무력화하는 미래한국당 창당은 반민주적인 행태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특징은 그것이 대부분 대의 민주주의와 다수결 민주주의 형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추구하는 미래통합당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고 자기부정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 용납받기도 어려운 일이다.

둘째, 미래한국당 창당은 상식과 정당성을 상실한 꼼수에 불과하다. 미래한국당 창당은 전혀 정당하지 않다. 정당성이 없다. 정치가 정당성을 상실하면 그 정치는 이미 좋은 정치가 아니며 이기기도 어렵다. 그리고 설령 이겼다 하더라도 그 정치권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정당성이 없으면 이기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에는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치다. 결국 정치에서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예컨대, 선거에서는 결과적으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식과 정당성을 상실한 꼼수에 불과한 미래한국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설령 이기더라도 정당성이 없고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보수권력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정당성’이 있어야 ‘권위’가 생기고 권위가 있어야 ‘온전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으로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정당성을 상실한 보수정당이 어떻게 권위를 획득하고 어떻게 수권정당이 되어 대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꼼수로는 권력을 잡기 어렵다. 잡더라도 그 권력은 오래 못 간다. 꼼수는 꼼수다. 정답이 아니다.

진시원 교수
진시원 교수

셋째, 이런 측면에서 손혜원 의원이 주장한 민주시민비례당은 민주개혁진보 진영에서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정치는 정정당당하게 큰 길을 지향해야 한다. 정치가 꼼수로 바뀔 때 정치는 큰 길을 잃고 공동체는 전진 없이 표류한다. 설령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민주개혁진보 진영이 패배하더라도 상식과 이성과 도덕과 정당성을 추구하는 편이 결국에는 더 낫고 훨씬 맞다.

다시, 우리 정치의 기본은 무엇일까? 음식의 기본도 사람이듯이 정치의 기본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주권자 국민이다. 촛불시민의 상식과 이성과 도덕과 정당성을 믿는 것이 결국에는 이기는 것이다. 민주개혁진보 진영은 촛불시민을 믿고 비례위성정당 없이 바른 길, 큰 길을 가면 된다. 설령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꼼수 비례정당으로 인해 민주개혁진보 진영이 패하더라도 그게 나중에 더 크게 이기는 길이고 역사에 옳은 길이다. 역사는 돌지 않는다. 앞으로 진보한다. 최소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그래 왔다.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