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윤여정 "상탔다고 김여정되는 것 아냐…배우 일하다 죽었으면"(종합)
[아카데미] 윤여정 "상탔다고 김여정되는 것 아냐…배우 일하다 죽었으면"(종합)
  • 정유진 정유진
  • 승인 2021.04.26 19:53
  • 업데이트 2021.04.2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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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기자회견 "韓 관객들께 보답할 수 있어 감사"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자, '최중'되면 안 되나"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최고 말고 최중 되면 안 됩니까? 같이 살면 안 되나요?"

영화 '미나리'로 막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윤여정(74)이 특유의 솔직·발랄한 '윤여정체'로 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이 아닌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윤여정은 "최고의 순간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배우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밝혔다.

윤여정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2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유니온스테이션과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지난 1958년 열린 제30회 때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상을 휩쓴 데 이어, 올해는 윤여정이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셈이다.

이날 윤여정은 시상식 직후 '미나리'의 주연 배우 한예리와 함께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기자회견은 KBS 1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 "글렌 클로즈가 타길 바랐다"

이 자리에서 윤여정은 "정신이 없다, 내가 수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글렌 클로즈가 타길 바랐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한 사람이다,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 그래서 글렌 클로즈와 만나 축복했다"고 경쟁자였던 글렌 클로즈를 언급했다.

윤여정은 2000년쯤에 영국에서 글렌 클로즈의 연극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연극을 보고)'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 그녀가 나와 동갑이더라, 진심으로 그녀가 받길 바랐다"며 "'미나리'를 같이 한 친구들이 받는다고 하는데 저는 안 믿었다, 인생을 오래 살아서 배반을 많이 당해서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았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영어도 못하지만, 그거보단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엉망진창으로 (수상 소감을) 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기 전 아카데미 경험자인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팬데믹 전에 왔으니 봉준호 감독은 크루와 같이 왔었다, 지금은 후보가 한 사람만 데리고 올 수 있다"며 "아들이 둘인데, 둘 중 하나만 데리고 올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하게 하고, 여기까지 캠페인을 하게 한 이인아라는 친구가 있다, 작은 아들이 자기는 갈 자격이 없다고, 인아 누나가 가야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인아 프로듀서는 가장 처음 '미나리'의 대본을 윤여정에게 전달한 윤여정의 절친한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 차별을 트럼프의 벽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가 너무 (수상이)안 됐다, 아카데미 벽이 높다, 아카데미 월(wall, 벽)이 트럼프 벽보다 높아서 동양 사람들에게 높은 벽이 됐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너무 최고가 되려고는 하지 말자, 최중만 되고 살면 되지 않나, 우리 동등하게 살면 안 되느냐"며 최고의 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 수상 소감에서 김기영 감독 언급한 이유

윤여정은 이 자리에서 '미나리'의 대본을 선택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미나리'는 시나리오가 아닌 친구의 제안으로 결정하게 된 작품이었다. 그는 "작품 선택 기준이 60세가 넘어서 바뀌었다"며 "60세 전에는 나름대로 계산했지만 60세 넘어서부터 나 혼자 약속한 게 있다, 사람이 좋으면 그걸 가지고 온 프로듀서를 내가 믿으면 하리라 했다, 그때부터 사치스럽게 살기로 결심했다, 내 사치는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면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여정은 "나도 대본을 읽은 세월이 너무 오래돼서 딱 안다, 진짜 이야기인가 아닌가, '미나리'는 너무 순수하고, 너무 진지하고 진짜 이야기였다"며 "대단한 기교가 있어서 쓴 작품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정말 얘기를 썼더라, 늙은 나를 건드렸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독의 인품을 보고 반해 자비까지 보태 비행기를 타고 털사 오클라호마로 달려가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미나리'가 한국과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좋은 대본 덕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을 밝힐 당시 김기영 감독과 정이삭 감독을 언급했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여정은 "60세가 넘어 알았다, 감독이 하는 역할이 정말 많다, 영화라는 게 종합 예술이다, 머리부터 바닥까지를 아우러야 한다, 봉준호도 그렇고 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때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한다, 내 첫 감독님이었다"며 "그가 지금도 살았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감사하다"고 김기영 감독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김기영 감독의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건 내가 21세 때였다, 스물 몇살 때 사고에 의해 만난 거였다, 내가 정말 죄송한 것은 내가 그분에게 감사하기 시작한 건 60세가 돼서다, 그 전에는 몰랐다, 너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은 천재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힘들고 싫었다, 늘 그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기영 감독은 어릴 때 만났고 정이삭 감독은 늙어 만났다, 얘(정이삭)는 내 아들보다 어린 애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분할까, 수십명을 컨트롤 하려면 돈다, 그런데 정이삭 감독은 너무 차분하게 컨트롤하는데 누구도 모욕주지 않고 업신 여기지 않고 존중하면서 하더라"라며 정이삭 감독의 훌륭한 인품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내가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이 내가 흉 안 보는 감독은 정이삭 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는 코리안 아메리칸인데 한국 사람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사람이 나왔구나, 너무 희망적이더라, 그런 세련됨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마흔 셋 먹은 아이인데 존경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오스카 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는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늙으니 대사를 외우기 힘들다,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까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 하다가 죽으면 좋곘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 제작사 대표 브래드 피트와 후일담…"(다음 제작 때는) 돈 더 쓰라고 했다"

윤여정은 시상식 후일담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해 준 브래드 피트와의 대화 내용을 전한 것. 그는 "그 사람은 유명한 배우니까, 한국에 한 번 오라고 나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사이기도 한 플랜B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기도 하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부문의 시상을 맡아 윤여정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에게 (다음 제작 때는) 돈을 좀 더 써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더니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대단한 배우고, 배우들이 인터뷰를 많이 하고 그러면 성장한다"고 말했다.

또한 "브래드 피트가 한국에 온다고 하더라, 꼭 올거라고 했다"면서도 "나는 미국 사람 말은 안 믿는다, 단어가 너무 화려하다, (브래드 피트가 내게) 존경하고 너무 어떻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말은 별로 믿지 않았다,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내가 상을 타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며 "축구 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아무 계획한 것도 없었고 여기 올 일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하게 됐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해서 실핏줄이 터졌다, 너무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 성원인데 나는 못 받으면 어떡하나가 됐다, 받을 생각도 없었고 후보 된것만으로 영광이었다, 그런데 막 이러니까,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 2002년에 월드컵 때 선수들의 발 하나로 온 국민이 난리칠 때 그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알겠더라, 김연아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겠더라,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별로 즐겁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편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두달 가량 늦은 이날 개최됐디.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 한예리가 출연한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여우조연상 부문의 윤여정이 수상에 성공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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