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본 세상 - 4] 지혜로운 공직자는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
[고전으로 본 세상 - 4] 지혜로운 공직자는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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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2 14:07
  • 업데이트 2021.03.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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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직원들의 땅 투기로 촉발된 사태가 공직자로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조사 대상이 된 LH 간부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기 전에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생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3기 신도시 외에 각종 개발계획에 공무원들이 투기를 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시도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재산 조사에 들어갔다.

조선 후기 대학자인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을 공직자의 본분으로 강조했다. 그는 ‘청렴은 공무원의 본분이요, 모든 착한 일의 근원이자 모든 덕의 뿌리이다(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고 밝혔다. 또 ‘청렴한 자는 청렴에 편안하고 지혜로운 자는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廉者安廉 知者利廉)’고 했다. 정약용은 ‘지혜롭고 생각이 깊은 자는 그 욕심이 크기 때문에 청렴한 관리가 되고, 지혜롭지 못하고 생각이 얕은 자는 그 욕심이 작기 때문에 탐관오리가 된다’고 봤다.

정약용은 또 청렴하지 못한 일은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고 했다. 목민심서 제2부 율기(律己) 제2조 청심(淸心)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일을 누가 비밀스럽게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방중에 한 일도 아침이 되면 이미 드러나 있다’고 역설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며, 내가 알고 상대방이 아는데 어찌 비밀이 있겠는가.” 양진과 왕밀의 대화를 인용하며 비리는 숨길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산 정약용 동상. 선생이 태어난 경기도 남양주시의 다산 중앙로 82번 안길 138에 건립된 '정약용 도서관'에 세워졌다.

정약용이 이같이 청렴을 강조한 것에는 애절한 사연이 배경이 됐다. 탐관오리의 수탈에 자기의 성기를 자른 사내 얘기를 듣고서 분노했다. 이른바 애절양(哀絶陽)이다.

‘갈밭에 사는 한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군적에 등록되고, 이정이 소를 빼앗아 갔다. 그 백성이 칼을 뽑아 자기 생식기를 스스로 베면서 “내가 이것 때문에 곤액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 아내가 생식기를 가지고 관가에 가니 그때까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내가 울며 호소했지만 문지기가 막아버렸다. 내가 듣고서 이 시를 지었다’.

정약용이 탐관오리가 판치는 세상을 개혁하기 위해 든 것이 세 가지이다. 청렴, 정직, 감찰제도. 특히 그는 감찰제도를 통해 밤이 낮처럼 환한 세상을 꿈꿨다. 정약용은 둘째 형 약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요순시대는 희희호호(熙熙皥皥)했다’는 공자의 말을 거론했다. ‘요즘 사람들은 이걸 순박하고 태평스럽다고 해석하는 데 그렇지 않다. 밝고 희다는 뜻이니 밝고 환하여 터럭 하나라도 더려움을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요사이 속담에서 말하는 ‘밤이 낮과 같은 세상’이라는 것이 참으로 요순의 세상이다’

이는 지금 드러난 LH발 부동산 투기 사태에 적용해도 괜찮을 대안이다. 엄격한 감찰제도가 없으면 이런 일은 고쳐지지 않는다. 투기는 반드시 드러난다는 인식이 팽배할 때 직위를 이용한 투기는 사라질 것이다.

<不器(고전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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