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현실화 될까…文 대통령 "반도체 경쟁력 높여야"
이재용 사면 현실화 될까…文 대통령 "반도체 경쟁력 높여야"
  • 류정민, 최은지 류정민, 최은지
  • 승인 2021.05.11 10:31
  • 업데이트 2021.05.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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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서 사면론 질의에 "선례·여론 고려해 판단"
반도체 패권 전쟁 격화 속 삼성전자는 '답보상태', 재계는 이미 사면 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ㅇ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2021.1.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과 관련해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면이 현실화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한 질의에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여갈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이 사건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한차례 구속수감된 바 있어,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으면 남은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경제계와 종교계 등에서는 최근 미·중 간 무역갈등과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을 사면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이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도 이날 특별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는 업종이 반도체로, 세계 경제의 대전환 속에서 반도체는 모든 산업 영역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메모리)반도체는 10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이루며 세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수출 주력 품목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대한민국 반도체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면서,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우리의 국익을 지켜낼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성장을 이뤄내려면 한국 재계 서열 1위이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러나 삼성은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수감돼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정농단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기소돼 재판도 받고 있다. 삼성이 앞으로도 수년간 사법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실제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TSMC는 올해 초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에 올해에만 최대 280억달러(약 31조2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인텔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는 등 반도체 지형이 급변하고 있지만, 삼성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지난달 백악관이 개최한 '반도체 CEO 서밋'에 TSMC와 함께 초대돼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 압박도 받고 있다. 반도체 CEO 서밋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지에 따라 인텔, 마이크론과 같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 등 19개 기업을 초청한 행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삼성의 투자를 원하고 이는 삼성은 물론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이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사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의 NXP 인수설이 불거지는 등 최근 공급이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문제를 해결할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1순위로 꼽히지만, 현재와 같은 오너 부재 상황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과 같은 과감한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이날 문 대통령은 사면론과 관련한 답변에서 "형평성과 과거 사례, 국민 공감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결코 마음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추가로 밝혔다.

오는 8월 광복절 특사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고려해 볼 수는 있겠지만, 여론과 형평성 등을 두루 살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예상보다 사면과 관련한 언급을 많이 했다"며 "고뇌가 깊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의 경우 국민 통합에 방점이 있어야 하고, 이 부회장은 경제에 방점을 둬야 하는 것으로 사면의 배경은 다르다"고 부연했다.

한편 경제인 사면은 주요 경제단체가 사면을 건의하면 이를 대통령이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는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주요 경제단체는 이미 지난달 26일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