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목압서사 주최 한시백일장 성료 ... 장원에 박권 씨의 오언절구 〈新茶〉 
제4회 목압서사 주최 한시백일장 성료 ... 장원에 박권 씨의 오언절구 〈新茶〉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20.04.22 14:23
  • 업데이트 2020.04.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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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화개골 목압서사 학의재에서, 부산·경남·전남 등지서 8명 참가
- 참가자들이 우천관계로 서사 내의 학의재에서 한시백일장에 임하고 있다.
지난 19일 목압서사 학의재에서 열린 제4회 한시백일장.

지리산 화개골의 목압서사(원장 조해훈 시인)이 주최하는 제4회 작은 동네 한시백일장이 올해는 부산과 경남, 전남 등 여러 지역의 한시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이번 한시백일장은 여느 해처럼 경남 하동군 화개면 맥전길 4(운수리 702, 목압마을) 소재 목압서사 내 학의재(學宜齋)에서 지난 19일 열렸는데, 부산과 경남, 전남지역에 거주하는 한시애호가 8명이 참가했다. 지난 3회까지의 백일장 참가자는 5명으로 대부분 화개골 주민들이었다. 지리산 화개골의 작은 동네 한시백일장에서 피어오른 한시 향기가 지리산을 넘어 널리 도시까지 퍼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장원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서 온 박권(60) 씨의 오언절구인 <新茶(햇차)>가 차지했다. 박 씨는 수상 소감에서 “한시를 좋아하여 평소에 즐겨 읽으며, 가끔 혼자서 지어본다”며, “지인의 소개로 처음 한시백일장에 참가했는데 생각하지도 않게 장원을 차지해 기쁘면서도 떨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목압서사 한시백일장을 계기로 보다 심도 있게 한시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장원을 차지한 박 씨의 시 <新茶> 전문이다.

今日木鴨俘(금일목압부)
新茶香好乎(신차향호호)
應當歌薦客(응당가천객)
可以許䣽輔(가이허지보)

오늘 목압산에서 따온
햇차 향이 너무 좋구나.
응당 손님에게 노래하며 추천할만하니
가히 술의 도움이 있어야 하겠네.

차상에는 부산에서 온 원무현(59) 씨의 칠언율시인 <木鴨書舍(목압서사)>, 전남 담양에서 참가한 김곳(53) 씨의 칠언절구인 <春日(춘일)>, 경남 하동군 청암에서 온 권오주(63) 씨의 오언율시인 <百里香(백리향)>이 각각 선정됐다.

이날 백일장 한시 심사는 부산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의 관음정사 주지인 퇴수(退受) 보우스님(시인·한시집 『감천에서 매창을 만나다』 저자)이 맡았다.

- 장원을 차지한 박권(오른쪽) 씨가 조해훈 원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장원을 차지한 박권(오른쪽) 씨가 조해훈 원장으로부터 상장을 받고 있다.

보우스님은 “먼저 박권 씨의 <新茶>는 오언절구로 내용을 전달하는데 짧은 감은 있으나 △첫째 구와 둘째 구, 넷째 구에서 ‘虞(우)’ 운목으로 자유자재로 운자를 적절히 잘 사용한 점 △목압서사가 운영하는 목압산의 차밭에서 따 온 햇차의 향기가 너무 좋아 훌륭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하면서 여기에 술이 더해지면 차맛이 더해 질 것이라고, 돋보이는 상상력을 동원한 점 △또한 ‘歌薦客’이라든지, ‘許䣽輔’ 등 당나라 시인들이 쓸 법한 시어를 구사함으로써 한시에 대한 내공이 만만치 않은 점 등을 들어 장원으로 뽑았다”고 평을 했다.

그는 또 “원 씨의 <木鴨書舍>의 경우는 대개 한시백일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칠언율시로 시를 지었는데 시의 내용은 그다지 나무랄 것이 없지만 형식면에 있어 다소 소홀한 점이 있다”며, “운자를 사용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둘째·넷째·여섯째·여덟째 구의 마지막 글자에 평성으로 맞추어야 하나 모두 맞추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스님은 “김 씨의 <春日>은 봄날의 정취를 산수에 빗대 잘 읊었지만 평측에 있어 자유로운 점이 눈에 띄어 감점처리 됐다”며, “권 씨의 <百里香>은 표현에 있어서는 그런대로 무난했지만 특히 율시의 장점이자 규칙인 대구(對句)를 무시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목압서사의 미니 한시백일장은 해마다 4월과 11월에 각각 열린다. 이번 ‘제4회 미니 한시백일장’의 자료집도 기존에 그랬던 것처럼 별도로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

목압서사 조해훈 원장은 “목압서사는 지리산 골짜기 화개골 주민들과 함께 한문과 역사, 인문학과 문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하는 공간”이라며, “미니 한시백일장의 경우 관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제 사비로 열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함께 한시를 학습해나간다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백일장 시작에 앞서 조해훈 원장은 백일장 관련 규정과 유의사항 등을 설명했다. 시제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형식은 절구와 율시로 제한했다. 평측을 가능하면 맞추도록 했고, 운자는 각자 원하는 운목(韻目)에서 찾아 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존의 다른 사람의 시를 베낄 경우 실격처리하기로 했다.

한시백일장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목압서사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3회 한시백일장에는 행사 예산상의 문제로 5명으로 한정했으나, 이날 비가 오는 데도 8명이 참가해 전원 그대로 진행했다. 참가 연령은 50, 60대였다.

한편 목압서사는 문학과 역사 등 여러 종류의 도서를 비치해 주민들에게 지역 도서관 역할도 하고 있다. 서사 내의 목압고서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전소설展’을, 목압문학박물관에서는 ‘한국 문학의 길을 제시해준 잡지 『창작과비평』展’을 지난 3월 4일부터 오는 6월 3일까지 각각 열고 있다. 문의 조해훈, massjo@hanmail.net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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