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대화법 (6)부부 간의 공감대화법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대화법 (6)부부 간의 공감대화법
  • 배정우 배정우
  • 승인 2020.03.04 14:37
  • 업데이트 2020.03.2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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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The Story Of Us)> 한 장면.

이번 글에서는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The Story Of Us)>(1999)를 통해 부부 간의 막힌 소통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감대화법을 배우도록 하겠다.

뜨겁게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가 왜 격렬하게 충돌하고 심지어 이혼까지 하는가? 이혼 사유 중 대부분은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성격이 같은 사람들끼리는 충돌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가?

성격(personality)은 선천적인 요소와 양육 및 성장 환경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성격이론 학자들 사이에서는 형성된 성격일지라도 변할 수 있다는 주장과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만약 형성된 성격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과 행동은 노력하면 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므로 ‘내 성격이 이런데 어쩌겠어.’라며 모든 걸 성격 탓으로 돌리며 상대가 자신을 이해해주기만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라고 본다. 자신의 성격 특성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상대의 성격 특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한 바탕에서 대화법을 잘 적용하면 원만히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이야기에 앞서, 성격 유형과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성격유형검사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마이어-브릭스 성격유형 지표'(MBTI)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마이어(Isabel Briggs Myers) 모녀가 고안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인데, 프로이트(Freud)의 제자인 융(C. G. Jung)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유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MBTI는 네 가지 양극 성향을 기준으로 성격을 구분하여 인간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고 있다. 네 가지 양극 성향은 에너지의 방향(주의 초점)에 따라 외향형(E)-내향형(I), 인식기능(정보수집)에 따라 감각형(S)-직관형(N), 판단기능(판단, 결정)에 따라 사고형(T)-감정형(F), 이행양식(생활양식)에 따라 판단형(J)-인식형(P)으로 나눈다.

외향형(E)은 대인관계가 폭넓고 사교적이고 정열적이고 활동적이다. 반면에 내향형(I)은 대인관계가 깊이 있고 조용하고 신중하며 이해한 다음에 경험한다.

감각형(S)은 오감(五感)에 의존하여 실제 경험을 중시하며 지금-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정확하고 철저하게 일을 처리한다. 반면에 직관형(N)은 육감(六感) 내지 영감(靈感)에 의존하며 미래지향적이고 가능성과 의미를 추구하며 신속하고 비약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사고형(T)은 진실과 사실에 주로 관심을 갖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반면에 감정형(F)은 사람과 관계에 주로 관심을 갖고 상황적이며 정상을 참작한 설명을 한다.

판단형(J)은 분명한 목적과 방향이 있으며 기한을 엄수하고 철저히 사전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이다. 반면에 인식형(P)은 목적과 방향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지며 자율적이고 융통성이 있다.

남편 ‘벤’은 ENFP(외향적 감정형)라고 판단된다. 이 유형의 특성은, 따뜻하고 정열적이고 활기에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관심이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척척 해내며,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을 잘하며 항상 남을 도와줄 태세를 가지고 있으며, 자기 능력을 과시한 나머지 미리 준비하기보다 즉흥적으로 덤비는 경우가 많으며, 자기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이유라도 갖다 붙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아내 ‘케이티’는 ISTJ(내향적 사고형)라고 판단된다. 이 유형은 특성은, 신중하고 조용하며 집중력이 강하고 매사에 철저하며, 구체적∙체계적∙사실적∙논리적∙현실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신뢰할 만하며, 만사를 체계적으로 조직화시키려고 하며 책임감이 강하며,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하고 건실하게 추진해 나간다.

1. 실패한 대화 – 판단(평가) 표현, 경청하지 않는 태도

남편 ‘벤’과 아내 ‘케이티’ 두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장 괴로운 침묵은 할 말이 없을 때 생기는 침묵이다. 혹은 말을 계속 잘못 했을 때나.’

아래 대화는, 부부가 귀가한 뒤 남편이 아내가 레스토랑에서 내내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아내는 남편에게 불만스레 말하는 장면이다.

케이티: (시무룩한 표정으로) “건성으로 듣잖아요.”
벤: (황당하고 귀찮은 표정으로 화를 내며) “당신은 불평 투성이야.” (읽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던지며 방으로 나가버린다)

대화는 생각, 감정, 욕구를 주고받기 위해 하는 행위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표현하면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지만 그에 앞서 중요한 것이 있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경청이다. 경청은 단지 상대의 말(소리)를 귀 기울여듣는 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말하는 이는 듣는 이의 태도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경청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한편, 대화를 할 때 자기 기준으로 판단(평가)한 것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깨어지기 쉽다. 케이티가 벤에게 “건성으로 듣잖아요.”라고 한 표현은 케이티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평가)한 것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발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판단(평가) 표현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듣는 이가 저항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저항하지 않고 수용하도록 하려면, 상대의 행동에 대해 말할 때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 ~인 것 같다.”라고 추측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위 대화는 다음과 같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

케이티: “여보, 내가 말할 때 당신이 나를 쳐다보지 않으니 내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았어요.[추측 표현] 섭섭해서 더 이상 말하기 싫었어요.[감정 표현] 다음부터는 내가 말할 때 내 얼굴을 쳐다보면 좋겠어요.[행동 요청]”
벤: “여보, 더 이상 말하기 싫을 정도로 많이 섭섭했나 보군요.[공감 표현] 당황스럽고 미안하네요.[사과: 감정 표현] 앞으로는 당신이 말할 때는 얼굴을 쳐다보고 경청하도록 할게요.[약속]”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 한 장면.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 한 장면.

2. 실패한 대화 – 자기 욕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음

아내 ‘케이티’가 집안일과 아이 양육을 함께 하지 않는 남편 ‘벤’에게 쏘아붙이는 장면이다.

케이티: “애들도 벅차요. 셋은 안 돼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 영화를 만들던 20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남편들 대부분도 집안일과 자녀양육에 소홀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들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며 참았고, 혹시 표현하더라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는 바람에 더욱 표현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났을 것이다. 아내 ‘케이티’가 아래와 같이 말했더라면 남편 ‘벤’이 반응과 태도가 좋아졌을 것이다.

케이티: “여보, 나 혼자 애들 둘 돌보기가 벅차요. 당신이 좀 도와주면 좋겠어요. 도와주기 힘들면 당신 일은 스스로 해결하길 바랍니다.”

3. 실패한 대화 – 비꼼, 비아냥거림

배정우

남편 ‘벤’과 아내 ‘케이티’가 침대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이다.

벤: “그래, 당신은 완벽해. 난 15년 동안 빈둥댔고.” (화내며 밖으로 나간다)
케이티: “….”

남편 ‘벤’은 아내 ‘케이티’가 자신이 하는 일이 허룩하다고 비판하자 자존심 상하고 못마땅하여 비아냥거렸다. 영화에서 ‘케티이’의 말이 생략되어 알 순 없지만 ‘케이티’의 성격유형으로 볼 때 관계 지향적 대화를 하지 않고 사실 지향적 대화를 했을 것이다. 사실 지향적 대화는 사실이 맞다 하더라도 지적당하는 사람은 반발심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벤’도 반발심을 누르고 다음과 같이 말하면 좋았을 것이다.

벤: “내가 하는 일이 허룩하여 아쉬운가 보네. 좀 더 성의껏 하면 좋겠다는 말이죠?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사정 몰라주고 비판하니 섭섭해요.”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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