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우 박사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 대화법 (21)비언어행동
배정우 박사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감’ 대화법 (21)비언어행동
  • 배정우 배정우
  • 승인 2020.07.15 10:56
  • 업데이트 2020.07.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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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줌으로써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칭찬·인정하기’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언어행동의 정의, 기능,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 침묵의 필요성, 부정적 효과와 예방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언어행동의 정의 및 중요성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기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침묵 상태로 계속 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면 대화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사람일지라도 SNS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를 하는 것을 보면 소통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대면 대화를 할 때에는 언어 표현이 기본이지만 말을 할 때든 말하기 곤란하여 침묵할 때든 비언어행동으로 표현합니다.

비언어행동(nonverbal behavior)이란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적 표현을 제외한 모든 신호(signals) 또는 실마리(cues)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화할 때 시선, 눈짓, 표정, 고개 끄덕임, 몸짓, 제스처, 자세, 어조, 억양 등 다양한 비언어적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합니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신체는 갖가지 신호를 보냅니다.

비언어행동은 의식적 검열을 받지 않은 것이므로 언어보다 더 솔직하고 정확하고 메시지입니다. 버드휘스텔(Birdwhistell, 1970)에 따르면, 의사소통에 있어서 메시지의 65% 이상이 비언어행동으로 전달됩니다. 이처럼 비언어행동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비언어행동의 대부분은 언어 신호에 의해 해석됩니다. 비언어행동에는 행동하는 사람의 정서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언어행동의 의미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어 비언어행동은 활짝 펼쳐진 ‘마음의 책’과 같습니다.

Almutas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미국 인류학자 레이 버드휘스텔 [Almutas / CC BY-SA 4.0]

비언어행동의 특징은 다중채널, 자발성, 불명료성, 문화적 차이, 언어행동과의 모순 등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다중채널이란 다양한 비언어적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발성이란 의식의 통제를 덜 받고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합니다. 불명료성이란 언어행동에 비해 의미가 불명확하고 모호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문화적 차이란 성별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음을 말합니다. 언어행동과의 모순이란 비언어행동이 언어행동과 일치되지 않고 모순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언어행동은 언어행동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원만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려면 상대방이 표출하는 비언어행동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언어행동의 기능

비언어행동은 반복, 모순, 대체, 보충, 강조,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반복(repetition)의 보기를 들면,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하면서 머리를 숙이는 것입니다. 모순(contradiction)의 보기를 들면, 자녀를 심하게 체벌하면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체(substitution)의 보기를 들면, 동의의 의미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입니다. 보충(complementation)의 보기를 들면, “잘했어!”라고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팔을 드는 것입니다. 강조(accenting)의 보기를 들면, “조용히 해!”라고 말하면서 탁자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입니다. 조절(regulation)의 보기를 들면, 상대방의 말이 길어 지루해지자 말을 멈추도록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언어행동에 대한 해석은 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석할 때는 성급하게 단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개인차, 문화적 배경(성별, 인종, 민족, 성 지향성 등) 등을 고려하여 행동의 맥락에서 잠정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비언어행동의 종류와 의미

비언어행동은 크게 나누면 동작성, 근접성, 준언어, 환경, 시간 등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의사소통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작성, 근접성, 준언어의 세 가지 범주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동작성(kinesics)

동작성이란 얼굴표정, 제스처, 몸동작, 시선, 자세, 태도 등과 같은 신체언어(body language)를 말합니다. 동작성에는 비교적 변화가 없는 신체적 특징(체격, 신장, 체중, 용모)이 포함됩니다. 동작성은 이러한 신체언어의 요소에 의해 전달되는 메시지에 관한 영역입니다.

