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혼술', 이백의 독작
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혼술', 이백의 독작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0.08.06 14:18
  • 업데이트 2020.08.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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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통산 1056호(2020.8.7)
 

늦게 결혼하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시대가 되어 <혼밥>, <혼술>이 휴행처럼 번지고 있다. 원래 제사와 축제의 제물이던 술이라는 환각의 음료가 권력자, 부자에 의해 재미로 마시는 호사품이 되더니 시대가 발전하면서 더 이상 제주(祭酒)가 아닌 시정(市井)의 기호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일상으로 마시게 되면 우선 누구하고 마시느냐가 문제가 된다. 원래 제사와 축제를 통해 대중이 동시에 마시고 놀던 일종의 환각제인 술이어서 아직도 그 흔적처럼 유흥가나 노래방에서 술과 여인과 광란의 절규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나 이웃, 동료, 동지들끼리 제한적인 인원이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고 군사문화라의 흔적으로 조직간 동료간 <회식>, 또는 <단합대회>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세상이 복잡하고 사정이 어려워 집에서 혼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가고 그래서 여러 가지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여 축제의 음식이 만 가지 근심의 근본이라고 질타당하기로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술은 혼자 조용히 먹어야 제 맛이다. 출출한 오후나 외로운 밤에 홀로 한 잔의 술을 마시는 것은 짜릿한 혀끝으로 험한 세상을 느끼고 달콤한 향기로 삶의 희망을 꿈꾸며 얼큰한 정신으로 환상을 느끼며 허전한 뒷맛으로 인생을 느끼니 술만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료도 없고 감상(感傷)의 메신저도 다시없고 세 삶을 되돌아보게 함에는 술만 한 철학의 전도자도 없다. 

이백이나 두보, 도연명, 굴원 같은 중국의 옛 시인들은 일생 동안 술을 마심에 있어 적어도 그 태반이나 8할을 <혼술>로 마셨을 것 같다. 우선 옛날에 많은 술을 담을 만큼 곡식이 흔하지 않아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여럿이 술을 먹는 경우가 적어 옛날 제사의 제관이 혼자 남은 술을 홀짝거리던 버릇 그대로 농부는 논을 갈다 선비는 달이 떠올라 시흥이 도도할 때, 장수나 관리는 업무를 구상할 때 한 잔의 술로 그 힘든 일도 이겨내고 삶의 활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혼술>을 주로 가난한 노동자나 미취업자, 외로운 여인인 홀로 홀짝거기다 보니 술을 통하여 환상에 빠지기 보다는 술을 통하여 고독을 풀고 현실을 탄식하다 정신이 피폐해진 알콜중독자와 마침내 몸을 망친 성인병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잘 나가는 직장에 다니면서 호주머니가 넉넉한 사람이 칵테일집에서 마시는 술이나 일당치기 노동자가 힘든 일을 마치고 강술을 마시는 것 하고는 혼술도  혼술 나름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실직을 한 젊은이, 취업을 못한 젊은이에, 실련의 아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혼술 그 자체가 비수처럼 가슴을 도려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만성경제위기의 한국, 코로나19가 점령한 대한민국의 민낯 같은 혼술을 나는 나라경제가 항상 흥청대던 80년대, 90년대에도 앓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건 수많은 연고와 인연에 등을 대고 모두가 한동아리가 되어 낯설거나 나약한 존재를 사정없이 깔고 뭉개는 대한민국이란 특수한 관료조직 안에서 나는 학연도 지연도, 하다 못 해 넉넉한 용돈마저 없는 사람이라 공직 40년 내내 단기필마로 악머구리처럼 떼들 지어 웅성대는 동료와 상관들 틈에 수십 년을 미운오리로 시기와 질투, 모함에 시달렸는데 그게 아이러니하게 술을 마시고 시를 쓰기에는 더 없는 조건이 되어 나이 일흔이 된 이 나이까지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나 나부끼는 풀잎 하나에도 가슴을 베이는 시골소년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술꾼이 있고 나름 수많은 사연으로 <혼술>을 마셨겠지만 그 회수나 가슴앓이가 나만한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인가 기우는 왕국의 말미에 유복자로 태어나 망국의 소년으로 천지간을 떠돌며 가난한 식민지의 가장으로 우리 7남매를 길러내어 6.25와 군사혁명 다 지나 먹고 살만 한 시절이 오자 노동과 술에 찌는 천식으로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나보다 더 많은 혼술을, 더 막막하고 외로운 술, 눈물 돋는 혼술을 마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달밤에 '혼술'하는 이태백 [每日頭條]

부자2대의 그 애련한 혼술의 역사는 차자 추억하기로 하고 오늘은 옛 시인의 대표적 혼술의 기록, 이태백의 시 한편을 올린다.

 月下獨酌1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 
 어찌 하늘에 주성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이 주천이 있으리요.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處聖 復道酒與賢
 천지가 하냥 즐기었거늘
 애주를 어찌 부끄러우리
 청주는 이미 성인에 비하고 
 탁주는 또한 현인에 비하였으니

 聖賢已旣飮 何必求神仙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求得取終醉 勿謂醒者傳
 성인도 이미 마시었던 걸
 헛되이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잔에 대도에 통하고 
 한말에 자연이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있던 즐거움을
 깨여있는 사람들에 말하지 말게.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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