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6 : 봄소식 - 삿갓대가리, 곰취, 머위
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6 : 봄소식 - 삿갓대가리, 곰취, 머위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1.04.21 07:00
  • 업데이트 2021.05.0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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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촌리에 봄소식을 전하는 산나물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전편의 취나물과 미역취에 이어 삿갓대가리와 곰취, 머위 이야기입니다.

삿갓대가리 [사진 = 이득수]
삿갓대가리 [사진 = 이득수]

여러분, 삿갓을 써본 일이 있나요? 대로 만든 삿갓은 바람만 불지 않으면 머리위에서 굵은 빗방울이 떼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소리나 모습이 퍽 정감이 가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아랫도리가 속절없이 젖는 데다 목이 부러질 듯이 아프기도 해 결코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의 가사처럼 낭만적이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유년을 회상할 때 보릿고개의 시장기처럼 결코 즐겁지는 않지만 빠질 수 없는 기억중의 하나인 그 삿갓을 닮은 나물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삿갓대가리입니다. 길게 뻗는 대궁이에 위는 좁고 아래가 넓은 여덟 개의 길쭉한 잎이 붙어 있는 형상이 벗어놓은 삿갓 같다가 대궁이가 길게 벋으면 우산 같기도 합니다. 언양지방에선 삿갓대가리라고 부르는데 간혹 우산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엔 삿갓대가리가 아닌 우산초로 불러서는 영 산나물 같은 맛이 나지 않습니다. 삿갓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젊은 세대는 삿갓대가리보다는 우산초가 훨씬 실감이 날 지 몰라도 우산초라고 해서는 산나물의 향기가 연상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50, 60년 전 비닐우산이 나오기 전까지 우산은 왕이 쓰는 일산(日傘)외에는 민간에선 지우산(紙雨傘)이라고 해서 문종이에 콩기름을 바른 매우 귀한 물건(혜원 신윤복의 풍속도에 나오는 한량이나 쓰는 사치스런)이었으니 산나물을 뜯는 산골의 아낙이 우산을 쓰거나 알리도 없었을 테니 당연히 삿갓대가리라 불렀을 테고 우산초의 초(草)보다는 삿갓대가리의 대가리가 훨씬 더 정감이 있기도 합니다.

맛은 별 특징 없이 덤덤하지만 식감은 괜찮은 셈입니다. 어느 정도 깊은 산에 들어가야 볼 수 있으니 좀 높은 산에 등산을 할 경우 주변을 자세히 살피면 쉽사리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곰취는 양달비라고 부르는 취나물과 대비해 곤달비라고 부르기도 하는 가장 귀한 산나물로 가히 <산채(山菜)의 왕자(王者)>라 할 것입니다. 부채꼴 모양에 가장자리의 톱날무니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아주 깊고 상큼한 향기가 일품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곁들이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깊은 산속이라야 간간 발견되어 예부터 산나물의 귀족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흔하게 재배되어 마트에서 쉽사리 발견되지만 향도 없고 쓴맛이 강하고 잎이 질겨서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제가 한창 등산을 하던 시절 신불산 뒤 우청수골 상류에서 자연산 곰취를 발견해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데 한 번에 여남은 개 정도의 잎만 따 먹고 소문이 나면 멸종이 될까봐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잘 있을지, 몸이 좋아지면 한번 가보기는 가봐야 할 텐데 말입니다.

머위 [Dalgial, CC BY-SA 3.0]
머위 [Dalgial, CC BY-SA 3.0]

머위는 초봄을 대표하는 나물이지만 화려한 꽃들에 밀려 이제야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3월 말경 가장 먼저 농가의 담장과 울타리 아래를 장식하는 봄의 전령사로 약간 쓰기는 하지만 상큼하기가 사이다보다 나은데 그 쓴 맛이 바로 입맛을 돌아오게 한답니다.

언양에서는 머구라고 부르는 저 초록색 머위는 평평하고 비옥한 땅보다도 울타리나 돌담, 대밭등에 붙어 자라는 놈이 더 북시럽고(크고 부드럽고) 맛이 좋고 한여름엔 토란줄기 만큼이나 크게 자라 잎자루(柄)를 벗겨 들깨가루를 넣고 무쳐먹기도 하지요.

저 복스러운 나물이 한문으로는 월경(越境) 초라는 좀 괴이쩍은 이름으로 불린다는데 그 유래가 참 재미있습니다. 중국의 어느 아낙이 머위에 흠뻑 빠져 늘 남편 상에 올렸는데 어느 날 머위를 장복하면 고사리처럼 남자에게 좀 거시기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흘낏흘낏 쳐다보다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단숨에 뿌리째 뽑아 국경선 너머 남의 나라로 던져버렸다고 말입니다. ㅎㅎㅎ.

平理 이득수 시인
平里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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