얼굴표정(facial expression)은, 크냅과 홀(Knapp & Hall, 2009)에 따르면, 신체언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메시지가 표현되는 감정상태의 지표입니다(얼굴표정 55%, 언어 7%, 목소리의 강조 38%). 한편, 코미어와 해크니(Cormier & Hackney, 2016)에 따르면, 얼굴표정은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보편적인 비언어행동입니다. 보기를 들면, 상기된 표정의 메시지는 당혹감이나 불안감이고, 부드러운 표정의 메시지는 호감이나 배려심입니다. 눈동자가 커지거나 입을 벌린다면 놀라거나 갑작스런 깨달음이 일어났거나 특별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허공을 응시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다면 회상을 하거나 심사숙고를 하거나 자기성찰을 하는 중입니다. 입술을 깨물고 있다면 슬픔, 분노, 적개심, 좌절, 불안 등의 상태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시선접촉(eye contact)은 ‘직접적인 상호응시(direct mutual gazing)’라고도 하는데 대화하는 두 사람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시선의 형태에 따른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접촉 유지의 메시지는 관심 있음, 신뢰감, 안정감, 편안함 등입니다. 접촉 결여는 불신감, 존경, 철수, 위압감 등입니다. 시선 고정은 몰입, 긴장감, 경직됨 등입니다. 시선 회피는 기억 회상, 관심 이동, 불확실함 등입니다. 곁눈질은 심사숙고, 곤혹스러움, 집중, 성가심, 불신감 등입니다. 동공 확대는 놀람, 관심, 통찰, 약물 효과 등입니다. 눈 깜빡임은 불안, 흥분, 안구 건조, 콘택트렌즈 착용, 편집증 등입니다. 눈물은 슬픔/우울, 좌절감, 염려, 기쁨, 분노, 두려움 등입니다. 눈물은 강한 정서의 지표입니다. 상대방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껴 울거나 감자기 울음을 터뜨린다면 그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머리의 움직임(head movement)은 누군가가 제시한 의견이나 관심사에 대한 동의 또는 반대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머리를 아래위로 끄덕이는 행동의 메시지는 동의, 경청, 긍정적 관심 등입니다. 머리를 가로젓는 행동의 메시지는 반대, 불일치 둥입니다. 머리를 숙이는 행동은 슬픔/우울, 무기력감, 패배감 등을 나타냅니다.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행동은 심사숙고, 회의/의심, 관심 등을 나타냅니다.

신체동작(body movement)은 신체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는 마음 상태의 중요한 지표인데 문화적 배경과 맥락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목을 돌리는 동작은 긴장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은 불확실함, 무관심을 드러냅니다. 어깨가 축 처진 동작은 슬픔, 철수, 수줍음, 의기소침 등을 나타냅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해 열린 동작은 자기개방, 신뢰감, 접촉을 원함 등을 나타냅니다. 손 떨림 동작은 불안감, 초조감을 나타냅니다. 주먹을 꽉 쥐는 동작은 분노감, 협박을 나타냅니다. 손으로 입을 막는 동작은 죄책감을 나타냅니다. 팔짱을 끼는 동작은 거부, 자기방어, 접촉 차단을 나타냅니다. 팔이 경직되는 동작은 불안, 수줍음, 분노, 긴장감 등을 나타냅니다. 다리를 꼬고 풀기를 반복하는 동작은 불안, 걱정, 자기 방어, 긴장/초조 등을 나타냅니다. 몸을 실룩거리는 동작은 좌절감을 나타냅니다. 잦은 움직임은 피로, 혼란, 지루함, 짜증을 나타냅니다. 자주 안경이나 머리를 만지거나 옷매무새를 고치는 동작은 불안감을 나타냅니다.

자세(posture)는 흔히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몸의 자세에 따른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몸을 앞으로 약간 구부리는 동작은 관심/흥미, 개방, 수용, 주의집중을 나타냅니다.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은 철수, 거부/불인정, 거만/무시, 무관심을 나타냅니다. 몸을 옆으로 돌리는 동작은 회피, 거부, 두려움, 자기 방어를 나타냅니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안, 염려, 발달장애 증상 등을 나타냅니다. 습관적인 움직임은 불안, 염려, 긴장감, 싫증, 지루함, 정신장애 등을 나타냅니다. 가슴을 펴고 상대방을 응시하는 동작은 자신감을 나타냅니다. 의자에 깊숙이 구부린 채 앉는 동작은 거부를 나타냅니다. 활력이 없이 어깨가 처져 있는 동작은 우울감을 나타냅니다.

