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시인의 시집(詩集)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을 읽고 / 김선동
이현수 시인의 시집(詩集)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을 읽고 / 김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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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6 19:50
  • 업데이트 2021.01.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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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현수 시인님으로부터 귀한 시집을 받았다. 짙은 감색 바탕에 장정본으로 꾸며진 시집이다. 다른 시집에 비하여 높은 품격이 돋보이고 무게감이 나가는 시집이다. 이현수 시인은 2017년 시인마을 문학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필자와 인연을 맺은 페친이다. 필자와 같이 소속된 대한시문학협회 문학상위원장이자 새한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수 문학인이다.

전혀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현수 시인님으로부터 시집(詩集)을 선물로 받으니 반갑고 고맙다. 그동안 바쁜 일이 밀려드는 바람에 진작에 읽으려 했던 이현수 시인의 시집을 오늘에서야 시간을 내서 하루종일 꼼꼼하게 읽었다.

시집의 제목인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를 대하면서 텁텁한 한국인의 술인 막걸리를 파는 초가집의 객주집(客主집)이 언뜻 연상되었다. 시골 사람들의 흙냄새와 푸근한 인정이 살아 숨쉬고 정이 물씬 묻어나는 시골 주막집. 특히 겨울비가 내리는 춥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시집에 실린 시들의 이미지를 어렴풋이 연상되게 한다. 시골 막걸리 주막집에서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토로되고 공유되는 한국인 특유의 마실집 문화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현수 시집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시집을 읽고 싶은 마음이 요동을 친다. 밑줄을 쳐가면서 읽고 음미하고 다시 읽는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는다.

이현수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는 1부에서 4부까지 모두 96수(首)가 총 111페이지에 수록돼 있다. 하나같이 주옥같은 시들이다.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보석같은 귀함과 소중함이 마음속 깊이 전해진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단단함이 가슴속 깊이 자리매김하며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현수 시인의 시를 음미할수록 가슴 찡함이 전해진다. 특히 〈사과꽃〉이라는 시에서는 효심이 방울져 내려 필자의 심금을 울리며 한동안 시어에 넋을 잃고 만다.

'빨간 사과꽃이 엄마를 닮았다./ 몇번의 봄을 이 밭에서 엄마와 함께 사과꽃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사무쳤으면 '가슴 미어진다는 말이 잡초처럼 피어난다'고 하였을까.

이현수 시인은 〈산사의 아침〉이라는 시를 통하여 불교신자임을 알 수 있다. 불자라면 누구나 불심(佛心)을 갖는다. 스님의 독경과 범종, 풍경 등의 소리에 때묻은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산사(山寺)를 나서는 시인의 마음을 편린으로 줍는다. 추억은 사물이나 시간이나 환경이 반복될 때떠오르는 잔상(殘想)이다. 〈사과꽃〉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사과꽃이 필 때마다 힘들게 작업하시는 엄마를 보고 시인은 마음을 아파하고 가슴을 저렸다. 자식의 절절한 어머니에 대한 효심의 마음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묻어나와 시를 음미하는 필자의 마음을 가슴 찡하게 만든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바람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잠옷입은 한밤중에 지나가는 바람을 잊지 못하고 미안해 하는 시인의 인간미 넘치는 성정(性情)을 〈미안해요, 바람〉이라는 시를 통해서 느낀다. 자주 만나고 자주 보지만 이따금씩 잊어버리는 망각. 산행길에서 자주 만나는 것이지만 선뜻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답답함. 깔딱고개를 넘어오는 즈음에 언뜻 떠오른 꽃이름 〈진달래〉, 얼마나 반가웠으면 차 한잔할까 싶다. 나이 먹어가는 중년 남자들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서 공감(共感)이 크다.

깨달음은 저멀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해우소(解憂所)에서 볼일을 보면서 얻는 깨달음. 그게 불교이고 부처님 말씀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그 순간, 이현수시인은 바로 부처가 된다.

《막걸리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에는 '꽃'이라는 시어가 82회 등장한다. 꽃을 노래하고 자연을 읊으며 찬미하는 시를 읽으면서 한없는 감동으로 혼미할 만큼 찡함이 전해진다. 이 시인의 시세계를 넘나들며 시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빠질수록 묘한 감흥에 빠져 무한한 행복감에 젖어든다. 시인이 가진 삶의 무게감이 오롯이 시를 통하여 전해질 때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진한 감동이 몰려와 사유(思惟)와 침묵(沈默)의 심연(深淵) 속으로 빠져들어 한없이 침잠한다. 그 허우적댐이 얼마나 좋은지 헤어나고 싶지 않은 묘한 매력이 온몸을 휘감는다.

겨울비 내리는 날 주막집에서 막걸리 한사발을 벌컥벌컥 마시며 느끼는 텁텁함 만큼의 감동지수가 높은 이현수 시인의 시는 그래서 위대하다. 시인의 시는 가슴깊이 새기고 암송하고 싶은 '막걸리같은 참 좋은 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필자에게 시집을 보내주신 이 시인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시 많이 지으시기를 소망한다.

<우양/존딩 김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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