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9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저 하늘 저 산 아래
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69 나뭇잎이 푸르른 날에 - 저 하늘 저 산 아래
  • 이득수 이득수
  • 승인 2021.06.13 07:00
  • 업데이트 2021.06.10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양 명촌리

부평초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회를 더 연장하기로 합니다. 여러분은 저 아득한 산봉우리와 먼 하늘을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가요?

<꿈에 본 내 고향>이란 노래의 가사 <저 하늘 저 산 아래>처럼 우리는 너나없이 먼 산과 하늘을 우러르면 모두들 나그네가 되고 마는데 그건 학업, 직업, 결혼은 물론 발붙일 곳이 없어 떠도는 방랑자와 여행객, 심지어 부모의 이혼으로 졸지에 고아가 되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어린이까지 살아있는 자의 대부분이 나그네이며 그런 유랑(流浪)으로부터 자유로운 현대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문학과 예술은 거의 대부분이 방랑자나 나그네로 채워져 있는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애급을 탈출해 홍해를 건너는 거대한 나그네 유대민족
 엄마 찾아 3만 리의 가녀린 어린이
 <쿠늘프>, <수레바퀴밑> 같은 헤르만 헷세의 주인공들
 과대망상의 기사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판사

 또 
 막막한 오랑캐땅을 전전한 장건(張騫)과 왕소군(王昭君)
 장강을 떠돈 시선 이백(李白)과 시성 두보(杜甫)
 <켄터키 옛집>에 나오는 늙은 흑인노예
 <오수잔나>에 나오는 벤조를 맨 사내도 
 모두 나그네이며

 우리 가요 <대지의 항구>에서 말을 매는 나그네나
 <머나먼 고향>에서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시는 사내나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님이나 모두 방랑자이며
 <고향의 봄>의 나에 살던 고향이만 나오면 바로 울컥하는 한국인 역시 정서의 밑바닥엔 향수가 깔려있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 박목월의 시에 나오는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가 가장 울림이 좋습니다. 아마도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의 밑그림이 좋아서 일 것입니다.

목월이 나그네를 쓸 옛날에는 집집이 가양주(家釀酒)를 담던 시절이라 외롭고 지친 나그네의 설움 <춥고 배고프고>를 단 한 번에 해결해 줄 술 익는 냄새, 아니 술이란 말 자체가 허기와 함께 향수를 달래줄 묘약이었을 테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윤수일의 노래 <유랑자> 가사를 올립니다.

구름이 흘러가는 곳
마음이 흘러가는 곳
낭만이 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 데로 끝없는 유랑
깊은 사연 한없는 눈물이
가슴깊이 숨겨진 사랑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나 이제 어디로 가나
구름이 흘러가는 곳
마음이 흘러가는 곳
낭만이 있는 곳에 바람이
부는 데로 끝없는 유랑.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