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2) 이른바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으로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2) 이른바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으로
  • 허섭 허섭
  • 승인 2021.01.22 07:15
  • 업데이트 2021.01.2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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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022 - 이른바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으로

움직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와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좋아하는 이는 불꺼진 재와 말라 죽은 나무와 같도다.

모름지기 멈춘 구름과 잔잔한 물 위에서
소리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기상이 있어야 하니
이것이 바로 도를 체득한 이의 마음인 것이다.

  • 雲電(운전) : 구름 사이에서 번쩍이는 번개.
  • 風燈(풍등) : 바람 앞의 등불, 즉 풍전등화(風前燈火).
  • 雲電風燈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흔들려 고요함이 없는 것을 말함.
  • 嗜寂(기적) : 고요함을 좋아함.
  • 死灰槁木(사회고목) : 차갑게 식은 재와 말라 죽은 나무. 槁는 枯와 같다.
  • * 『장자(莊子)』 재물론(齋物論)에 나오는 말로 ‘생기와 활력이 없음’ 을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채근담에서도 이 비유는 수없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이는 ‘자기 존재 자체도 잊어버린 - 喪我(상아) 忘己(망기)의 극도의 고요한 상태’ 로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도를 체득한 경지’ 로 표현하고 있다.
  • 須(수) 有(유)~ : 모름지기 ~이 있어야 한다.
  • 定雲止水(정운지수) : 한 곳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구름과 물. 停雲止水와 같음. 여기서 定은 停의 뜻이다.
  • 鳶飛魚躍(연비어약) : 솔개가 하늘에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오르다. 《詩經(시경)》과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 ‘생명의 약동’ 을 표현한 말이다.
  • 纔是(재시) : 이것이야 말로 ~이다.
  • 心體(심체) : 마음의 본체(本體), 마음의 본바탕.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 난지(蘭芝)

◆출전 관련 글

◇이른바 <연비어약(鳶飛魚躍)> 의 경지란?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편(旱麓篇)에

鳶飛戾天(연비려천) 魚躍于淵(어약우연)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뛴다.

  • 戾는 ‘어그러지다, 맞지 않다, 벗어나다, 사납다, 흉포하다 / 허물, 죄’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글자인데 여기서는 그냥 ‘이르다, 다다르다’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 구절은『중용(中庸)』에도 그대로 나오는데, 중용의 도가 온 우주의 섭리를 포괄하는 반면, 이 세상의 가장 미세한 사물 속에도 깃들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속에 고기가 뛰어노는 것이 자연(自然)스럽고 조화(調和)로운데, 이는 ‘솔개와 물고기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타고난 길을 가기 때문이다’ 라는 뜻으로, 만물(萬物)이 저마다의 법칙(法則)에 따라 자연(自然)스럽게 살아가면, 전체적(全體的)으로 천지(天地)의 조화(調和)를 이루게 되는 것이 자연(自然)의 오묘(奧妙)한 도(道)임을 말한 것이다.

흔히 ‘정중동(靜中動)’ 이란 말이 있거니와, 사람의 마음이란 떠가다가 멈춘 구름 사이에 솔개가 원을 그리며 유유히 날듯이, 또는 흐르다가 멈춘 맑은 물 위에 물고기가 한가히 뛰놀듯이, 언제나 태연자약(泰然自若)한 가운데 힘찬 활동력을 지니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니 이는 바로 군자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아울러 말한 것이리라.

 

◇<연비어약(鳶飛魚躍)>과 관련된 시

▶율곡(栗谷) 선생이 19세 때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노승 의암(義庵)이 물었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 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法語)가 있느냐?” 이에 율곡은 즉석에서 대답하였다. “<연비어약(鳶飛魚躍)> 이 곧 비공비색(非空非色)의 의사(意思)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한시를 지었다고 한다.

鳶飛魚躍上下同 (연비어약상하동) 연비어약(鳶飛魚躍)은 위나 아래가 똑같아
這般非色亦非空 (저반비색역비공) 이는 색(色)도 아니오 또한 공(空)도 아니라네.
等閑一笑看身世 (등한일소간신세) 실없이 한 번 웃고 내 신세 살펴보니
獨立斜陽萬木中 (독립사양만목중) 노을 지는 숲 속에 나 홀로 서 있네.

▶퇴계(退溪) 선생은「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에서 천지만물의 자연스러운 운행을 이렇게 노래했다.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하고 秋夜(추야)에 月滿臺(월만대)로다.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야 어늬 그지 있으랴.
봄바람이 산 가득 꽃을 피우고, 가을 밤 달빛이 환히 비추는 것은 어긋남이 없는 우주의 질서이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와 함께함은 자연과 합일(合一)된 인간의 모습이다. 게다가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물속에서 뛰노니 구름이 그림자를 짓고 태양이 찬란히 빛나는 조화야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렇듯 <연비어약(鳶飛魚躍)> 은 만물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들을 집약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연비어약> 은 후집 제66장에 또 나온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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