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0) 남겨두는 마음과 채우지 않는 지혜를 가져라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0) 남겨두는 마음과 채우지 않는 지혜를 가져라
  • 허섭 허섭
  • 승인 2021.01.20 07:20
  • 업데이트 2021.01.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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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020 - 남겨두는 마음과 채우지 않는 지혜를 가져라

일마다 얼마의 여분를 두어 다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면
조물주도 나를 시기하지 않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일마다 가득차기를 바라고 공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면
안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밖에서 우환이 생기기 마련이다.

  • 事事(사사) : 모든 일, 하는 일마다, 매사에.
  • 個(개) : 하나의, 일개(一個), 조금쯤.
  • 有餘不盡(유여부진) : 약간 부족한 듯함, 다하지 못한 구석이 있음.
  • 造物(조물) : 조물주(造物主)를 말함.
  • 求滿(구만) :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람.
  • 求盈(구영) : 가득 차기를 바람. 앞 구절의 求滿과 같은 뜻이다.
  • 內變(내변) : 안에서 생기는 변, 안에서 일어나는 변고(變故).
  • 外憂(외우) : 밖에서 오는 근심, 걱정.
  • 召(소) : ‘부를 招(초)’ 와 같은 의미.
020 판교 정섭 - 죽 청 1753년 축지 남경박물관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 죽

◆출전 관련 글

▶『주역(周易)』지산겸괘(地山謙卦)에

天道虧盈而益謙(천도휴영이익겸), 地道變盈而流謙(지도변영이유겸), 鬼神害盈而福謙(귀신해영이복겸), 人道惡盈而好謙(인도오영이호겸).
천도(天道)는 가득찬 것에서 덜어 부족한 것에 더해 주고, 지도(地道)는 가득찬 것을 변화시켜 부족한 것으로 흘려 보낸다. 귀신은 가득찬 것에 화를 내리고 부족한 것에 복을 주며, 인도(人道)는 가득찬 것을 싫어하고 부족한 것을 좋아한다.

▶『노자(老子)』제9장에

持而盈之(지이영지) 不如其已(불여기이). 揣而銳之(췌이예지) 不可長保(불가장보). 金玉滿堂(금옥만당) 莫之能守(막지능수). 富貴而驕(부귀이교) 自遺其咎(자유기구). 功成名遂身退(공성명수신퇴) 天之道(천지도).
가진 바를 자랑하는 일은 그만두는 게 옳다. 날카로움을 주장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집 안에 가득한 보물은 지켜낼 수가 없다. 재물이 많고 벼슬이 높다고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을 이루고 이름을 얻었거든 몸을 뒤로 빼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이아무개 대담·정리 삼인-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순자(荀子)』의「유좌편(宥坐篇)」-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계영배(戒盈杯)는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祭儀제의에 쓰는 그릇)’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공자가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방문하였을 때 이 그릇을 보고 사당지기에게 무슨 그릇이냐고 묻자, 사당지기는‘환공이 자리 오른편에 두던 그릇’이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이 그릇은 비어 있으면 기울고, 절반쯤 차면 바르게 놓이며, 가득 차면 엎어진다(虛則欹, 中則正, 滿則覆)”고 들었다면서 제자를 시켜 물을 떠오게 하여 그릇에 담아 실험해보니 실제로 그와 같았다.

공자가“가득 채우고도 기울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말하자 제자인 자로(子路)가 ‘가득 채우고도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다. 이에 공자는“총명하고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천하에 공을 세우고도 겸양으로 지키고, 천하를 누를 정도로 용맹하면서도 검약으로 지키고, 천하를 가질 정도로 부유하면서도 겸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 전집 제63장에도 계영배 - 기기(敧器)의 이야기가 또 나온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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