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67) - 햇차를 시음하기 위해 오랜만에 가진 ‘차사랑’ 차회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67) - 햇차를 시음하기 위해 오랜만에 가진 ‘차사랑’ 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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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2 21:56
  • 업데이트 2021.04.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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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차 시음차 부춘다원서 오랜만에 차회
여봉호 명장 다양한 햇차 맛 보라며 권해
'차사랑' 차회원 6명 중 4명 자리해 음다

10일 오랜만에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백경동) 차회를 갖기로 했다. 하동읍에서 화개면 화개장터 오기 전 오른편 도로가에 있는 ‘부춘다원’(사장 여봉호)에서 모이기로 했다. 코로나 탓에 그동안 차회가 소원했다.

이날 오후 5시에 부춘다원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필자는 3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차를 덖는 화덕이 지난 화재 때 일실돼 새로 설치하는 문제와 화개떡방앗간에서 차회에 떡이라도 한 되 해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낮 점심 무렵에 방앗간에 들러 “혹시 지금 떡 한 되 주문하면 오후 5시에 찾을 수 있습니까?” 물으니, 사장님이 “하루 전에 주문해야 된다”고 했다.

차산에 올라갔다가 오후 4시20분쯤 내려왔는데, 갑자기 화덕 문제로 왔다 갔다 하느라 좀 바빴다. 어쨌든 부춘다원에 가니 백경동 회장님이 먼저 와 계셨다. 서울에서 차 만들러 오셨다는 분이 팽주(烹主)를 하고 계셨다. 그 분은 20여 년째 화개에 오시어 차를 만드신다고 하셨다.

10일 오랜만에 부춘다원에서 가진 '차사랑' 차회에서 여봉호 명장님이 차를 우려 내시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10일 오랜만에 부춘다원에서 가진 '차사랑' 차회에서 여봉호 명장님이 차를 우려 내시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좀 있으니 악양에 계시는 신판곤 대표님이 오셨다. 이어 다원 사장님이신 여봉호 명장님이 오셨다. “차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셨다. 여 명장님도 같은 차회 회원이다. 차회 회원 6명 중 4명이 모인 것이다. 다른 두 분은 멀리 계신 데다 사정이 있어 참석이 어려웠다.

여 명장님이 만드신 여러 가지 햇차를 맛보았다. 그는 “주문 받은 게 많아 벌써 몇 백통을 만들었다“고 하셨다. 필자는 오늘 밤에 처음 차를 덖을 계획이었다.

여 명장님은 “차 마다 맛이 다 다르다”면서 “그래서 누가 만든 차가 가장 맛있네, 라고 말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말했다. 필자도 그 말에 동감을 한다.

차의 맛을 좌우하는 데는 수많은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산차(山茶)인가, 밭차인가 △차밭을 손으로 가꾸는가, 기계로 가꾸는가 △같은 차밭에서 채취한 잎인가, 여러 밭에서 채취한 잎인가 △찻잎을 채취한 날의 기후, 즉 습도는 어떠했는가 △녹차솥으로 덖었는가, 살청기로 덖었는가 △온도 조절을 잘 하였는가 △덖은 후 손으로 비볐는가, 유념기로 비볐는가 △채취한 날 덖었는가, 하루 뒤에 덖었는가 △마지막 단계인 맛내기를 하였는가 △건조는 어떠한 방법으로 하였는가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에 따라 차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필자의 차회 회원들은 어느 특정 사람이 만든 차가 맛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 명장님 같은 경우도 “내 차가 가장 맛있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여 명장님은 차 명장으로 인정을 받으신 분이다. 그리고 다양한 차를 맛있게 잘 만들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날 참석한 차회 회원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필자, 신판곤 대표님, 백경동 회장님.
이날 참석한 차회 회원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필자, 신판곤 대표님, 백경동 회장님.

 여 명장님은 두 번 덖은 차, 네 번 덖은 차, 맛내기를 하지 않은 차 등 여러 차를 계속 우려내시며 “맛을 다양하게 보시라”고 하셨다. 그러다 손님들이 오시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백 회장님이 팽주를 했다. 백 회장님이 가져오신 떡을 다식으로 먹었다. 쑥이 떡 중간에 들어가 맛이 특이하면서 좋았다.

신 대표님은 “정원의 장미꽃이 피면 한 번 놀러 오시라”고 하셨다. 그러자 백 회장님이 “그러면 다음 차회를 장미도 볼 겸 신 대표님 댁에서 하는 것도 좋겠다”라고 하셨다. 신 대표님은 지난 해 정원에 유럽종 장미를 수 백 포기 심으신 것이다. 필자는 그런 종류의 장미를 다른 곳에서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안다.

신 대표님은 얼마 전에 방글라데시에 사업차 다녀오셨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데, 그곳에 만든 제품을 방글라데시에 납품하게 됐다고 하셨다. 그는 차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용인에서 일부러 차를 몰고 오신다.

여 명장님의 사모님이 잠시 오시어 인사를 했다. 사모님은 필자와 갑장인 부춘마을의 토담펜션을 운영하는 공상균 사장의 여동생이다. 공 사장은 매실 등 여러 종류의 농사를 짓기도 하며 ‘달빛강정’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 데 유명하다.

필자는 화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6시 40분쯤 먼저 자리를 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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