그 밖의 비언어행동은 어떤 태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슴을 편 채 두 팔이 열려 있고 손바닥이 위로 향하는 행동은 개방적인 태도입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응시하는 행동은 사려 깊은 태도입니다. 구개, 손 또는 손가락을 가로젓는 행동은 권위주의적인 태도입니다. 의자에 깊숙이 구부린 채로 앉아 있는 행동은 거부적인 태도입니다. 의자 끝에 앉아 눈 깜짝하지 않은 채 응시하는 행동, 손은 뺨에 얹어 놓고 턱을 괴고 있는 행동,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손가락 끝으로 뺨을 두드리는 행동은 평가적인 태도입니다.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은 행동, 다리에 의자를 붙이고 의자를 방패처럼 이용하는 행동, 주먹을 쥔 상태로 이마에 대고 있는 행동은 방어적인 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용모(physical appearance)에는 인상, 키, 몸무게, 낯빛, 피부색, 머리카락, 옷차림, 건강·위생 상태, 흉터·문신 등이 포함됩니다. 사람의 호감 여부는 0.3초만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첫 인상이 중요하므로 사람을 만날 때는 대화방식에 앞서 용모에 신경을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옷차림은 상대방의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만나는 장소 등을 고려해서 갖추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근접성(proxemics)

근접성이란 사회적 거리, 사적·사회적 공간 또는 영역에 대한 소통적인 조작을 말합니다. 근접성은 개인적·환경적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또는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 상대방과 두고 싶은 거리를 가리킵니다. 나이, 성별, 민족과 인종에 따라 근접성은 다릅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더 가까이 앉습니다. 보통 1m 이내로 앉아야 상대방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1m 이상 멀리 떨어져 앉는다면 상대방은 거리감을 느끼며 오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동성끼리 만날 때는 이성끼리 만날 때보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만약 아직 친밀하지 않은 이성끼리 만나는데 한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면 상대방은 어색해하고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준언어(paralanguage/paralinguistics)

준언어란 언어적 표현에 버금간다는 뜻으로서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범주에는 억양 또는 어조와 같은 음성 발성의 요소(크기, 억양, 속도, 패턴, 음질, 유창성 등) 외에도 말실수와 침묵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참 잘했다”는 말도 어떤 억양과 속도와 크기로 말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격려 또는 비아냥거림이나 꾸중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준언어의 구성요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억양(intonation), 즉 음성의 높낮이는 내담자의 감정 상태와 주제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주 높은 목소리는 분노나 불안을 나타내고, 아주 낮거나 느리거나 작은 목소리는 슬픔이나 우울을 나타냅니다. 반면에, 음색이나 억양의 변화는 대화의 특정한 주제나 내용에 대한 정서 상태의 변화 또는 관심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둘째, 말의 속도는 문화적 배경이나 지리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의 속도 자체보다는 속도의 변화 정도에 초점을 두고 어떤 메시지인 지를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빠르면 내가 말의 속도를 조금 천천히 함으로써 상대방이 좀 더 차분히 말하도록 이끌고, 반대로 상대방의 말이 너무 느리면 내가 반응하는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좀 더 빨리 말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셋째, 말의 패턴(pattern)은 언어행동과 음성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언어행동의 추가적인 변화를 말합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갑작스러운 침묵, 쫒기는 듯이 빠른 말(‘압출언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사고 표현(‘경주 사고’), 지역적 특성이나 민족적 배경에 따른 억양, 말을 방해하는 깨진 음성, 한숨 또는 헐떡임과 같은 특이한 표현방식 등의 측면이 포함됩니다. 말의 패턴은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이해해야 합니다.

