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세상 - 1] 공인과 말
[고전으로 본 세상 - 1] 공인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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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1 06:00
  • 업데이트 2021.03.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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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고위공무원 같은 공인에게 있어 말은 무기이다. 상대를 공격할 때 창과 같다. 유권자에게 자기의 비전을 제시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이 이처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잘못했을 때는 암과 같이 치명적이다. 좀처럼 치료하기 힘들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나눈 대화가 공개되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5월 임 판사가 사표를 내자 “지금 사표를 내면 탄핵이 안 된다.”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도 이를 부인했다. 뒤에 임 판사가 둘 사이 나눈 대화 녹취파일을 공개하자 김 대법원장은 사과했다.

말을 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지난해 있었던 일이라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답변을 신중히 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부인을 선택했다.

도널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하루에도 수십 번 거짓말을 했다. 말 그대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 셈이다.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은 보통 재선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질린 국민이 등을 돌렸다.

Havelbaude, CC BY-SA 3.0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공자상 [ Havelbaude, CC BY-SA 3.0]

고전에서 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은 수도 없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말을 신중히 하고 믿을 만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늘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떠오르는 게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학이편’ 3장에는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말을 교묘하게 잘 둘러대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사람 중에 어진 이가 드물다’는 뜻이다. 앞에서는 좋게 말하고 뒤통수치는 사람을 많이 봤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말을 하면 되지 머리를 굴려 사정을 둘러대고 얼굴빛을 억지로 좋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짓이 된다.

‘위정편’ 13장에는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자는 말에 앞서 행동하고 그 후에 말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인간을 제일 싫어했다. ‘말보다 행동’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이어 18-2장에는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라는 글귀가 있다. 공무원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언급했다. ‘많이 듣고도 의심나는 것은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말함에 신중하다면 잘못이 적다. 많이 보고도 위태로움은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면 후회가 적다. 말에 잘못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다면 공직생활은 안정될 것이다’는 뜻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말아야 하거늘,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알았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리인편’ 24장에는 ‘子曰 君子慾訥於言而敏於行’라는 글귀가 나온다. 군자는 말을 할 때 어눌하게 하려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는 말이다. 역시 말보다 행동이다. 말은 신중히 하려다보니 어눌할 수밖에 없다. 일이나 행동은 재빠르게 해야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공자 자신은 항상 말을 어눌하게 하지는 않았다.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달랐다. 동네에 있을 때에는 정성을 다하는 듯해 마치 말을 못하는 듯했다(孔子於鄕黨 恂恂如也 似不能言者). 하지만 제사를 지내거나 정사를 볼 때는 발음을 정확하고 또렷하게 하면서 삼가 할 뿐이다(其在宗廟朝廷 便便言 唯謹爾).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할 때도 달랐다. 조정에서 하대부와 말할 때는 강직하게 했으며 상대부와 할 때는 온화하게 했다(朝與下大夫言 侃侃如也 與上大夫言 誾誾如也)고 한다.

‘위령공편’ 7장에서는 ‘지혜로운 자는 말과 사람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같이 말을 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하지 않을 만한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다며 이같이 말했다(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 不失人 亦不失言). 말을 해야 할 때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말을 해야 하지 않을 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게 공자가 깨달은 처신법이다. 그러면 어떤 때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때 하지 말아야 할까. 요즘 말로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져야 할 때 빠져야 한다)’가 아닐까.

이 외에도 논어에는 말과 관련된 글귀가 많이 나온다. 공자가 그만큼 말을 어렵게 여기고 신중히 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같은 ‘자기 PR시대’ 받아들이기 힘든 가르침일 수 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신중히 한다면 적어도 말로 생기는 화(禍)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不器 / 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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