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7) - 세상 모든 일이란, 끝까지 올라가면 이제 곧 떨어질 일만 남는 것이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7) - 세상 모든 일이란, 끝까지 올라가면 이제 곧 떨어질 일만 남는 것이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5.17 00:00
  • 업데이트 2021.05.1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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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37 - 세상 모든 일이란, 끝까지 올라가면 이제 곧 떨어질 일만 남는 것이다

벼슬은 너무 높아서는 아니 되니, 너무 높으면 위태로워 진다.

재능은 다 써버리지 말아야 하니, 다 써버리면 쇠퇴하게 된다.

행실은 너무 고상하지 않아야 하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誹謗)이 일어나고 훼방(毁謗)이 닥친다.

  • 爵位(작위) : 벼슬의 지위, 관작(官爵).
  • 不宜(불의) : 마땅히 ~해서는 안 됨. ~하지 말아야 함.
  • 太盛(태성) : 지나치게 성함.  * 여기서 ‘盛하다’ 는 표현은, 벼슬이 단순히 높은 것이 아니라 능력에 비해 높은 것이라 해야 본래 의미에 합당할 것이다.
  • 能事(능사) : 잘 하는 일, 재능(才能)과 특기(特技).
  • 盡畢(진필) : 다하여 마침.
  • 行誼(행의) : 올바른 행실, 도리에 맞는 떳떳한 행위.
  • 過高(과고) : 지나치게 높음.
  • 謗興而毁來(방흥이훼래) : 비방(헐뜯음)이 일어나고 훼방(毁謗)을 초래함.
137 김명국(蓮潭 金明國 조선 추정 1600~1663) 설중귀려도(雪中歸驢圖) 101.7+55 국립중앙박물관
김명국(蓮潭 金明國, 조선 추정, 1600~1663) - 설중귀려도(雪中歸驢圖)

◈ 『주역(周易)』 건괘(乾卦)에

亢龍有悔 〔 亢 : 오를 항,  龍 : 용 룡,  有 : 있을 유,  悔 : 뉘우칠 회 〕

-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으로, 부귀영달이 극도에 달한 사람은 쇠퇴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욕심에 한계가 없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은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효사(爻辭)〉에 나오는 말이다. 《주역》의 건괘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왕성한 기운이 넘치는 남성적인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주역》에서는 특히 이 기운을 다루는 데 신중을 기하여 이 운세를 단계별로 용에 비유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잠룡(潛龍)으로,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은 현룡(現龍)으로,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만천하에 펴서 군주의 신임을 받게 되니, 곧 때를 얻어 정당한 지위에 있으면서 중용의 도와 선을 행하며 덕을 널리 펴서 백성을 감화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은 비룡(飛龍)으로,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본 괘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亢龍)인 것이다. 항룡은 하늘 끝까지 다다른 용으로, 곧 '승천할 용' 인 셈이다. 그 기상이야 한없이 뻗쳐 좋지만 결국 하늘에 닿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 고 했다. 따라서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 라는 것이다. 즉, 일을 할 때에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지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다. 

요컨대 건괘는 변화에 순응할 것과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하여, 스스로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삶이 양생에 이롭다는 교훈을 준다. 다음은 이러한 교훈을 잘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이사(李斯)는 진(秦)나라 때의 정치가로 시황제를 섬겨 재상이 된 사람이다. 그의 일족은 모두가 고위고관에 올라 최고의 권세와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이사가 축하연을 베푼 자리에 조정의 문무백관이 모두 참석해 축사를 올렸다. 그러자 이사는 깊이 탄식하며 "나는 일찍이 스승 순자(荀子)로부터 매사에 성(盛)함을 금하라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오늘날 우리 일족은 부귀와 영예가 모두 극도에 이르렀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영속을 기할 수 없는 법.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 일이 두렵다" 라고 말했다. 과연 그가 염려한 대로 그의 일족은 조고(趙高)의 참소로 몰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한편, 항룡유회의 교훈을 일찍 깨닫고 지극한 영예를 스스로 멀리해 조용한 만년을 보낸 지혜로운 사람도 있다. 장량(張良)은 전한(前漢)의 고조(高祖) 유방(劉邦)을 도와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다. 천하를 평정한 고조는 한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전쟁에 공로가 있었던 여러 장수를 차례로 주살하여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앴다. 고조의 이러한 의중을 살핀 장량은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시골에 운둔하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고조를 안심시키고 자신 또한 천수를 누렸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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