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4)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어둠으로부터 생긴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4)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어둠으로부터 생긴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1.24 07:20
  • 업데이트 2021.01.24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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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 인왕제색도

024 -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어둠으로부터 생긴다

굼벵이는 몹시 더럽건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건만 반딧불이 되어 여름 달밤에 광채를 빛낸다.

진실로 알겠나니,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어둠으로부터 생겨난다.

  • 糞蟲(분충) : 똥(糞) 속에 있는 벌레이니 구더기이지만 여기서는 굼벵이를 말함.
  • 至(지) : 지극히, 매우.
  • 穢(예) : 더러울 예. ‘정토(淨土)’ 에 대한 상대어로 속세를 예토(穢土)라 함.
  • 蟬(선) : 매미.
  • 腐草(부초) : 썩은 풀, 두엄더미. 썩을 腐. 부패(腐敗)와 발효(醱酵)
  • 螢(형) : 반딧불이. 형설지공(螢雪之功) 할 때의 螢이다.
  • 耀采(요채) : 아름다운 광채를 냄. 采는 彩와 같음.
  • 固(고) : 진실로, 오로지.
  • 自(자) / 從(종) : ~로부터.
  • * 부초위형설(腐草爲螢說) : 옛날 사람들은 반딧불이가 썩은 두엄더미에서 생긴다고 생각한 것이다.
024 판교 정섭 - 행서오언련 청 연대미상 연지(聯紙) 93+20 광주미술관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 행서오언련

◆출전 관련 글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溫風始至(온풍시지) 蟋蟀居壁(실솔거벽) 鷹乃學習(응내학습) 腐草爲螢(부초위형).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귀뚜라미 벽 속으로 들어가고, 매는 사냥을 익히고, 썩은 풀은 반딧불이 된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글

▶육운(陸雲)의 「한선부(寒蟬賦)」에서

진(晉)의 시인 육운(陸雲)이 <한선부(寒蟬賦)> 에서 매미를 ‘지덕지충(至德之蟲-지극한 덕을 갖춘 벌레)’ 이라 찬양하였는데 그가 말한 매미의 5덕(五德)은 이러하다.

첫째가 문(文)으로, 머리에 갓끈 관대가 달려 있다. 둘째가 청(淸)으로, 이슬을 마시고 사니 맑다. 셋째가 염(廉)으로, 곡식을 축내지 않아 염치가 있다. 넷째가 검(儉)으로, 살 집을 안 지어 검소하다. 다섯째가 신(信)으로, 철에 맞춰 오가고 죽으니 믿음이 있다.

‘매미의 다섯 가지 미덕(五德)’이 있다 했으니

1. 頭上有緌則其文也(두상유유즉기문야) - 매미의 머리가 관冠의 끈이 늘어진 모습과 흡사해 문인의 기품을 갖추었으니 곧‘배움(文)’이 있네.
2. 含氣飲露則其清也(함기음로즉기청야) - 오로지 수액과 이슬만 먹고 산다하니 곧‘깨끗함(淸)’이 있네.
3. 黍稷不享則其廉也(서직불향즉기렴야) - 사람이 먹는 곡식穀食을 먹지 않는 등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니 곧‘청렴함(廉)’이 있네.
4. 處不巢居則其儉也(처불소거즉기검야) - 다른 곤충들처럼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 사니 곧‘검소함(儉)’이 있네.
5. 應候守常則其信也(응후수상즉기신야) - 철따라 때맞추어 허물을 벗고 자신의 할 도리를 지켜 울어대니 곧‘믿음(信)’이 있네.

※ 우리 선조들도 임금이 쓰던 익선관(翼善冠)과 관리의 관모에 매미 날개를 만들어 문·청·렴·검·신(文·淸·廉·儉·信)을 청백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생각하고 몸소 구현(具現)하고자 했다. 매미 날개 모양의 국왕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5덕(五德)을 기억하고 정사(政事)를 맑고 투명하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방선부(放蟬賦)」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彼黠者蛛(피힐자주) 厥類繁滋(궐류번자) 孰賦爾以機巧(숙부이이기교) 養丸腹於網絲(양환복어망사) 有蟬見絓(유선견괘) 其聲最悲(기성최비) 我不忍聞(아불인문) 放之使飛(방지사비)

