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고개 숙여…낙동강변 살인사건 31년만에 재심서 무죄 선고(종합2보)
법원도 고개 숙여…낙동강변 살인사건 31년만에 재심서 무죄 선고(종합2보)
  •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
  • 승인 2021.02.04 18:51
  • 업데이트 2021.02.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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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 못해 이 자리서 사과"
강도살인 등 모두 '무죄'…법원 "가혹행위 주장 타당"
[제휴통신사 뉴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최인철씨가 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 =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두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곽병수 부장판사)는 4일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최인철씨(60)와 장동익씨(63)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체포 과정이 임의동행 형식이었다고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보면 체포에 해당하는 걸로 보인다"며 "체포가 영장에 의해서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영장이 발부 될 때까지 귀가조치 등 또한 없어 불법 체포라고 본다. 체포 과정에서 압수된 물건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고문을 받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당시에 같이 수감돼 있었던 이들의 진술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주장이 상당히 진실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백 내용에 대한 검증 절차가 두번 이루어지면서 범행 흉기의 변동이 있는 점과 그에 따라 자백 내용도 변경된 점 등을 모두 고려해보면 당시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자백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이 가혹행위를 받았다면 경찰에서 했던 자백 진술은 모두 허위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찰 피의자 심문 또한 진술 거부권이 고지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생존자이자 유일한 목격자의 진술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어두운 밤이었다는 진술이 있고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로서는 범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제한된 상태였다"며 "이후 범인 식별 절차 또한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고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이날 최인철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최씨는 이 혐의에 대해서는 앞선 재판 과정에서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공범 혐의를 받은 장동익씨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라고 결론을 냈다.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최씨와 장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며 "재심 판결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피해가 회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사과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최인철씨가 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박준영 변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이후 이들은 모두 카메라 앞에 섰다.

최씨는 "고문 경찰관들은 다른 사건은 다 기억한다면서도 우리 사건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해왔다"며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용서하겠나"라고 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우선 가족들이 저희에게 가장 첫번째"라며 "저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친구 장씨를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장씨는 "이런 일이 더이상 있어선 안 된다"며 "뭐가 잘되고, 잘 못 된 건지를 확실히 구별하고 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며 수사기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가슴이 벅차고 울컥하다"며 "참 어렵게 살고 있지만 나보다도 더 못한 사람을 보면서 우리 가정의 화목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법정에 나온 경찰, 고문하지 않았다고 말한 경찰, 여전히 사건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경찰들을 위증으로 고소하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의 피고로 삼을 생각도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두분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 두분의 닫힌 마음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와 장씨는 1990년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에서 발생한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일명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카데이트를 하고 있던 남녀를 괴한들이 습격해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으로 알려진다. 1년 뒤인 1991년 11월 사하경찰서는 하단동 을숙도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에게 돈을 뺏겼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최씨를 임의동행해 경찰서로 데려갔고,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장씨도 연행했다.

당시 두 사람은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 자백을 주장했으나 수사기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이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결국 21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이후 2017년 5월 재심을 신청했고 2020년 1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났다.

s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