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판교(鄭板橋)의 시(詩)와 화제(畵題) - 아재청죽(衙齋聽竹)(관아에서 듣는 대나무 소리)
정판교(鄭板橋)의 시(詩)와 화제(畵題) - 아재청죽(衙齋聽竹)(관아에서 듣는 대나무 소리)
  • 허섭 허섭
  • 승인 2021.01.30 21:39
  • 업데이트 2021.01.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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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정섭(板橋 鄭燮, 중국, 1693-1765) - 아재청죽도(衙齋聽竹圖)
판교 정섭(板橋 鄭燮, 중국, 1693-1765) - 아재청죽도(衙齋聽竹圖)

▶아재청죽(衙齋聽竹) - 관아에서 듣는 대나무 소리(*채근담 001 참조)

衙齋臥聽蕭蕭竹 (아재와청소소죽)  관아에 누워 댓잎 소리를 듣노니
疑是民間疾苦聲 (의시민간질고성)  백성들의 신음 소리인가
些少吾曺州具吏 (사소오조주구리)  나 같은 말단 지방관에게는
一枝一葉從關情 (일지일엽종관정)  가지 하나 잎 하나가 모두 백성들의 하소연일세

▶제화묵죽도(題畵墨竹圖) 칠언시(七言詩)(*채근담 014 참조)

二十年前載酒甁 (이십년전재주병)  이십 년 전 술병을 들고서
春風倚醉竹西亭 (춘풍의취죽서정)  죽서정에 기대어 봄바람에 취했나니
而今再種楊州竹 (이금재종양주죽)  이제 다시 양주의 대나무를 심나니
依舊淮南一片靑 (의구회남일편청)  회남은 옛날 그대로 푸르기만 하네 

▶묵죽도(墨竹圖) 제발(題跋)(*채근담 014 참조) 

余家有茅屋二間(여가유모옥이간) 南面種竹(남면종죽). 夏日新篁初放(하일신황초방) 綠楊照人(녹양조인) 置一小榻其中(치일소탑기중) 甚凉适也(심량괄야). 秋冬之際(추동지제) 取圃屛骨子(취포병골자) 斷去兩頭(단거양두) 橫安以爲窗(횡안이위창) 用習薄洁白之紙糊之(용습박길백지지호지) 風和日暖(풍화일난) 凍蠅觸窗紙上(동승촉창지상) 冬冬作小鼓聲(동동작소고성) 于時一片竹影零亂(우시일편죽영영란) 豈非天然圖畵乎(기비천연도화호)! 凡吾畵竹(범오화죽) 无所師承(무소사승) 多得于紙窗粉壁日光月影中耳(다득우지창분벽일광월영중이).  

내 집에는 초가 두 칸이 있으니 그 남쪽에 대나무를 심었더라. 여름날 새로이 죽순이 솟아나고 푸른빛이 사람을 비출 즈음이면 작은 의자를 그 가운데 두면 심히 시원하더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에는 취하여 양쪽 머리를 잘라 없애고 가로로 창으로 만드니 바람이 따뜻한 날에 얼어붙은 파리가 창호지에 붙어서 동동 작은 북소리를 내니 이 때에 한 조각 대 그림자가 차게 어지럽나니 어찌 자연이 그려낸 그림이 아니랴! 무릇 나의 대나무 그림은 그 누구에게 배운 바가 없으니 창호지 하얀 벽에 해가 비취고 달 그림자가 어리는 것을 모두 취한 것일 따름이다.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죽석도(왼쪽)와 묵죽
판교 정섭(板橋 鄭燮, 청, 1693-1765), 죽석도(왼쪽)와 묵죽

증금농(贈金農) - 동심(冬心) 선생께(*채근담 017 참조)

亂髮團成字 (난발단성자)  흐트러진 머리를 묶어 글을 쓰고
深山鑿出詩 (심산착출시)  깊은 산을 찾아 시를 캐어 낸다
不須論骨髓 (불수논골수)  비록 그 골수를 논할 수 없더라도
誰得學其皮 (수득학기피)  누가 그 껍데기인들 배울 수 있으리오

冬心先生寄我詩字 縣之署齋 遂題 此二十字 布告山左 以啓後賢 作標榜也 - 板橋 鄭燮

동심(冬心 金農 1687~1764) 선생께서 나에게 주신 시의 글을 관아의 서재에 걸어 두고 (이를) 제목으로 삼았다. 이 스무 자로 산시성(山西省)에 널리 알려 훗날의 학인(學人)들에게 ‘가르침을 열어주는 표어(標語)’로 삼고자 한 것이다.  - 판교 정섭 (1693~1765)

* 山右 : 산시(山西)성의 다른 이름. 타이항 산맥(太行山脈)의 오른쪽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이름. 

▶예서(隸書) 오언시(五言詩)( *채근담 003 참조)

酒罄君莫沽 (주형군막고)  술이 비어도 그대 더 이상 술을 사지 마시게
壺傾我當發 (호경아당발)  술병이 기울어지면 난 마땅히 떠나리니
城市多嚻塵 (성시다효진)  성내 저자는 시끄럽고 번잡하니
還山弄明月 (환산농명월)  산으로 돌아가 밝은 달이랑 놀아야지

我雖不善書 (아수불선서)  내 비록 글씨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知書莫如我 (지서막여아)  글씨를 알기는 나만한 이도 없으리니
苟能通其意 (구능통기의)  진실로 그 뜻을 통할 수만 있다면 
竊謂不學可 (절위불학가)  혼잣말로(짐짓)‘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리라

  -  乾隆건륭 丙子병자 秋추   板橋판교 鄭燮정섭

沽 : 팔/살 고    罄=磬 : 빌 경    嚻=囂 : 시끄러울 효    竊 : 훔칠 절, 몰래

* 위의 오언시(五言詩)는 각기 다른 두 편의 시로 모두 앞선이(古人)들의 작품이다.

1.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 「별주주인(別酒主人) - 주인과 작별주를 마시며」
酒盡君莫沽 (주진군막고)  술이 다했거늘 다시 사오지 말게
壺乾我當發 (호건아당발)  술병이 바닥이 나면 나는 곧 떠날 것이네
城市多囂塵 (성시다효진)  도시는 너무나도 시끄러우니
還山弄明月 (환산롱명월)  산에 돌아가 밝은 달이나 갖고 놀려네

2. 소동파(蘇東坡 蘇軾소식 1037~1101)의 「차운자유논서(次韻子由論書) - 글씨를 논한 자유의 시에 차운하여」 
吾雖不善書 (오수불선서)  내 비록 서예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曉書莫如我 (효서막여아)  서예를 알기로는 나만 한 사람이 없나니
苟能通其意 (구능통기의)  진실로 자기 마음속으로 통달한다면
常謂不學可 (상위불학가)  안 배워도 좋다고 언제나 말한다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