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0) - 차(茶) 명인(名人)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과 차를 마시며
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70) - 차(茶) 명인(名人)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과 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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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4 08:23
  • 업데이트 2021.04.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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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렴차문화원, 차박물관 손색 없는 차도구 전시
중국 항주 차박물관서 우리나라 황실 다례 선봬
하동야생차문화축제, 하동세계차엑스포서 역할

경남 하동에서 대렴차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애숙(64) 원장과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먹고 차를 마셨다.

대렴차문화원이자 그녀가 거주하는 공간은 차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김 원장은 수년 전 중국 항주 차박물관에서 우리나라 황실다례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거실에는 조선시대 말기 왕실에서 사용하던 다기가 많이 전시돼 있다. 물론 왕실에서 사용하던 서양식 차도구는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김 원장은 녹차와 발효차를 혼합한 올해 햇차를 우려내었다. 차가 맑고 명징한 맛이 났다. 차의 맛이 아마도 수백, 수천 종류는 될 것이다. 필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마시며 느낀 맛도 아마 수백 종류는 되리라 생각한다.

김애숙(오른쪽) 대렴차문화원장과 차를 마시고 있는 필자.
김애숙(오른쪽) 대렴차문화원장과 차를 마시고 있는 필자.

김 원장은 그런 다음 말차를 우려내었다. 차사발이 컸다. 경북 문경의 모 요에서 만든 것으로 약간 투박하였지만 은근히 소탈하고 매력이 있는 짙은 밤색이었다. 김 원장은 “장군이 마시면 어울릴 만큼 남성적인 잔”이라고 차사발에 대해 언급하셨다.

말차의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연초록색의 차는 보기에도 마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같은 미감이 느껴졌다. 김 원장은 “일본의 말차는 등급이 있습니다. 차 통 가운데 금색과 동색, 흰색이 붙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과 함께 마신 차는 일본 말차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금색이었다.

차를 마시면서 필자는 “다음 달 개최 예정인 하동아생차문화축제는 열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김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5월 15일부터 5월 23일까지 비대면으로 개최됩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탓에 아예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지 못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하동야생차문화축제 가운데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와 ‘다례 경연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꽃으로 불리고 있다. 김 원장은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끝나면 해마다 화보집을 만들고 있다.

김 원장은 “다음 달 비대면으로 열리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중 찻자리 대회는 켄싱턴리조트에서 가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참가자들이 찻자리를 펼쳐놓고 상주하지 않습니다. 대신 하동지역 차인들이 매일 당번을 서 지키고 안내하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다례 경연대회 역시 이전과 달리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씩 출전하도록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내년인 2022년에 개최되는 ‘하동세계차엑스포’의 전시부 자문위원을 맡고 있어 여러 가지로 분주하다. 차를 마시는 중에도 이와 관련해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느라 바빴다.

하동세계차엑스포는 ‘자연의 향기, 건강한 미래, 차(茶)!’를 주제로, 2022년 5월 5일부터 5월 24일까지 20일간 하동스포츠파크와 하동야생차문화축제장, 그리고 경남 창원 및 김해 등 경남 일원에서 열린다. 참가규모는 10개국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관람객은 135만 명(외국인 7만명)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원장은 차 뿐 아니라 문화 전반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아 필자와 마주 앉으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이날도 김 원장이 중국 항주 뿐 아니라 심천과 사천에서도 다례 시범을 보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많은 가지를 치며 대화가 이어졌다. 차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가 김 원장은 "제 차 스승님께서 아흔이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시고 아직 차를 우리신다"라며, "스승님은 진정한 차인"이라고 말했다.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이 2019년 하동야생차축제를 마치고 펴낸 행사 화보집. 사진=조해훈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이 2019년 하동야생차축제를 마치고 펴낸 행사 화보집. 사진=조해훈

1984년에 차에 입문한 김 원장은 현재 하동 흑룡마을에서 대렴차문화원을 운영하면서 하동지역의 차와 관련한 여러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다구 분야에도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로 조애가 깊다. 이와 관련하여 2008년 해남 대흥사 초의박물관 초대전, 2099년 김대중 컨벤션센터 특별전, 2013년 여주 생활사박물관 ‘황후를 만나다’ 특별전, 2015년 담양세계대나무축제 ‘다도구의 쓰임의 멋’전 등을 가졌다.

김 원장은 또한 2015년부터 해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켄싱턴리조트에서 차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2018년의 경우 ‘通儒(통유), 깊고 그윽한 곳을 통하여 안다- 차문화의 꽃으로 향기를 피우리라’ 주제로, 김복일 한국국제창작다례협회장을 비롯해 전국의 차인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도구 전시회와 찻자리 발표회인 차문화 행사를 가졌다. 김 원장 소장의 다구 및 다화(茶花)전, 박현호 작가의 차 그림전, 티플래너(다례 사범)들의 찻자리 발표회, 다례법 시연, 국악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한편 김 원장은 올해 1월 5일 윤상호 (사)대한민국 명인회장으로부터 ‘다도/화정다례’(대한민국 대한명인 제14-401-01호) 분야 명인으로 선정되어 인정서를 받았다. 그러니까 ‘차(茶) 명인’인 것이다.

그녀에게 걸려오는 전화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어, 필자는 “다음에 또 차 한 잔 하시죠?”라며,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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