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여신의 그 절대미모의 함정
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여신의 그 절대미모의 함정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0.07.14 23:58
  • 업데이트 2020.07.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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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통산 1033호(2020.7.15)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그림 (1636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파리스는 아프로디테(가운데)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선택했다.Peter Paul Rubens / Public domain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그림(1636년). 런던내셔널갤러리 소장. 파리스는 아프로디테(가운데)를 황금사과의 주인으로 선택했다. [Peter Paul Rubens / Public domain]

요즘은 여자는 물론 면접시험을 보는 남자도 기본화장을 하고 가야 하는 외모제일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윳빛 피부, 여신급 미모라는 유행어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신은 무엇이며 평범한 여인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여신의 정체와 역할을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비너스(그리스의 아프로디테)를, 가장 높은 권력의 상징을 제우스의 아내로 지상의 황후인 헤라를 꼽고 있으며 지혜와 무력의 여신으로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를 꼽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각 역할이 다른 세 여신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다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의 여신은 우선 아름답다는 인상, 천상의 아름다움이란 찬사를 들으며 인간이 남기는 모든 회화나 조각에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신은 왜 아름다워야 할까요? 이에 대한 정답은 여신이란 권위로 함부로 질투를 하고 간통을 하고 사생아를 낳는 초월적 존재 여신들보다는 인간의 여성을 통하여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태초에 조물주가 인간이란 한 종(種)의 생명체를 창조하여 그들이 지상의 만물을 통제하며 신의 대리자로 지목하여 자신들과 비슷한 형상을 만든 데서 단서가 잡힙니다. 그렇게 분명한 목적을 두고 만든 생명체라면 첫째는 힘이 세어 먹이를 쉽게 구해 자신의 신체를 키울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다음엔 그런 인간을 재생산해 대를 이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남녀 두 성(性)으로 구별하고 남자는 힘과 공격성을 주어 성인이 되면 여자에게 돌진하게 하고 여자는 아름다움과 끈질긴 생명력을 주어 자신의 매력에 빠진 사내를 받아들여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남녀가 접촉하여 아이를 낳으려면 사내가 사냥을 하고 고기를 잡는 공격성에서 여자에게 일단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 유인책이 바로 아름다운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와 페르몬이 가득 담긴 체취일 것입니다. 여신의 존재역시 이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하고.

Sandro Botticelli / Public domain
비너스의 탄생. [Sandro Botticelli / Public domain]

그런데 우리가 인류의 대표적인 신화 <그리스신화>를 읽어보면 우선 여신들이 그 외모에 비해 실생활이 그렇게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동서양 모든 인류가 미의 상징으로 부름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는 아프로디테(비너스)가 처녀시절부터 그 화려한 미모를 무기로 꽤나 많은 남신을 울린 모양으로 아비인 주신 제우스는 그 벌로 가장 못생긴 신 헤파이토스(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나 아비 제우스가 땅으로 던져버려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에게 주어버립니다. 그렇게 아들 에로스(큐피터)가 옆에 있는데도 예사로 남자 신들과 간통을 범했고 심지어는 남매 간이며 가장 사나운 전쟁의 신 아르스(마르스)와의 간통도 서슴지 않아 화가 난 남편 헤파이토스가 강력한 그물을 만들어 잠든 그들을 감금하기도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새벽의 신 이오스, 질투의 신 에리스 등 수많은 역할을 맡은 여신과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여인들이 거의 다 주신 제우스와 사통을 하는 데 서슴지 않습니다. 이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제우스의 횡포라고 보아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여신이나 요정, 인간의 미인들의 그 아름다움 속에는 조물주가 준 본능, 어떻게든 강한 사내를 유혹해 자식을 낳으려는 욕구가 있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아주 옛날 인간을 통한 신의 대리전인 <트로이 전쟁)의 촉발원인이 된 파리스란 왕자가 태어나자 그의 누이 카산드라가 그 아이를 키우면 트로이성이 불길에 휩싸여 멸망한다는 불길한 예언을 하게 됩니다. 한편 신들의 정원에서 여러 여신들의 모임에 늦게 참석하여 미운털이 박힌 질투의 여신 아레스가 사과 한 알을 땅 바닥에 굴리면서
“이 사과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칩니다.” 
하며 질투를 유발하는 바람에 평소 자신의 미모를 확신하던 헤라와 아테네,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서로가 사과의 임자라고 우기다가 마침내 아름다운 목동 파리스에게 가서 누가 제일 예쁜지를 물었습니다. 헤라는 가장 강력한 권력을, 아테네는 지혜와 무력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준다고 제의하자 파리스는 단번에 아름다운 미인을 택해버립니다.

Louvre Museum / Public domain
밀로의 비너스 [Louvre Museum / Public domain]

이에 아프로디테는 당시 지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 아테네의 왕 아가멤논의 제수인 헬렌을 파리스에게 유혹케 해 둘이 트로이성으로 도망가자 화가 난 아가멤논이 아킬레스, 오딧세이 같은 명장들을 모집해 나선 트로이 전쟁이 벌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위의 사실로 볼 때 우리가 아름다움과 권위와 신비함으로 존숭하는 여신들은 실생활에서는 아무나와 간통을 저지르고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매우 경박하고 음란한 여인, 요즘 젊은 이들의 말로는 <맹한 여자>, <쉬운 여자>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여배우에게 여신급의 미모라고 한다면 그 뉘앙스에 뭔가 좀 문란하고 맹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아프로디테는 세상의 뭇 남성의 흠모, 뭇 여성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지중해에서 건져낸 아프로디테의 흉상(팔이 없는 비너스의 트로소)가 소장된 파리의 르부르 박물관과 보디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이 전시된 피렌체의 우디치박물관에는 세계인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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