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무역의 힘 : 연결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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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3 15:50
  • 업데이트 2021.03.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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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혜택을 누리면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는?
서평자 : 정인교(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프레드 P. 혹버그의  '무역의 힘' 표지

“[미국 위스콘신주 주지사가 폭스콘 공장을 무리하게 유치한 점에 대해] 1만 3000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48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것은 일자리 하나당 약 37만 달러씩 치른다는 뜻이었다. … [공장을 유치해도] … 2042년까지는 주지사의 투자 수익을 전혀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p. 212)

무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 한쪽 면만 알고 있을 수 있다. 수출기업에게는 좋으나 노동자에게는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이러한 인식을 2016년 대선 전략에 활용하여 승리하였다. 프레드 P. 혹버그 미국의 전 수출입은행장이 쓴 「무역의 힘」은 바나나, 샐러드, 아보카도, 자동차, 아이폰, 왕좌의 게임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트럼프의 주장이 틀렸음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폭스콘 공장 유치도 정치적 홍보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손실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 집권 시절 고위 공직 수행을 했고, 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인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문제점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딱딱한 국제무역이론서와는 달리 사례 중심으로 무역의 중요성과 바른 인식을 알려주는 대중서로 짜임새 있게 작성되어 있다.

무역을 떼어 놓고는 오늘날과 같은 윤택한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역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바나나 1개를 200원에 살 수 있지만, 무역이 없다면 만원에도 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80년대에 바나나 1개가 현재 가치로 만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만 장려했지 소비재 수입은 겹겹의 장치로 막았기에 바나나는 특수계층만이 소비할 수 있었다.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있겠는가. 승자가 패자보다 많거나, 혜택이 손실보다 더 큰 정책은 채택된다. 많은 국책사업도 유사한 잣대로 판단한다. 특히 무역에서는 승자와 패자 논란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무역정책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는 대표적인 정책이고, 패자의 손실이 눈에 잘 띈다. 이로 인해 정치적 논란이 늘 발생하게 된다. 정치권이 악용하면 트럼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2차대전 전후 미국이 확립한 브레턴우즈체제하의 무역자유화, 198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확대로 미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용으로 활용한 러스트벨트(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도 생겼다. 미국은 러스트벨트를 다른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혹버그는 폐광산 등 다른 지역의 발전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3부 11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3장(무역에 관한 8가지 오해)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무역 문제에서 중국을 악당으로 보는 견해,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죄악시 하는 것, 트럼프가 관세맨임을 자처하면서 관세를 부과하면 외국이 부담하게 된다는 등 트럼프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혹버그는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혹버그의 분석은 이론상 맞지만,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견제 이면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관리할 수 없는 중국의 비시장경제체제(국영기업과 보조금 등)에 대한 국가안보전략적 관점이 작용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았다. 역시 혹버그도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결코 트럼프 정책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적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 정책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정권을 되찾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분명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문제가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다자무역체제는 규칙을 만들고 이를 각국이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혹버그가 강조했듯이 환태평양경제동맹(TPP)을 통해 중국이 비시장경제적 요소를 줄이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꿈’, ‘중국제조 2025’ 등을 보면, 중국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TPP 버전의 글로벌 무역체제 구축을 동맹국들과 추구했으면 일방주의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 통상질서를 점진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동맹국가와 연대하여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임을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의 통상정책 기조와 일치한다.

보호무역조치를 아무리 발동해도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혹버그의 전망은 일리가 있다. 트럼프의 반강요에 의해 위스콘신주가 유치한 아이폰 생산기지를 예로 들었다. 차라리 무리하게 국내 생산을 요구하기 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미국 소비자 및 주정부에게 훨씬 이득이 된다는 것이 혹버그의 분석이다. 저자인 혹버그가 민주당 고위인사 출신일지라도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통상정책과 정반대되는 자유주의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에 의한 미국에서의 생산’을 주장하고 있다. 취임 후에도 파리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등 트럼프 정책 지우기를 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더 강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담은 ‘바이 어메리칸’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낙관론을 접고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