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오늘의 詩」 ... 이난영에 대한 재발견 〈다방의 푸른 꿈〉
도무지(道无知)의 「오늘의 詩」 ... 이난영에 대한 재발견 〈다방의 푸른 꿈〉
  • 허섭 허섭
  • 승인 2020.04.12 14:32
  • 업데이트 2020.04.12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방의 푸른 꿈> - 조명암 작사 / 김해송 작곡 1939년

① 이난영 https://www.youtube.com/watch?v=iN-M3H4wcnA
② 김씨스터즈 https://www.youtube.com/watch?v=8tuRNwm-d5s
③ 이미자 https://www.youtube.com/watch?v=EcneGC9OsUo
④ 박기영 https://www.youtube.com/watch?v=Y-rsKD4ANgU

* 자료 ①과 ②에 나오는 이난영의 노래가 사뭇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①에 비해 ②는 훨씬 곡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블루스의 기교를 제대로 구사하고 있다. 오히려 김씨스터즈의 노래보다 더 세련되어 보일 정도이다.

1939년 이난영이 부른 이 노래는 한국가요사에서 최초의 블루스 곡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째즈풍의 느린 블루스곡으로 작곡가는 김해송, 이난영의 남편으로 주한미군 위문공연단체인 KPK악극단을 이끌었던 당대 최고의 악단장으로 6.25 때 납북되어 끌려가던 중에 사망한 것으로 전합니다. 이미자를 비롯한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부른 것으로 보아 이 곡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가수들로 하여금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명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작곡가 김해송은 클래식을 비롯한 음악의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전위적인 예술가로 작곡가이자 가수로 음반 제작자로 활약했으니 오늘날로 보자면 만능 엔터테이너로 연예기획연출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분인데, 월북한 것으로 오해받아 그가 만든 많은 히트곡들이 금지곡으로 묶이는 바람에 우리 가요사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1930년대 당시에 이난영이 이 노래를 소화하기에는 당연히 벅찼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1960년대에 와서 그의 딸들인 김시터트즈가 부른 노래도 오늘날 우리가 듣기에는 조금은 싱거운 수준이니까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데뷔곡인 <열아홉 순정 -1959년> 도 트로트가 아닌 스윙 째즈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난영이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블루스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은 70년대 이후에나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현식이 부른 <이별의 종착역> 은 사실 1959년 일명 ‘마카오 신사’ 로 불렸던 손시향이라는 미남 가수가 부른 곡입니다. 이 두 노래를 동시에 들어보면 저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열아홉 순정> - 반야월 작사 / 나화랑 작곡 1959년
이미자 https://www.youtube.com/watch?v=SY8q9GxwUnU

<이별의 종착역> - 손석우 작사/작곡

김현식 -1990년 https://www.youtube.com/watch?v=_RuIsixAUwY
손시향 -1960년 https://www.youtube.com/watch?v=TKkbtfJfLd0

하여간 이난영은 1930년대 당시 신민요풍의 박단마와 신카나리아의 <나는 열일곱 살이예요 -1938년> <노들강변> <맹꽁이타령> 등이 유행하던 시절에 <다방의 푸른 꿈> 이라는 블루스곡을 부른 가수였습니다. 그리고 작사가 조명암이 지은 그 가사를 살펴보면 오늘의 시점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정조(情調)와 분위기를 띠고 있지 않은가요. 진정 그 세련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난영 원곡

1.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 흐미한
고요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 가만히 부른다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 부르누나~
흘러간 꿈을 찾을 길 없어 / 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
사랑은 가고 추억은 슬퍼 / 블루스에 나는 운다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2. 조으는 푸른 등불 아래 / 흘러간 그날 밤이 새롭다  * 조우는 (흘러간 옛 사랑이 그립다)
조그만 찻집에서 만나던 그날 밤 / 목메어 부른다 그리운 그 밤을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 ~ 부르누나 ~
서리에 시든 장미화러냐 / 시들은 사랑 스러진 그 밤
그대는 가고 나 혼자 슬퍼 / 블루스에 나는 운다
조으는 푸른 등불 아래 / 흘러간 그날 밤이 새롭다 (흘러간 옛 사랑이 그립다)
 

김씨스터즈의 리메이크곡

1.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조용한 다방에서 뮤직을 들으며 / 가만히 부른다 흘러간 옛님을
부르누나~ 부르누나~
사라진 꿈을 찾을 길 없어 / 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
사랑은 가고 추억은 남아 / 블루스에 나는 운다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2. 새빨간 장미 향기 끝에 / 흘러간 옛 노래가 그립다
고요한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 가만히 듣는다 그 님의 숨결을
울리누나 ~ 울리누나 ~
흘러간 내 맘 잡을 길 없어 / 불빛을 따라 잠기는 마음
청춘은 가고 상처만 남아 / 블루스에 나는 운다
새빨간 장미 향기 끝에 / 흘러간 옛 노래가 그립다)

(*②에 나온 가사는 2절의 한 구절을 이난영이 조금 다르게 불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씨스터즈가 부른 2절은 이난영이 부른 원곡의 가사와는 많이 다르다. 이것이 어쩌면 째즈의 자유로움인지도 모른다. 노래를 부르는 상황, 현장, 무대의 성격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변하는 즉흥성 - 그것이 바로 째즈의 자유로움이 아니겠는가.)

* 이난영·김해송 부부와 그 자녀들
https://www.youtube.com/watch?v=_AaLJ278iVo
https://www.youtube.com/watch?v=9zesTVXEv_c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