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1)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 나물로 배를 채울지라도 …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1)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 나물로 배를 채울지라도 …
  • 허섭 허섭
  • 승인 2021.01.11 05:05
  • 업데이트 2021.01.1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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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79.2+138.2cm 종이에 수묵

011 -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 나물로 배를 채울지라도 …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나물로 창자를 채우는 사람들 중에는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건만
비단옷 입고 기름진 고기를 먹는 사람은
굽실거리는 종 노릇을 달게 여긴다.

대저 지조란 청렴결백하면 뚜렷해지고
절개란 부귀를 좇아서 잃게 되는 것이다.

  • 藜口莧腸(려구현장) : ‘명아주 잎으로 국을 끓여 먹고 비름나물로 창자를 채운다’ 는 말로 ‘거친 음식을 먹는 것’ 을 뜻함. 명아주 藜, 비름 莧.
  • 氷淸玉潔(빙청옥결) :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함. ‘지절(志節)-지조와 절개’ 가 높은 인격을 뜻함.
  • 袞衣玉食(곤의옥식) :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 袞衣는 천자가 입는 곤룡포(袞龍袍)
  • 婢膝奴顔(비슬노안) : 계집종이 무릎을 꿇고 사내종은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여 주인을 섬긴다는 말로 ‘비굴(卑屈)한 태도’ 를 뜻함.
  • 甘(감) : 달게 여김, 기꺼이 여김.
  • 澹泊(담박) : 맑고 깨끗함. 淡泊(담박)
  • 蓋(개) : ‘덮을 개’ 이지만 여기서는 대개(大槪)의 뜻. * ‘대저, 무릇’ 이란 문장부사(發語辭)로는 흔히 ‘夫’ 를 쓴다.
  • 從(종) : 좇다, 따르다.
  • 肥甘(비감) : 기름지고 달콤한 것, 살진 고기와 맛있는 음식. 즉 부귀(富貴)를 뜻함.
  • 喪(상) : 잃음.
011 판교 정섭 - 행서사언련 청 연대미상 축지 73+24 호북성박물관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행서사언련

◆출전 관련 글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

공자가 제자 안연(顔淵)을 칭찬하기를

簞食(일단사) 一瓢飮(일표음) 在陋巷(재누항) 人不堪其憂(인불감기우) 回也不改其樂(회야불개기락).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서 사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걱정하는 일이지만 안회(顔回)는 그 즐거움을 고칠 줄 모른다

▶우리 민요 <창부타령> 에도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어떠하리’ 라는 노랫말이 있다. 이는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씀으로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飯疎食飮水(반소사음수)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낙역재기중)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나물밥 먹고 맹물 마시며 팔을 굽혀 베고 자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다. 옳지 못한 부나 귀는 내게 있어서 뜬구름과 같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上)에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패도(覇道)를 꿈꾸는 齊宣王(제선왕)을 힐책(詰責)하는 장면이 있다.

爲肥甘不足於口與(위비감부족어구여) 輕煖不足於體與(경난부족어체여).
살진 고기와 맛있는 음식이 입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가볍고 따뜻한 옷이 몸에 부족하기 때문입니까?

  • * 爲는 ‘위하여(for)' '때문에(because)' 의 뜻으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까닭을 묻는 의문사로 의문종결사 與(歟)와 호응하고 있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글

『장자(莊子)』잡편(雜篇) 열어구(列禦寇)에

< 똥꼬를 핥아 수레를 얻어 타다 >

宋人有曹商者(송인유조상자)為宋王使秦(위송왕사진). 其往也(기왕야),得車數乘(득거수승). 王說之(왕열지) 益車百乘(익거백승).

反於宋(반어송) 見莊子曰(견장자왈)「夫處窮閭阨巷(부처궁려애항 )困窘織屨(곤군직구) 槁項黃馘者(고항황혁자) 商之所短也(상지소단야). 一悟萬乘之主(일오만승지주) 而從車百乘者(이종거백승자) 商之所長也(상지소장야).」

莊子曰(장자왈)「秦王有病召醫(진왕유병소의) 破癰潰痤者得車一乘(파옹궤좌자득거일승) 舐痔者得車五乘(지치자득거오승) 所治愈下(소치유하) 得車愈多(득거유다). 子豈治其痔邪(자기치기치야)? 何得車之多也(하득거지다야)? 子行矣(자행의)!」

송(宋)나라 조상(曹商)이 송 왕의 사신이 되어 진(秦)나라에 갔습니다. 떠날 때 수레 몇 대를 받았는데, 진나라 왕이 그를 반겨 수레 백 대를 더 주었습니다.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만나 말했습니다. “이렇게 비좁고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궁색하게 짚신이나 삼고, 비쩍 마른 목에 누런 얼굴로 사는 것. 이런 일에 나는 소질이 없소. 수레 만 대를 가진 임금을 한 번 일깨워 주고, 수레 백 대를 받아 오는 일. 나는 그런 데 장기가 있지.”

장자가 말했습니다. “진나라 왕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부르면, 종기를 따서 고름을 빼내 주는 의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고, 치질을 핥아서 고쳐 주는 의원에게는 수레 다섯 대를 준다는데, 치료할 곳이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수레를 더 많이 준다고 하더군. 자네는 치질을 얼마나 고쳐 주었기에 그렇게 많은 수레를 얻었는가. 자네, 물러가게.”

-『장자』, 오강남, 현암사-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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