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상 교수의 '중독 이야기' (3) 마리화나
최은상 교수의 '중독 이야기' (3) 마리화나
  • 최은상 최은상
  • 승인 2021.05.11 09:35
  • 업데이트 2021.05.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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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大麻)는 여러 문화권에서 밧줄, 의류, 종이의 원료뿐만 아니라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재배하여 왔던 식물이다. 대마는 카나비스(Cannabis) 속의 일년생 식물로서 세 종(Cannabis sativa, Cannabis indica, Cannabis ruderalis)이 흡연용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는 60개 이상의 향정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카나비노이드 (cannabinoid)라고 부른다. 카나비노이드 중에서 약물학적으로 가장 큰 활성을 가지는 것이 delta-9-tetrahydrocannabinol(THC)인데 수지에 농축되어 있다. 수지는 주로 꽃이 피는 대마 암그루의 상단부에 있고 줄기에는 소량만 존재한다. THC는 1964년에 대마로부터 분리되고 합성되었다. 화학적으로 THC는 질소를 함유하지 않아 알칼로이드가 아니다.

마리화나는 흡연을 위해 말린 대마의 잎과 소량의 줄기 그리고 꽃이 피는 상단부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주로 Marijuana로 표기하지만 marihuana로 쓰기도 한다. 흡연용 마리화나는 THC 함량이 낮은 저급에서부터 효력이 강한 신세밀라(sinsemilla)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 중반 주한 미군들에 의해 도입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70년대 들어 마리화나는 대학가와 연예가로 확산되었고 해피 스모크라고 불렀다.

마리화나는 중독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이다. 해쉬시(hashish)는 대마로부터 채취한 수지를 건조하여 압착시켜 만든 것으로 신세밀라보다 많은 양의 THC를 함유하고 있다. 해쉬 오일(hash oil)은 대마를 알코올에 끓여 농축하여 제조한 것으로 최대 50% 이상의 THC가 들어 있다. 모양이 홍삼 농축액과 비슷하다. 이들의 환각 효과는 마리화나보다 훨씬 크다.

마리화나(Marijuana) [픽사베이]

1992년 사람의 뇌 안에서 THC와 구조가 유사한 물질인 아난다마이드(anandamide, 산스크리트어로 즐거움, 기쁨, 행복의 의미)와 2-AG가 발견되었다. 사람의 뇌도 THC와 같은 향정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뉴런의 세포막에서 THC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라고 한다. 수용체는 CB1과 CB2 두 종류가 있는데 뇌에서 발견되는 것은 CB1 타입이다. 이들은 주로 해마(hippocampus), 소뇌, 그리고 기저핵(basal ganglia)에서 발견된다. 마리화나가 주로 작용하는 뇌의 영역들이다.

마리화나 중독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난다마이드의 작용을 보면 THC에 의해 의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마리화나의 연기 속에 들어있는 THC는 중독자의 폐 안으로 들어가고, 심장의 수축에 의해 신속하게 뇌로 들어간다.

뇌로 들어온 THC는 가바(GABA) 뉴런의 말단에 있는 칼슘 이온(Ca2+)의 통로를 막아서 칼슘의 이동을 방해한다. 칼슘은 농도의 차이에 따라서 뉴런의 밖에서 안으로 이동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칼슘은 뉴런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어 반드시 칼슘 통로(channel)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THC가 CB1 수용체에 결합하면 칼슘 통로가 막혀서 뉴런 안으로 들어오는 칼슘의 양은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가바의 분비는 크게 줄어든다.

이와 동시에 THC는 포타시움(K+) 통로를 열어서 뉴런 밖으로 빠져 나가도록 한다. 양이온인 K+가 유출되면 뉴런 말단의 전기적인 값은 더욱 낮아진다. 가바의 분비에 필요한 칼슘 통로를 열기 위해서는 그 값이 평상시(약 –60 mV) 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이온들이 뉴런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THC는 K+의 유출을 통해 뉴런의 전기적인 값을 더욱 낮추기 때문에 칼슘 통로를 열지 못한다. 그 결과 가바의 분비는 억제된다.

