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한식 인문학
금주의 서평 - 한식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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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6 12:43
  • 업데이트 2020.02.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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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대영
서평자 : 이무하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 미국 위스컨신대학교 대학원 Ph.D.)

“나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연과학자다. 과학은 그 분야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분야라도 과학적 사고로 접근하여 풀어가는 것이 바로 진실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다. 음식의 역사와 문화도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추 전래의 진실만 밝혀도 수많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우리 음식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3p.)

우리 문화, 한식의 올바른 이해

요사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어디를 가도 빠뜨리지 않고 즐기는 것이 그 나라 음식문화이지만 간혹 개중에는 외국 음식에는 입도 대지 않고 어디를 가도 꼭 한국 음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 음식문화를 즐기는 사람일지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김치 생각이 나는 것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이처럼 전통식품은 그 나라에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해 온 문화이다. 그래서 전통식품이란 문화, 역사 및 생활방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결국 해당 국가의 문화, 정체성 및 유산의 중요한 부분이란 이야기이다. 유럽에서는 전통식품을 전통적인 재료, 전통적인 성분, 그리고 전통적인 생산과정을 거친 음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자연과학자인 저자가 한식에 관련한 인문학을 기술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그건 본인의 큰 편견이었음을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한식의 오류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국민의 사대주의를 통렬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속이 후련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생물종의 학명을 접하다 분통이 터지는 경우가 일본인들이 과거 식민지 시절에 우리 고유의 것에다 자기네 이름을 붙여놓아 세계인들이 우리 고유의 것들을 일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놓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여전히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 것을 계승하고 보존하려는 생각보다는 강대국에게 아부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학자들이 부끄럽기만 하다. 한국 고추의 역사, 닭도리탕 이야기, 떡볶이와 비빔밥의 유래 등 우리 국민들이 가슴속에 새겨야 할 한식 이야기가 흥미롭기만 하다.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단어가 유행했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 사이에 경제, 문화, 관광,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폭넓게 이루어지다 보니 상호의존도가 높아져 어느 나라도 혼자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세계화는 선진국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개도국들은 이용만 당하는 결과로 비춰지면서 각국이 자기 문화에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에서 세계화란 일방이 우월하게 군림하여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예속시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고유한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한식의 탄생과 본질을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고찰하여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한식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밥상은 서양의 식단과 다름을 이해하고 요사이 유행하는 퓨전식단은 결코 우리의 전통밥상이 될 수 없음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맛이다. 아무리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일지라도 맛이 없으면 그건 약이다. 따라서 음식에서 맛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맛에 민감하다. 그래서 우리 말에는 미묘한 맛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음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맛의 표현은 그 조리비법에 기인한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맛의 종류(신맛, 짠맛, 단맛, 쓴맛)에 일본인들은 감칠맛까지 연구해 보탬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들보다 더 다양하고 미묘한 맛을 표현하는 우리는 식품학에 대한 경시풍조로 인해 깊은 연구가 부족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한식의 맛에 대한 깊은 조예를 보이며 전통 조리법에 기인한 맛을 설명하고 있어 유럽연합의 전통식품 규정을 연상시킨다.

언어와 문화는 민족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한식의 이름에서 사용되는 우리말에 대한 깊은 고찰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미국 대학에서는 자신들의 언어인 영어로 쓴 논문도 영문법적으로 올바른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은 새로운 외국어를 외래어로 만들기 위해 국가적으로 단어를 통일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정부조차도 공문서에 외국어를 그냥 쓰는 무신경의 나라이다. 우리나라 국어국문학자는 다 어디 갔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한식과 우리말에 대한 내용은 자연과학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준다.

근래에 선진국에서의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통식품은 그 지역의 농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체질에 적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영양학적으로 전통식품의 가치가 조명을 받는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에 기인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생산을 줄이기 위하여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고 국민 건강을 위하여 전통식품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예전에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하면 비웃던 많은 학자들이 최근의 후성유전학과 영양유전체학의 발전으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한식이 현대 한국인의 맞춤형 건강식품이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음을 저자가 지적하고 있다. 끝으로 막걸리, 청국장, 김치 등 발효식품과 각종 나물들의 영양학적 가치는 충분히 강조하였으니 우리 식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해줘야 하는 기성세대들의 책임도 강조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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