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 칼럼] 부산·서울시장 보선전, 프레임으로 읽기
[조송현 칼럼] 부산·서울시장 보선전, 프레임으로 읽기
  • 조송현 조송현
  • 승인 2021.04.03 17:16
  • 업데이트 2021.04.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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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넘기면서 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흔히 선거는 구도싸움이라고 한다. 미디어선거 시대인 요즘은 더하다. 여야 후보 간 ‘프레임 전쟁’이 치열하다.

프레임(frame)은 원래 언론의 일상적인 기능 중의 하나인데, 미디어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정치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개념으로 부상했다. 프레임이란 단어가 한국에서 엄청 유행한 적이 있는데, 10여 년 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 전쟁’을 통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언어학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가 프레임을 인지과학적으로 분석해 ‘선거전략 프레임’을 새롭게 제시했던 것. 프레임(틀)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인데, 쉬운 말로 ‘세상을 보는 창’이다.

이에 따르면 프레임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며, 상식적이다. 프레임은 반복을 통해 뇌 속에 주입된다. 프레임에는 도덕적 가치나 원리를 구성하는 심층 프레임과 특정 낱말이나 어구로 표출되는 어휘적 프레임 같은 표층 프레임이 있다. 표층 프레임은 심층 프레임에 의존해 작동한다.

표층 프레임인 토착왜구는 대한민국과 애국이라는 심층 프레임에 반하기에 ‘나쁘다’는 인식을 심는다. 표층 프레임 좌파독재는 민주주의라는 심층 프레임에 반하기에 나쁜 정치라는 틀을 씌운다.

4·7 선거전을 읽어보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임에도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는 대선급 선거다. 정권 임기 후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은 야당의 상용수단. ‘바꿔보자’ 심리를 일깨우자는 전략이다. 집값 폭등을 부른 부동산 정책 실패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적할 여당의 프레임은 국정안정론과 힘 있는 여당의 지역발전론. K방역 성공 평가를 받는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정국을 안정적으로 종식하겠다는 국정안정론은 정권심판론과 충분히 대적할 만해 보였다. 3월 초 터진 ‘LH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LH 사태는 ‘부동산 정책 실패’ 프레임에 기름을 끼얹고, 나아가 ‘부동산 투기꾼 정부’라는 프레임까지 생산했다. 자연히 정권심판론 프레임은 더욱 강화됐다. 국정안정론과 지역발전론 프레임은 희미해졌다.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 반전의 실마리가 생겨났다. 야당의 후보들에게서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진 것.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과 고가의 미등기 건축물 재산신고 누락 등. 여당 측으로선 부동산 문제로 강화된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허물 호재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후보등록 후 1주일 내내 당의 화력을 집중했으나 판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레이코프에 의하면 상대의 기존 프레임을 억제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프레임으로 대응해야 한다. 부동산, 즉 땅은 고금에 걸쳐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어휘적(표층) 프레임은 생존 문제, 인간의 존엄성을 건드릴 정도로 강력하다. ‘~ 부동산 투기 의혹’ 수준의 표층 프레임으로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상대의 프레임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은 그 프레임을 강화할 따름’이라는 인지과학의 분석에 비춰보면 야당 후보에 대한 부동산 관련 의혹 제기가 오히려 ‘부동산 정책 실패’ 프레임을 강화한 꼴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조송현
조송현

하지만 선거일은 일주일 남았고 여론은 가변성이라고 미디어 이론은 알려준다. 유권자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프레임에 반응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로 도덕적 가치 체계를 건드리는 심층 프레임이 작동할 때다.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부동산 비리 시장후보’라는 심층 프레임이 씌워지기 십상이고, ‘부동산 정책 실패’ 프레임과 정권심판론은 일거에 허물어질 수 있다.

기존 프레임은 하룻밤 사이에 변하지 않으며, 프레임은 반복을 통해 머릿속에 주입된다는 것도 정설이다. 이래저래 양측의 피 말리는 프레임 전쟁은 선거직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

# 원전 읽기국제신문 [ 세상 읽기] 3월 31 / [세상읽기] 부산·서울시장 보선전, 프레임으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