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21) 채리필드 〈낭만고양이〉
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21) 채리필드 〈낭만고양이〉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0.11.16 09:12
  • 업데이트 2020.11.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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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1157호(2020.11.17)

  

도시 길고양이들

제가 <낭만고양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일 혼란스러운 점은 그 노래의 정체성인 <작사, 작곡> 그러니까 언제 누가 작사, 작곡한지가 뚜렷하지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설마 할머니가 아이를 재우며 불러주는 자장가나 수천 년 내려온 민요가 아니라면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세상에는 필히 돈이 오고가는 저작권의 문제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호기심천국 마초할배가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파악하기로 이 노래는 1997년 정우진, 연윤근, 손스타, 조유진으로 구성된 락밴드 체리필드의 멤버들이 작사, 작곡, 노래를 공동으로 작업한 것 같고 특히 홍일점인 조유진의 상큼하기도 하고 앙큼하기도 한 폭발적인 창법이 일대선풍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입니다.

또 하나 시작과 끝부분에 “헬로 리틀 기티”라고 반복되는 가사가 있는데 그 <키티>는 무엇일까요?

우선 제목이 <낭만고양이>라는 걸 보아 그 키티가 고양이라는 짐작이 가지만 영어에 고양이는 캣(cat)이란 단어가 이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곰곰 생각하다 문득 우리가 어릴 적에 누구나 한 번씩 읽고 눈물을 흘리던 유태인 소녀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치를 피해 숨어사는 그 암담한 상황에서 사춘기가 닥쳐 같이 숨어사는 소년을 보면 가슴이 울렁거려 그 설레는 마음을 일기로 적기 시작하면서 그 일기장 이름을 자기가 아끼던 고양이 <키티>라고 부르던 생각을 떠올리며 <키티>는 일반명사가 아닌 특정한 고양이의 이름으로서 이제 어느 정도 일반화된 고양이의 의미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 가사의 내용에 들어가면 길고 시끄러운 멜로디에 비해 가사내용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별과 달이 뜨긴 하지만 생선가게나 털어야 살 수 있던 젊은 고양이(아마도 암고양이인 듯)가 세상을 다시 눈뜨면서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는 도시적 권태와 남의 생선가게를 트는> 왜곡된 생활태도를 버리고 거미줄로 그물을 짜는 가장 원시적인 도구로 저 넓고 푸른 바다 별빛, 그러니까 순수(純粹)를 찾아 떠나겠다는 노래입니다.

보컬 조유진의 폭발적인 가창력도 있지만 이 시끄러운 노래가 쉽사리 대중에게 다가간 원동력은 아마도 노래자체의 내재된 매력보다도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당시인 1997년도는 아아엠에프가 터지던 1998년의 직전으로 바야흐로 줄도산과 부도로 기업과 가계가 하루아침에 흔들리며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로 나앉아 <노숙자>란 신조어가 생기던 때입니다. 끝없는 심연처럼 아득한 부도와 궁핍과 혼란의 해저, 그 때의 불안한 젊은이들이 어딘가 탈출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이미 안정된 직장이나 돈벌이장소는 어디에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그들이 숨을 장소가 없었으니 이제 개업만 하면 망하는 현실이 아닌 거미줄로 그물을 짜서 물고기를 잡은 몽상에 빠질 수밖에...

아무튼 이 노랫말의 백미는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버린 깊고 슬픈 바다여.>의 <홀로 떠나버린 깊고 슬픈 바다여>의 입니다. 그 짧은 가사 속에 혼란한 시대상황과 그걸 극복하려는 젊은 의지와 순수를 향한 갈망이 보이는 것입니다. 가사를 올립니다.

 

낭만고양이 / 체리필드

Sweet little kitty
Sweet little kitty
Sweet little kitty
Sweet little kitty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두 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Sweet (sweet) little kitty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 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나는 낭만 고양이 (우리 떠나가 버린)
홀로 떠나가 버린 (떠나가 버린 나의 바다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 버린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Sweet (sweet) little kitty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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