영리할손 저 거미란 놈, 그 족속이 번성하네. 누가 네게 기교를 주었길래, 그물 실로 둥근 배를 채웠는고. 매미가 그 그물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차마 듣다 못하여 끌러 놓아 날려 보내니

傍有人兮誰氏子(유인혜수씨자) 仍詰子以致辭(잉힐자이치사), 惟兹二物(유자이물) 等蟲之微(등충지미) 蛛於子何損(주어자하손) 蟬於子何裨(선어자하비) 惟蟬之活(유선지활) 乃蛛之飢(내주지기) 此雖德君(차수덕군) 彼必寃之(피필원지) 孰謂子智(숙위자지) 胡放此爲(호방차위)

곁에 있던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힐난하는 말, 저 두 동물은 똑같이 작은 벌레이니,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손해며 매미가 그대에게 무슨 이익인가? 매미를 살려주면 거미는 굶주리니, 이편은 고마워해도 저편은 억울해 할 것을 … 어리석다 그대여! 어찌 그를 놓아 주는가?

予初矉額而不答(여초빈액이불답) 俄吐一言以釋疑(아토일언이석의), 蛛之性貪(주지성탐) 蟬之質淸(선지질청) 規飽之意難盈(규포지의난영) 吸露之腸何營(흡로지장하영) 以貪污而逼淸(이탐오이핍청) 所不忍於吾情(소불인어오정) 何吐緒之至纎(하토서지지섬) 雖離婁猶不容晴(수리루유불용청) 矧兹蟲之不慧(신자충지불혜) 豈覘視之能精(기첨시지능정) 將飛過而忽罥(장비과이홀견) 趐拍拍以愈嬰(혈박박이유영)

내가 처음에 이마를 찡그리고 대답하지 않다가 한 마디로 의심을 풀어 주되, 거미는 성질이 탐하고 매미는 바탕이 맑을세라 배부르려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 이슬 먹는 창자야 무슨 속셈 있을 건가? 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핍박하니 내 어찌 동정이 없을쏘냐! 거미의 뱉은 줄이 어찌나 가는지 이루의 눈으로도 보기 어렵거든 눈치 없는 저 매미 어찌 자세히 보았으리. 날아 지나려다 문득 걸려 날개를 파닥거리니 더욱 얽히누나.

彼營營之青蠅(피영영지청승) 紛逐臭而慕腥(분축취이모성) 蝶貪芳以輕狂(접탐방이경광) 隨風上下以不停(수풍상하이불정) 雖見罹而何尤(수견리이하우) 原厥咎本乎有求(원궐구본호유구) 獨汝與物而無競(독여여물이무경) 胡爲遭此拘囚(호위조차구수)

저 윙윙 쉬파리는 냄새 맡고 몰려들며, 나비는 꽃을 탐해 경박하게 바람 좇아 너풀거려 안 쉬니 걸린들 뉘를 탓하랴? 본시 제 욕심 때문인데 … 그러나 매미 너는 워낙 남과 다툼 없는 신세, 어찌 이 결박을 당한단 말이냐

解爾之纏縛(해이지전박) 囑汝以綢繆(촉여이주무) 遡喬林而好去(소교림이호거) 擇美蔭之清幽(택미음지청유) 移不可屢兮(이불가루혜) 有此網蟲之窺窬(유차망충지규유) 居不可久兮(거불가구혜) 螗蜋在後以爾謀(당랑재후이이모) 愼爾去就(신이거취) 然後無尤(연후무우)

내가 이제 네 얽힌 것 풀어주고 네게 간절히 부탁하노니, 높은 숲으로 훨훨 가서 맑은 그늘을 골라 살되 자주 옮지 말지어다, 그물 친 벌레 엿보거니 … 한 곳에 오래 있지 말라, 버마재비가 뒤에서 꾀하거니 … 네 거취를 삼가거라. 그래야 실수 없으리

* 離婁(이루) : 중국 황제 시대에 살았다는 전설의 인물로 눈이 밝아 백보(百步)나 먼 거리에 있는 터럭 한 올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맹자(孟子)』에도 언급이 있으니 이루장(離婁章)에서 말한 ‘이루지명(離婁之明)’ 이 바로 그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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