넷째, 말의 유창성(fluency)은 특정 주제나 화제에 관한 이야기 흐름의 정도를 말합니다. 특정 주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실수를 한다거나 갑자기 머뭇거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불안해지거나 자기개방을 거리끼기 때문입니다. 특정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꺼낼 때 말을 더듬거리거나 감정이 변화된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단서로 볼 수 있습니다. 대화하는 중에 적절한 단어를 떠올릴 수 없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말실수는 흔히 불안한 감정 상태인 경우에 일어납니다.

침묵의 의미

침묵(沈默, silence)이란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또는 그런 상태.’ 또는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또는 그런 상태.’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비언어적 표현인 침묵은 얼굴 표정, 눈빛, 눈길, 손짓, 몸짓, 자세 등과 같이 의사소통의 한 방식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말보다 침묵이 전달력이 더 강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이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어 정적(靜寂)이 흐르는 상태라면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느낌이 어떨까요? 그 사람이 가족이나 친한 친구라면 어색하지 않겠지만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색하고 불편하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침묵하는 이유, 즉 침묵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가 모두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긍정적인 의미로는 인정, 수용 등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는 불인정, 불수용(거절), 회피, 무관심, 혼란 등입니다.

대화하는 중에 상대방이 침묵할 때는 섣불리 주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짐작하지 말고 차분하고 정중하게 물어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지금 아무 말씀이 없으신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묻는 게 좋습니다. “왜 말씀이 없으세요?”라는 표현은 따지는 것처럼 들려 상대방이 당황하고 저항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습니다. 9회 칼럼(질문 잘하기)에서 알려드린 것처럼 상대방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말에 관한 서양 격언 중 우리가 잘 아는 것으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but silence is gold)”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제가 집단상담을 진행할 때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집단원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말이 끊어져 조용한 침묵 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집단원들의 표정을 보면 다양합니다. 편안하게 사색하는 사람, 멍하게 있는 사람, 불안해하며 눈치를 보는 사람 등 침묵에 대한 자신의 지각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일어납니다. 그 짧은 침묵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은 침묵 상태가 불편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까닭은 다양하나 대체로 말이 끊기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A에게 한 말에 A가 섭섭했나?’, ‘B가 C에게 한 말이 C를 당황스럽게 했나?’ 등 주고받은 대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며, 그래서 빨리 침묵을 깨뜨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침묵을 빨리 깨뜨리면 편안하게 사색하며 침묵을 즐기던 사람은 아쉬워하거나 짜증을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침묵을 빨리 깨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침묵을 깨고 말을 할 때도 “아무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니 궁금하고 답답하고 지루합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할 경우에도 가끔 말이 끊어지고 침묵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10초쯤 기다렸다가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말씀을 안 하시니 궁금하네요. 저는 조금 어색하네요.”라고 부드럽게 물으며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침묵에 대한 여러 생각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과 반대되는 격언도 있습니다. “때로 침묵은 금빛이 아니다. 단지 노란색일 뿐이다(Sometimes silence is not golden just yellow)”라는 격언입니다. yellow에는 ‘겁 많은’이란 뜻이 있습니다. 말하기가 두려워서 비겁하게 침묵한다는 뜻입니다. 침묵(silence)에 관한 명언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침묵은 현명한 사람에겐 어리석지만 어리석은 사람에겐 현명하다(Silence is foolish if we are wise, but wise if we are foolish).” 영국 작가 찰스 케일럽 코튼(Charles Caleb Cotton, 1780~1832)이 한 말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말하는 게 도움이 되므로 침묵하는 게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므로 침묵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침묵은 반박이 어려운 논법 중의 하나다(Silence is one of the hardest arguments to refute).” 미국의 유머리스트 헨리 휠러 쇼(Henry Wheeler Shaw, 1818~1885)가 한 말입니다. 침묵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이기에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침묵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침묵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현저한 실패 중 하나다(An inability to stay quiet is one of the conspicuous failings of mankind).” 영국의 경제학자, 정치학자, 문예비평가인 월터 배젓(Walter Bagehot, 1826~1877)가 한 말입니다.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야 할 경우인데 말을 함으로써 인간관계나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음을 깨우쳐주는 말입니다.

