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일흔 한 살의 동화(童話)」 (43)설맞이 동요선물
이득수 시인의 「일흔 한 살의 동화(童話)」 (43)설맞이 동요선물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1.02.12 06:55
  • 업데이트 2021.02.13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년일기 제1244호(2021.2.12)

민족의 명절 설날입니다. 

일제암흑기에 동양에서 제일먼저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제가 세계적 흐름이 맞춰 양력설을 쇠도록 강제했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아무도 그에 따르지 않고 음력설에 비로소 술을 빚고 떡을 해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마을의 안택을 비는 풍물,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새색시를 친정에 보냈습니다. 그래서 강제로 쇠게 된 양력설을 <왜놈 설>이라 부르며 보리밭을 밟거나 산에 나무를 하는 일상생활을 그대도 했으니 이 음력설이야 말로 진정한 설날입니다.

이제는 무역, 외교들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양력을 한해의 달력을 바꾸는 기준으로 삼긴 하지만 그에 병행해 제사 등 민속을 그대로 행하는 이 음력설을 한 때 민속절로 이름을 바꾸어 명맥을 이어오다 이제 달력에도 <설날>로 표시되어 국경일과 꼭 같은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설날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식당, 까페, 노래방, 학원, 종교시설 등 모는 밀폐공간의 영업제한은 물론 결혼식과 장례식까지 참석인원을 줄이고 제사도 5명이상이 모이지 않게 시골의 부모와 도시의 자녀가 영상으로 만나는 것을 정부에서 권장하는 판이라 제대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가족끼리 오붓이 지내는 일이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명절 기분도 도무지 날 것 같지 않아 올해 설은 봄바람처럼 향긋한 울산지방의 대표동요작가 서덕출 선생을 소개하는 좀 색다른 포토 에세이를 내보내기로 하겠습니다.
 
1906년 울산 중구에서 태어난 서덕출은 시대일보기자인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고성군의 수령을 지낸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다섯 살 때 마루에서 굴러 떨어져 척추를 다쳐 평생 곧추 서거나 걷지를 못 해 어디를 가려면 집안의 머슴이 업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당시의 국민학교나 서당에도 다닐 몸이 안 되는 그는 어머니 박싸에게 한글을 배웠는데 두뇌가 명석하고 감성이 풍부해 1925년 스무 살이 되던 해 한국어린이운동의 선구자 소파 방정환을 비롯해 윤석중 등이 발행하는 <어린이>잡지에 <봄 편지>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단숨에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아 유명한 동요작가 윤극영이 곡을 붙여 필자도 어릴 때 흔히 불렀던 <봄 편지>란 동요가 탄생했습니다. 그 가사를 보면

봄 편지 / 서덕출 작사, 윤극영 노래

연못가에 새로 핀 바들 잎을 따다가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매우 짧고 서정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선 봄>으로 상징되는 조국해방의 일념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후 해방이 되어 우리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마지막 줄 <조선 봄>이 <대한 봄>으로 바뀐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록 머슴의 등에 업혀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서덕출은 34세를 살다간 짧은 생을 집이 있는 울산시내에서 태화강이 흘러내리는 지금의 범서읍 일대를 업혀서 산책했는데 어느 눈 오는 겨울날 강 언덕과 마을과 산 능선과 인간세상의 모든 허물과 그늘을 덮어주는 새하얀 눈 세상을 보면서 온 세상 전부와 세상사람 모두가 새하얀 눈꽃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눈꽃세상을 꿈꾸게 되어 급히 적어내린 동요가 바로 요즈음의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애창되는 <눈꽃송이>입니다.

서덕출

       눈꽃송이 / 작사 서덕출, 작곡 박재훈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도 들판에도 동구 밖에도
골고루 나부끼네. 아름다워라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지붕에도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골고루 나부끼네, 아름다워라.

이렇게 불구의 몸으로도 아름다운 봄날의 버들잎과 제비에서 해방의 염원을 꿈꾸고 하얗게 온천지를 덮어가는 눈꽃송이를 보며 그는 이 세상과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꿈꾸다가 해방이 되기 전인 1940년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 그가 살았던 울산중구에서는 학성공원에 <서덕출시비>와 <봄 편지 노래비>를 세우고 <서덕출 봄 편지 노래비 백일장>과 <어린이 합창대회>도 해마다 개최한다고 합니다. 세상이 팍팍하거나 삶이 괴로울 때 순수한 인간사랑으로 가득한 울산학성공원에 찾아가 천진한 동요작가 서덕출을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平理 이득수 시인
平理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