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오요, 오요, 강아지풀
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오요, 오요, 강아지풀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0.08.02 20:13
  • 업데이트 2020.08.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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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통산 1052호(2020.8.3)

 

강아지풀 앞에 선 강아지 마초

사진에 보이는 풀이 강아지풀인데 어째 강아지꼬리와 좀 닮았나요? 꼬리도 꼬리지만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까지 강아지를 연상시키는가요?

식물의 이름을 지을 때 괭이밥이니 노루오줌풀, 애기똥풀, 매발톱, 광대수염, 원숭이방석버섯처럼 사람이나 동물의 이름을 차용한 게 많은데 아마도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물에서 연상해서 짓기 때문이었겠지요.
 
저 강아지풀의 특징은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새싹들이 싹을 내미는 3, 4월에는 꼼짝을 않다가 6월쯤 진한 연두 빛의 조그마한 풀잎을 틔워 금방 자라는데 그 때의 들판에서 가장 왕성한 망초, 쇠뜨기, 돼지풀, 물봉선, 토끼풀에 절대 밀리는 법 없이 어느새 작은 조 이삭 같은 열매를 바람에 덜렁거립니다. 논밭 둑, 도랑가, 산기슭에도 자라고 그 씨앗이 떨어진 자리가 모래밭이 아닌 자갈밭이라도 금방 키가 1m 가까이 자라고 드물게 고산지대 바위 틈에도 자랍니다.

제가 살아온 경상도는 물론 군대생활을 했던 경기도나 강원도는 물론 여행지인 제주도의 민박집 울타리에서도, 무인도의 어느 바위 틈에서도 빠짐없이 목도하는 것이 저 강아지풀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도 가르치는 모양으로 6, 7세 당시의 세 손녀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저 강아지풀 이삭으로 개구리를 잡아보셨나요?  8, 9월경 씨알이나 솜털이 토실토실한 강아지풀 이삭에 퉤퉤 침을 밭아 도랑이나 웅덩이에 넣고 살랑살랑 흔들면 호기심 많은 개구리가 물고 올라오는 것을 말입니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그 개구리(큰 놈은 다리를 잘라) 끊에 묶어 돌로 도랑둑을 쌓아 구멍이 숭숭 뚫린 웅덩이의 구멍 하나를 목표로 해 까딱까딱 놀리면하면 잠시 후  도랑에서 사는 엄지발가락위에 털이 부슬부슬한 논 게(蟹)가 끈에 잡아당기는 순간 휙 낚아채어 잡을 수가 있었는데 한꺼번에 두 마리가 잡힐 때가 다 있었습니다. 바다와 한참 떨어진 농촌이라 1년에 게 한 번 먹기 어려움 형편에 그 농게를 너덧 마리 넣고 된장을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라 아버지의 술안주도 좋았습니다. 물론 직접 잡아온 저도 유공자에다 아들이니 당연히 통잡이로 게 한 마리를 먹지만 어머니나 누님들은 게 살을 직접 뜯지는 못 해도 국물에 보리밥을 비벼 풋고추와 된장의 콩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그 게 비빔밥을 너무 잘 먹었고 어쩌면 개다리나 살코기맛보다 잘게 잘라진 게살이 어울린 그 게비빔밥이 더 맛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게가 딱 한 두 마리뿐일 때 게는 아버지와 어린막내의 겸상에 올리고 된장을 듬뿍 넣은 게장을 나머지 가족이 대여섯의 숟가락이 나들던 생각이 납니다.

잡초 속의 강아지 풀

그런데 그렇게 개구리를 잡을 때 우리는 저도 몰래 마치 강아지를 부르듯 “오요, 오요!” 소리치며 잡았답니다. “오요, 오요!”는 언양지방에서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랍니다.

제 포토 에세이는 우리 세대가 지나가면 사라질지 모르는 언양의 풍습과, 사투리 농경(農耕)어와 그 생활상을 은연중에 남기려는 것인 꿍심이 있는 만큼 말이 나온 김에 언양지방에서 짐승을 부르는 소리를 나열해보겠습니다.

 강아지 부를 때 : 오요, 오요, 오요!
 다 큰 개 : 워리, 워리!
 개를 쫓을 때 : 유래이!
 고양이 : 진아, 진아!(살찐이라는 사투리에서 유래된 듯)
          또는 야옹아,
 닭 모이 줄 때 : 구구, 구구!
 거위 : 기우야, 기우야!
 염소 : 땀배, 땀배, 땀배!

소는 말뚝에 매어놓기 때문에 달리 부르는 일이 없지만 밭갈이 할 때 구령소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랴 : 앞으로
 워띠 : 좌로
 이라로 : 우로
 워 : 제자리에
 물러 : 뒤로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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