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48) - 군자라면 진정 저것을 위해 이것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부귀공명은 일신과 세상을 쫒아 사라지고 옮겨가지만 그 기개와 절조만큼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48) - 군자라면 진정 저것을 위해 이것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부귀공명은 일신과 세상을 쫒아 사라지고 옮겨가지만 그 기개와 절조만큼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 허섭 허섭
  • 승인 2021.05.28 06:40
  • 업데이트 2021.05.28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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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48 - 군자라면 진정 저것을 위해 이것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부귀공명은 일신과 세상을 쫒아 사라지고 옮겨가지만 그 기개와 절조만큼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사업과 문장은 육신과 함께 사라지지만 정신만큼은 영원히 새롭다.
부귀와 공명은 세상 따라 바뀌지만 절개는 천년을 두고도 한결같으니
군자는 진정 저것으로써 이것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 文章(문장) : 여기서는 저작물(著作物)뿐만이 아니라 넓게 보아 학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銷毁(소훼) : 삭고 허물어짐, 녹아 없어짐.
  • 萬古如新(만고여신) : 영원히 새롭다. 萬古나 千古는 ‘아주 오래된 옛날’ 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을 뜻하며 흔히 미래의 시간을 두고 사용하는 단어이다.
  • 逐世(축세) : 세상을 따라감. 逐은 ‘뒤쫓아 가다’.
  • 氣絶(기절) : 기개(氣槪)와 절개(節槪), 의기(意氣)와 절조(節操).
  • 千載一日(천재일일) : ‘천년이 하루와 같다’ 는 말은 ‘영원히 변함이 없다’ 는 말이다. 載는 年의 뜻임.
  • 信(신) : 실로, 참으로, 진실로, 진정.
  • 不當(부당) : ~해서는 안 된다.
  • 彼(피) : 앞에 말한 것, 전자(前者). 사업 문장, 부귀공명과 같은 일시적인 것을 말함.
  • 此(차) : 뒤에 말한 것, 후자(後者). 정신과 기절과 같은 영구적인 것을 말함.
148 심사정(玄齋 沈師正 조선 1707~1769) 석란(石蘭) 32.5+26.5 간송미술관
심사정(玄齋 沈師正, 조선, 1707~1769) - 석란(石蘭)

◈ 백세청풍(百世淸風)과 성삼문(成三問)의 두 편의 시

충남 금산군 부리면 불이리(不二里)에 가면 고려말 삼은(三隱) 중의 한 분인 야은(冶隱) 길재(吉再 1353~1419) 선생을 모신 청풍서원(淸風書院)이 있으며 그 안에는 백세청풍비(百世淸風碑)가 서 있다.

본래 <백세청풍비> 는 중국 해주 수양산(首陽山)의 청성묘(淸聖廟)에 있는 주자(朱子)의 글씨인데 ‘백이숙제의 청풍한 기운이 백세까지 영원하라’ 는 뜻이다. 청성묘는 백이숙제의 사당이며 수양사(首陽祠), 이제사(夷齊祠)라고 부른다. 은(殷)나라 제후인 주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치려하자 백이와 숙제가 말고삐를 잡고 말렸으나 듣지 않고 은나라를 쳐서 천하를 차지해 버렸다. 이에 백이숙제는 불의(不義)한 주나라의 곡식은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굶어 죽었다.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30세(1447년)에 이 청성묘 즉 이제묘를 지나며 지은 시가 있으니

「伯夷叔弟(백이숙제)」

當年叩馬敢言非 (당년고마감언비) 그때에 말고삐 붙들고 그르다 말했으니
忠義堂堂日月輝 (충의당당일월휘) 그 당당한 충의(忠義)는 일월(日月)같이 빛났네
草木亦霑周雨露 (초목역점주우로) 초목 또한 주나라의 우로(雨露) 먹고 자랐거늘
愧君猶食首陽薇 (괴군유식수양미) 고사리 캐먹은 그대들을 오히려 부끄러워하네

이 한시를 우리네 시조로 옮긴 것이 우리가 학창 시절에 <獨也靑靑(독야청청) 하리라> 와 함께 외웠던 시조이다.

수양산(首楊山) 바라보며 이제(夷弟)를 한(恨)하노라
주려 죽을진댄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의 것인들 그 뉘 따헤 났다니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峰)의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

이후 성삼문은 단종 복위 사건이 발각되어 38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으며 마지막으로 절명시(絶命詩)를 남겼으니, 망나니의 칼날이 목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에도 이런 능청스런 시를 읊을 수 있었던 그 정신과 기개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臨死賦絶命詩(임사부절명시)」

擊鼓催人命 (격고최인명) 둥둥둥 북 소리 목숨을 재촉하고
回頭日欲斜 (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려보니 서산엔 해가 지네
黃泉無一店 (황천무일점) 황천길엔 주막도 한 채 없으리니
今夜宿誰家 (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뉘 집에서 자야 할꼬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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