마리화나의 흡연은 THC가 칼슘의 유입을 막고 K+의 유출을 통해 가바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가바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가바의 분비가 억제되면 도파민 뉴런의 분비는 증가하게 된다(그림). 도파민의 증가는 중독자의 유포리아를 증가시킨다. 물론 시간이 흐른 뒤 도파민의 감소로 일어나는 금단 증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마리화나를 피우고자하는 욕구와 갈망, 내성의 증가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마리화나 흡연과 신경전달물질 작용 개념도

마리화나나 담배를 피우면 공통적으로 뇌 안에서 도파민이 증가하는데 왜 중독자들은 환각과 안도감이라는 서로 다른 보상감을 갖게 될까? 사람의 뇌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뉴런들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분비는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 곳(시냅스)에서 일어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는 뉴런들이 서로 소통하는 도구, 언어인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뇌의 다양한 기능은 신경전달물질들의 분비와 전달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마약은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흐름을 변화시켜 중독자에게 왜곡된 감각과 반응을 일으킨다. 유포리아는 마약에 의해 중독자의 정서가 왜곡되어 만들어진 보상의 형태이다. 이 보상감은 마약이 작용하는 뇌의 영역에 따라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담배는 긴장감의 완화로, 마리화나는 청각의 왜곡과 같은 환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컨대, 마리화나 중독자가 소리에 매우 민감하여 그 정도가 눈에 보인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소리에 대한 중독자의 감각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의존성으로 인한 중독의 유해성은 매우 다양하다. THC가 작용하는 뇌의 영역과 관련해서 알아보자. 해마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일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설명할 수 있는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다. 그 모양이 해마(海馬, sea horse)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증의 마리화나 흡연자가 취할 수 있는 THC 사용량을 쥐에게 장기간 흡연을 시키면 해마를 구성하는 뉴런에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마리화나 흡연은 중독자에게 얼마 전에 학습한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단기 기억 장애를 일으킨다. 마리화나 흡연에 의한 해마의 손상이 원인이다.

소뇌와 기저핵의 일차적인 역할은 인체의 균형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보행 장애가 일어난다. 마리화나 중독자는 균형 및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에 장애를 일으킨다(ataxia). 일상에서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 외에 마리화나는 반감기가 길어 사용자가 항상 취해 있는 상태를 일으키기 때문에 행동 장애나 동기(motivation) 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마리화나 흡연은 중독자에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상실감이나 사물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일으킨다.

2010년대 초반부터 우루과이, 미국의 일부 주와 캐나다는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마리화나의 판매를 합법화하였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중반부터 마리화나 ‘비범죄화’를 촉구하는 요구가 있었다. 일부 단체와 개인은 마약류관리법에 대한 위헌법률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마리화나가 환각제가 아니며 중독성과 유해성이 담배나 술보다 낮고, 단순 흡연은 중독성, 유해성, 환각성, 사회적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청구인들이 주장한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은상 교수
최은상 교수

비범죄화 정책은 단순히 마약을 사용한 사람을 벌금형에 처하거나 소량의 마약을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마약을 밀매할 경우에만 형사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리화나의 의존성과 유해성을 기준으로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 정책이 추구하는 본질이 아니다. 이 정책은 마약 사용자를 환자로 생각하여, 치료와 예방을 통해 마약 남용의 해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약물 중독 연구를 주관하는 NIDA(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는 마리화나를 미국에서 가장 남용되는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기초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리화나가 중독을 일으키고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미치며 임상적으로 다른 마약과 같이 금단 증상이 재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동안 축적된 마리화나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 약물이 의존성과, 내성, 금단증상과 함께 개인이나 사회에 유해성이 큰 마약임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마리화나는 흡연자에게 정서의 왜곡뿐만 아니라 학습과 기억 그리고 움직임이나 보행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마약이다. 마리화나 중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