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9) - 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은 비록 재주가 없어도 덕이 있는 이만 못하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9) - 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은 비록 재주가 없어도 덕이 있는 이만 못하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5.19 12:44
  • 업데이트 2021.05.19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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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39 - 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은 비록 재주가 없어도 덕이 있는 이만 못하다

덕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이다.
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으면 마치 주인 없는 집에 종이 설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도깨비가 마구 날뛰지 않겠는가!

  • 才之主(재지주) : 재주의 주인.
  • 德之奴(덕지노) : 덕의 노예(종).
  • 用事(용사) : 일을 주관함. 좌지우지(左之右之)하다.
  • 幾何不(기하불) : 어찌 ~하지 않겠는가.
  • 魍魎(망량) : 도깨비, 요괴(妖怪). 魍과 魎 모두 도깨비.
  • 猖狂(창광) : 마구 날뜀, 미쳐 날뛰는 모습. 猖은 ‘미쳐 날뛰다’.
139 이명욱(李明郁 1640~미상)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 173+94 간송미술관
이명욱(李明郁, 1640~미상) -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

◈ 재승박덕(才勝薄德)을 경계한 말들.

재승박덕(才勝薄德) 하기보다는 차라리 유덕무재(有德無才) 한 것이 나을 것이다. 옛 어른들께서 한결같이 ‘먼저 사람이 되어라’ 고 하신 뜻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 천재불용(天才不用)의 고사 - 공자와 황택의 이야기

공자는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하여,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공자와 황택(皇澤)의 이야기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레가 가까이 가도 아이는 비켜 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얘야.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주겠느냐?" 그런데도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 하던 놀이를 계속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

아이의 말에 공자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수레를 돌려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름은 황택(皇澤)이며 나이는 8살이라 했습니다. 이에 공자는 한 가지 물어 보아도 되겠느냐? 그러고는 바둑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황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지 못하게 되거늘 어찌 그런 바둑을 좋아하겠습니까?"

아이의 대답에 놀란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냐고 하고는 "자식을 못 낳는 아비는 누구냐?"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허수아비"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은 무엇이냐?" "반디불 입니다." 그러면 "고기가 없는 물은 무엇이냐?" "눈물입니다" 아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가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공자가 그렇게 하라고 이르자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속이 텅 빈 저 대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 보아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하늘에 별이 모두 몇 개 입니까?" "그건 너무 크구나" "그럼 땅 위의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그것도 너무 크구나" "그럼 눈 위의 눈썹은 모두 몇 개입니까?" 아이의 질문에 공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를 가르쳐 제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아이가 머리는 좋으나 덕이 부족해 궁극에 이르자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봤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수레에 올라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실제로 황택의 이름은 그 이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8살에서 끝이 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머리로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가슴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그러므로 머리에 앞서 덕을 쌓고 덕으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온갖 거짓과 모순과 악으로 넘쳐 나는 것은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덕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천재교육이 아니라 "재주가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 는 소박한 진리일 것입니다.

※ 이 이야기는 <재승박덕(才勝薄德> 이라는 고사성어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널리 유포되어 있는 고사입니다. 그러나 이 고사의 출전이 어디인지를 모르겠습니다. 『논어(論語)』나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기록이 있으니 원나라 때의 대유학자인 황택(黃澤)이라는 사람은 꿈속에서 공자를 만나 가르침을 받아 큰 학문을 이루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공자가 어린 황택(皇澤)을 당시에 제자로 거두지 못했던 아쉬움에 후대에 비록 성씨의 다르지만 같은 이름의 황택(黃澤)이라는 인물에게 꿈속에 나타나 가르침을 베풀지 않았나 하는 다소 황당한 상상을 해봅니다. 무릇 간절하면 이루어지나니 공자도 꿈속에서 주공(周公)을 자주 뵈었듯이 황택도 공자를 직접 뵙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어 가능했던 이야기일 것입니다.

※ ‘才勝薄德(재승박덕)’ 이란 말은 엄격히 말하자면 문법적으로 어법에 맞지 않은 말이다. ‘才勝德 - 재주가 덕을 넘어서다’ 이거나 ‘才勝(而)德薄 - 재주는 뛰어나나 덕이 부족하다’ 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된다. ‘才勝薄德’ 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재주가 부족한 덕을 넘어서다’ 가 되기 때문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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