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9) 새로운 친구 그리고 유럽 대륙의 끝
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9) 새로운 친구 그리고 유럽 대륙의 끝
  • 김도훈 김도훈
  • 승인 2021.04.19 20:00
  • 업데이트 2021.04.2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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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왕국페냐성 외관 모습
국립왕국페냐성 외관 

포르투갈 리스본 3일 차. 새로운 친구가 합류했다. 주인공은 바로 은우와 같이 아일랜드에서 워홀하던 혜원. 사실 이번 포르투갈 여행 자체가 애초부터 은우랑 혜원 둘이 워홀이 끝난 기념으로, 한국 돌아가기 전 하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내가 유럽으로 오기로 하면서, 합류해도 좋다고 해서 운 좋게 합류할 수 있었던 여정.

쌩판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게 싶지 않았을 텐데 특별히 받아준 이유는 유유상종(같은 동아리끼리 서로 왕래하여 사귄다는 뜻으로, 비슷한 부류의 인간 모임을 비유한 말)이라고 은우의 친구니까 나도 착하겠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로 판명 나지 않았을까?

원래 어제부터 합류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어떤 문제로 인해 비행기가 리스본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포르투에서 착륙하면서, 포르투에서 다시 버스 타고 리스본으로 넘어와 늦게 합류하게 된 혜원. 그래도 영어가 되었기에 무사히 잘 넘어온 혜원으로부터 이처럼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약 내가 이런 일이 겪게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페냐성에서 바라본 풍경. 날씨가 흐려 아쉬웠다.

나였다면 리스본까지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을까? 정말 험난했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들면서 은우랑 혜원이 대단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외국에서 1년 살아서 그런가? 확실히 남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던 정말 멋진 해외파 은우, 혜원 그리고 필자 삼총사가 함께 떠나는 오늘의 여정.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한 오늘 여정은 바로 당일치기로 리스본 근교 신트라 페냐성과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포르투갈 최서단 호카곶을 다녀오는 것이다. 따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 호시우 기차역에서 1일권 표를 구입하고 신트라로 출발했다. 포르투갈의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정겨움과 평온함을 느끼면서 도착한 신트라에서 다시 434번 버스를 타고 향한 국립페냐왕국 페냐성. 30여 분 버스를 타고 숲속을 지나고 나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1840년에 해발 500m 위에 세워진 포르투갈 역대 왕가의 여름 별장이기도 한 페냐성은 멀리서부터 빨간 기둥과 노란색 건물이 나를 반겨왔다.

입구에서 표를 끊고 본격적으로 페냐성 구경에 나섰는데 포르투갈 왕가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그냥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따라가서 그런지 건물 예쁘다 외에 큰 감흥을 느끼진 못하였다. 무엇보다 날이 매우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상황이라 주변 풍경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더욱 아쉬움이 컸다. 따라서 그냥 한 번 왔다는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한 시간가량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페냐성 투어를 빠르게 마무리한 후 버스를 타고 산을 내려가 정말 기대하고 있던 다음 코스, 유럽 대륙의 끝 호카곶으로 출발했다.

호카곶에서 바라본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 [사진 = 김도훈]

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가량 달려간 끝에 도착한 유럽 대륙의 끝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자 포르투갈 최서단 카보 다 호카 Cabo da Roca 호카곶. 탁 트인 넓은 바다를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벅차오름과 시원함이 몰려왔는데, 쫙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보면서 대항해시대 영광의 기억을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어제 갔던 발견기념비도 다시금 떠오르면서 대서양 넘어 부와 명예를 쫓아 많은 모험가와 항해가들이 바다로 떠났던 그 시절 사람들의 대담함과 용기가 느껴졌다. 이를 통해 나 또한 큰 삶의 포부와 자신감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포르투갈 선원들은 이곳 호카곶을 ‘리스본의 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한 세찬 바닷바람을 묵묵히 견디며 우뚝 서 있는 십자가 탑에는 포르투갈 시인의 시구절이 새겨져 있다.

카몽이스의 시구절이 새겨져있는 십자가 탑에서 한 컷
카몽이스의 시구절이 새겨진 십자가 탑에서

“여기... 육지가 끝나는 곳이고, 그리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카몽이스-

그냥 탁 트인 바다 앞에서 이런저런 뭉클하면서도 뿌듯한 오묘한 감정들에 사로잡힐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더 있으면서 유럽 대륙의 끝에서 일몰도 보고 가고 싶었는데, 일단 날이 매우 흐려서 태양이 보이지 않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추웠기에 버스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호카곶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더 있고 싶은데 돌아서야만 하는 아쉬움이란. 차마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힘겹게 다시 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새로운 친구와 함께 삼총사로 돌아다닌 오늘 하루.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함께 떠나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호카곶에서 삼총사 도훈 혜원 은우.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도둑 시장을 잠시 구경하는 것을 끝으로 리스본에서의 여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삼총사의 포르투 여정. 벌써부터 너무 기대되는데 과연 포르투에선 어떤 재미난 일이 일어날까?!

<인문학당 달리 청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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