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어나는 거제 조선소 확진자, 커지는 두려움…"떠날까 고민"
[르포] 불어나는 거제 조선소 확진자, 커지는 두려움…"떠날까 고민"
  • 김다솜 김다솜
  • 승인 2021.03.22 18:39
  • 업데이트 2021.03.22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옥포동 상권, 거제 경제 휘청
조선소 관련자 67명 양성…6895명 검사 실시 중
[제휴통신사 뉴스]
22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경남 거제 대우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거제시 제공) 2021.3.22 /뉴스1 © News1 김다솜 기자

(경남=뉴스1) 김다솜 기자 = 잿빛 작업복을 걸친 남성들이 선별진료소 접수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접수대 위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두어 번 누르더니 손에 바르고는 진단 검사 접수서를 작성한다.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주변에 퍼진다.

22일 오후 1시 경남 거제 대우병원을 찾았다. 거제 조선소에서 잇달아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은 관내 4개소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대우병원 선별진료소는 대우조선해양 인근에 위치해 있어 조선소 노동자들의 발길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접수를 마친 검사자들은 길게 늘어선 대열에 합류한다. 이윽고 의료진이 이름을 호명하면 6개로 나뉜 진료소로 들어가 검사를 받는다.

“김경상씨! 김경상씨! 4번 진료소로 들어가세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김경상씨(56)의 차례가 돌아왔다. 마스크를 내리고 의료진이 기다란 면봉을 꺼내든다. 면봉을 콧속 깊게 찔러 넣고, 몇 번 긁어대자 김씨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김씨는 “나 하나 걸리면 민폐가 되니까 불안해 죽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접촉자 수가 많다. 게다가 아내가 지역 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어 확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대우조선해양 용접공 최금덕씨(57)도 불안하다. 최씨는 “시급제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가족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본인이 걸렸다가 혹시나 딸과 손주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마음이 무겁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22일 경남 거제 대우병원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노동자 2400여명을 검사받게 했다. 2021.3.22 /뉴스1 © News1 김다솜 기자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30대 노동자 A씨도 선별진료소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는 연심 기침을 내뱉다 마스크를 고쳐 쓰면서 말을 이어갔다.

A씨는 “솔직히 사업장 내에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지난주 금요일부터 조선소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으면 그때부터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어제 전체 문자가 와서 검사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청노동자들도 앓는 소리를 낸다.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가격리가 되더라도 임금이 그대로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자가격리가 되면 일당을 벌 수 없게 되어 생활이 어렵다.

일당제로 일하는 하청노동자 B씨는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 B씨는 “우리는 당장 내일 생활이 힘든 사람들이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혼자 사는 거라면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가족들은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다.

◇ 거제 지역 경제, 이대로 무너지나

방역당국은 지역 사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25개소 어린이집 휴원을 실시하고, 긴급보육 체제로 전환했다. 30대 여성 C씨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안도했다.

딸아이 하굣길에 동행한 C씨는 “이러다 나중에 학교까지 못 보내게 되면 아이 맡길 데도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안도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C씨는 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말 이사 갈까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조선소 망하면 거제는….”

조선소 경기 불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단시간 일자리를 구하는 C씨에게도 영향이 미친다. 지역 경제의 기반인 조선소가 흔들리면 지역민의 삶도 불안해진다.

거제 지역 경제의 기반인 조선업이 흔들리자 사람들의 근심도 깊어진다. 대우조선해양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거제 옥포동 거리는 한산하다.

자기 몸집만 한 책가방을 메고서 집으로 돌아가던 최민효양(11)은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에 일하는 아버지가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최양은 “우리 학교에는 아버지가 대우조선해양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며 “우리 반 친구들은 27명인데 오늘 11명이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제 옥포동 소재 대형마트에는 조선소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 주말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2021.3.22 /뉴스1 © 뉴스1 김다솜 기자

 

 

옥포동 상권은 대낮에도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문을 닫아버린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옥포동 소재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이 모두 여유있다는 초록 불빛이 반짝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에 코로나 확진자 한 명이 우리 마트를 다녀가면서 한 차례 크게 하락한 뒤로 그나마 유지하는 중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조선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난 주말에는 확실히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대형 커피숍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주말 사이 드라이브스루 이용 고객은 늘었으나, 매장 이용 고객은 크게 줄었다.

◇ 불어나는 조선소 확진자…숨은 감염자 찾기 총력

거제 조선소 관련 확진자가 늘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주말 동안 업무를 중단했다. 22일 하루 동안은 모든 사업장이 가동을 멈추고, 근무자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거제 조선소 관련 확진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67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조선소 관련자 6895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5321명이 음성, 1507명이 검사 중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급격한 확산에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며 “숨은 감염자를 최대한 빨리 검사해서 확산세를 막겠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하루 조업을 중단하고 직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2021.3.22 /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하지만 조사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거제시가 하루 동안 검사할 수 있는 인원은 5000명.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2400명이 대우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관내 선별진료소에서도 관련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검사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전망이다. 김정열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 부지회장은 “완전 셧다운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조선소 외부로 이동이 많은 부서 인원 먼저 검사를 받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llcott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