“당신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신의 말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He who does not understand your silence will probably not understand your words).” 미국 작가 앨버트 허버드(Elbert Hubbard, 1856~1915)가 한 말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말을 흐름과 맥락을 잘 파악하면 침묵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침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자녀가 부모와 대화하는 중에 침묵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왜 말 안 하니?”라고 다그친다면 그 부모는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말한 적이 없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상처받은 적이 없다(I have never been hurt by anything I didn't say).” 미국 제30대 대통령(1923~1929년 재임)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1872~1933)가 한 말입니다. 그는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 후임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1874~1964)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그 말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을 겁니다(If you don't say anything, you won't be called on to repeat it).” 이렇듯 쿨리지는 ‘침묵의 캘(Silent Cal)’이라는 별명으로 통했지만 실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공적으론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우리 인생에서 모든 문제의 4/5는 단지 우리가 가만히 앉아 침묵만 한다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라는 명언도 남겼습니다. 한 역사가는 쿨리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꼬집었습니다. 참 비겁하고 옹졸하죠?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잘 소통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말 때문에 곤란해질까 봐 침묵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침묵은 권력의 최후 무기다(Silence is the ultimate weapon of power).” 프랑스의 대통령을 지냈던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이 한 말입니다. 권력자의 침묵은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침묵을 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나의 침묵을 누릴 자격이 있다(He deserves my silence).” 미국 전 대통령 조지W. 부시(George W. Bush, 1946~)가 퇴임 후 캐나다 캘거리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캐나다의 정계·경제계 인사 2,000여 명이 참석한 ‘부시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오찬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빈다. 그를 비난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처럼 침묵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말을 매우 중시했으며 그만큼 말하기에 조심했습니다. 그래서 말과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침묵과 관련된 격언으로 대표적인 것은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격언입니다. 우리 옛 어른들은 말보다 침묵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등의 격언을 통해 말을 조심스럽게 가려서 하도록 강조했습니다.

침묵의 부정적 효과 및 예방책

‘침묵효과(mum Effec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조직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부정적인 정보는 걸러지고 긍정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된 지 73초 만에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 우주여행의 꿈에 부풀었던 승객 전원이 사망하였습니다. 우주선 엔진이 폭발할 확률을 연구원은 1/200~1/300, 최고책임자는 1/100,000이라고 엄청 차이 나게 판단했다고 합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연구원이 2번이나 발사 연기를 요청했음에도 최고 책임자는 연구원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합니다. 상사는 왜 부하직원의 중요한 요청을 묵살했을까요? 평소 침묵으로 일관한 회의문화, 단점을 축소해 전달하는 과정이 문제이고 사고의 원인입니다.

배정우 박사

일상에서 비일비재한 ‘침묵효과’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요? 첫째, 조직 안의 권위주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다단계 조직구조와 수많은 의사결정단계는 침묵효과를 조장하는 주범입니다. 나쁜 뉴스에 호통을 치기보다는 그 원인과 해결책을 함께 찾아봐야 합니다. 둘째, 개방적인 회의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토니 블레어(Tony Blair, 영국 54대 총리)는 “딱딱한 회의문화가 무너져야 정확한 정보를 여과 없이 전달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것이 회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할 때 소규모 관료 회의체 ‘소파 내각’에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대화 채널을 개설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단 비밀 채널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해야 합니다.

침묵은 언제나 금이 아닙니다. 특히 회의시간의 침묵은 ‘독(poison)’입니다. 침묵으로 인해 더 이상 조직의 독을 키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회의할 때 침묵 상태가 자주 일어난다면 그 원인은 직원들의 내향적 상격, 도전적이지 않은 소극적 태도, 솔직하지 못함,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함, 지나친 아부 성향 등 때문일 것이고 동시에 상사의 독선적, 강압적, 폐쇄적, 다변적 성향 등 때문일 것입니다.

<상담심리학 박사, 한마음상담센터 대표,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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